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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부 강요하는 엄마 탓에 우울한 11살 금쪽이, 오은영은 눈물을 삼켰다

너의길을가라 2021. 1. 30. 16: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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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9일 방송된 채널A <금쪽같은 내 새끼>에는 삼남매(11살 딸, 8살 딸, 6살 아들)를 키우고 있는 엄마가 스튜디오에 출연했다. 아빠는 사업차 베트남에서 거주하고 있는데, 코로나19로 인해 사실상 생이별 상태였다. 2019년 추석 이후 아예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독박 중아 중인 엄마는 큰딸이 걱정돼 오은영 박사에게 도움을 요청하게 됐다며 고민을 털어놓았다.

"가면 갈수록 엄마와 대화를 안 하려고 해요."

유아기를 캄보디아에서 보낸 금쪽이는 부모의 사랑을 듬뿍 받고 자랐고, 한국에 들어온 지는 5년 정도가 됐다. 엄마는 금쪽이가 자신과 말을 잘 하려 하지 않는다고 걱정했다. 또, 친구들과 어울려 지내는 것보다 혼자 있는 걸 더 좋아해서 교우 관계도 우려된다고 했다. 동생들에게 잔소리를 하며 윽박지르는 일이 잦아진 것도 문제였다. 혹시 사춘기가 시작된 걸까.

과연 금쪽이의 일상은 어떤 모습일까. 또래 친구들은 모두 잠을 자고 있을 아침 7시, 금쪽이는 홀로 일어나 책상 앞에 앉았다. 무엇을 하고 있는 걸까. 설마..? 그렇다. 놀랍게도 금쪽이는 영어 공부를 하고 있었다. 분위기는 마치 고3을 연상케 할 정도로 진지했다. 얼마 후 졸음이 쏟아진 금쪽이는 거실로 자리를 옮겨 다시 집중했다. 그렇게 무려 4시간 동안 공부에 매진했다.

장영란은 금쪽이의 자기주도학습에 깜짝 놀라 'STOP'을 외쳤다. 도대체 비결이 무엇일까. 엄마는 캄보디아에서 살 때 아침부터 오디오 학습 프로그램을 듣는 게 일상이었고, 그게 습관처럼 된 것이라 대답했다. 그렇다면 금쪽이의 취미는 무엇일까. 그건 독서였다. 하루종일 앉아서 공부를 할 뿐 아니라 책 읽기를 가장 좋아한다니! 부모 입장에서 더할나위 없는 일 아닌가.

 

 
한편, 태권도 학원에서 돌아온 금쪽이는 집에 들어온 순간부터 압박을 받아야 했다. 엄마는 샤워하러 간 금쪽이를 쫓아가 숙제를 다했냐며 채근했다. 금쪽이는 숨 쉴 틈도 없어 보였다. 엄마는 금쪽이가 숙제를 하지 않은 걸로 확인한 후 한껏 예민해졌고, 날선 말을 쏟아내며 금쪽이를 혼내기 시작했다. 엄마의 꾸중을 들은 금쪽이는 한없이 움츠러들었다. 안쓰러워 보였다.

한숨을 푹 내쉬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간 금쪽이는 "어쩔 수 없지, 뭐. 그냥 참아야 해. 꾹꾹 참아.."라며 주문을 외우듯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리고 마음을 다잡고 공부에 나섰다. 하지만 엄마는 그런 금쪽이를 줄기차게 소환했다. 시험지를 보여달라고 요구하는가 하면, 수학 문제를 풀지 않았다고 꾸중했다. 또, 틀린 문제를 하나씩 짚어가며 잔소리를 했다. 집중력이 부족했다며 꾸짖기도 했다.

"하라고! 왜 또 울려고 그래? 수학 문제 푸는 게 그렇게 울 일이야?"
"하기 싫어."
"엄마 화나게 할 거야? 해야 돼, 안 해야 돼?"
"해야 돼.."
"그럼 해!"

금쪽이는 너무 지쳐 있었다. 11살 아이의 마음에 외로움이 가득해 보여 애처로웠다. 할 말을 잃은 오은영은 눈물을 삼켰다. 스튜디어도 침묵에 휩싸였다. 아침부터 공부를 할 정도로 자기주도학습이 습관화된 아이를 칭찬하지는 못할망정 저렇게 닦달해야 하는 걸까. 또, 문제를 좀 틀렸다고 비난하고 혼내는 게 바람직한 걸까. 엄마의 양육 방식은 분명 과한 부분이 있었다.

 

 

작정하고 입을 연 오은영은 "엄마는 공부를 방해"한다고 지적했다. 엄마의 요구에 반응하느라 무엇 하나 제대로 할 수 없다는 말이었다. 공부할 시간을 주고 놔두면 될 일을 짧은 시간 동안에 걸쳐 공부 검사만 수 차례 하다보니 금쪽이는 집중할 겨를이 없었다. 엄마는 더 잘하라는 채찍질이라고 생각하겠지만, 금쪽이 입장에서는 그냥 고통스러운 채찍질일 뿐이었다.

