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갸우뚱했던 유재석의 '미추리', 기시감과 딜레마