공부의 목적은 무엇일까. 사회적 지위를 갖는 것이라는 엄마의 대답도 일리가 있지만, 오은영은 생각하는 능력을 키우고 자기 효능감을 느끼는 것이라고 설명했다. 사람은 열심히 했던 경험을 기억하지 숫자(자신이 특정 시기에 몇 등을 했는지)를 기억하지 않는다. 결국 자신의 능력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다는 믿음을 갖게 되는 게 공부를 하는 진정한 목적이라는 얘기였다.

하지만 엄마의 혹독한 교육 방식은 갓 11살 된 아이에게 자기 효능감을 경험하게 할 수 없었다. 맨날 혼이 나고 질책만 받다보니 공부에 대한 스트레스만 갖게 될 뿐이었다. 금쪽이가 점점 말수가 줄어들고, 긴장하고 경직되는 까닭은 그 때문이었다. 금쪽이는 현재 소아 우울증의 문턱에 서 있었다. 지금은 무엇보다 마음의 상처를 어루만지고 치유해 줘야 하는 단계였다.

친정 엄마를 찾아간 엄마는 혼자서 잘 해내는 금쪽이를 보면 욕심이 생긴다고 털어놓았다. 자신보다 더 괜찮은 사람이 될 수 있을 것 같아서 자꾸만 다그치게 된다는 것이다. 사실 그건 친정 엄마의 교육 방식이기도 했다. 엄마는 대물림 하기 싫었던 친정 엄마의 교육 방식을 그대로 답습하고 있는 자신을 자책했다. 금쪽이는 속마음을 엄마에게 말하지 못했던 자신을 똑같이 빼닮고 있었다.

 

 
"금쪽이는 세상 즐거운 게 없어요. 물론 삶이 언제나 즐거울 수가 없죠. 근데, 간간히 즐겁거든요. 그걸 기억하면 세월이 흘러도 그때 생각하면 즐겁고, 오늘 하루의 스트레스나 힘듦을 그런 걸로 넘어가기도 해요. 금쪽이에게는 그게 없어요."

독서를 누구보다 좋아하는 금쪽이는 책 읽을 때 제일 행복하냐는 질문에 의외로 아니라고 대답했다. 금쪽이는 할 일도 다 하지 않고 책만 읽는 것 같다며 자책했다. 엄마의 꾸지람에 책을 읽는 순간마저 불안했던 것이다. 안타깝게도 금쪽이는 죄책감을 느끼며 평소 책을 읽고 있었다. 금쪽이가 그토록 공부를 열심히 했던 이유는 무엇일까. 그건 엄마가 칭찬해 줄 것 같아서였다.

금쪽이는 자신이 공부를 못해서 엄마가 칭찬을 하지 않은 거라고 생각하고 있었다. 엄마가 자신을 볼 때 기분 나빠하는 모습이 슬퍼 보인다고 자책했고, "4살 때로 돌아가고 싶어. 그냥 캄보디아에서 있었던 추억들이 그리워서."라며 울먹였다. 금쪽이는 공부 스트레스 없이 마냥 사랑받기만 했던 어린 시절, 자유롭고 따뜻했던 가족들과의 추억을 떠올리며 살아가고 있었다.

"내 아이는 내가 잘 안다고 자부하기보다 내 아이를 잘 알기 위해 노력하는 한 해였으면 좋겠습니다."

오은영의 금쪽처방은 금쪽이와 공부를 뺀 즐거운 이야기를 매일 10분 이상씩 하라는 것이었다. 엄마와 금쪽이이 경우, 사실상 공부에 대한 얘기가 대화의 전부였기 때문이다. 또, 공부를 시키되 단순히 문제집을 풀기보다 문제 해결 능력을 키워주는 데 주력하라고 조언했다. 일상 속에서 스스로 찾고 해결하는 연습을 할 수 있도록 도와주라는 얘기였다. 공부의 목적을 상기할 필요가 있었다.

 

 
한편, 오은영은 속마음을 터놓을 친구가 없는 금쪽이를 위해 직접 친구가 되어 주었다. 영상 통화로 금쪽이의 일상을 묻고, 사소한 일에도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속상한 일이 있으면 언제든지 얘기하라며 다음 날에도 기꺼이 친구가 되었다. 감정 표현을 하는 게 어려웠던 금쪽이는 오은영 덕분에 조금씩 자신의 마음을 털어놓는 법을 배워 나갔다. 다음은 엄마의 차례였다.

금쪽이와 마주 앉은 엄마는 이전과 달리 부드러운 말투로 지난 날 다그쳤던 일들에 대해 사과했다. 또, 앞으로는 금쪽이가 스스로 학습 계획표를 세우도록 했고, 거기에 대해 간단한 피드백만 하겠다고 선언했다. 이제 엄마는 금쪽이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설령 문제를 틀려도 격려하고 응원했다. 한편, 할머니는 금쪽이에게 엄마의 양육 방식이 할머니 탓이라며 미안한 마음을 전했다.

엄마와 금쪽이의 관계는 점차 개선되어 나갔다. 두 사람은 부드러운 미소로 눈맞춤을 하며 대화를 나눴다. 공부를 강요하지 않자 금쪽이는 더 즐겁게 공부에 집중할 수 있었다. 큰소리를 내지 않아도 아이를 변화시킬 수 있었다. '내 아이는 내가 잘 안다'는 생각에 갇혀 이전의 양육 방식을 고집하기보다 내 아이를 좀더 알기 위해 노력하자는 오은영의 말을 우리 모두 되새겨 봤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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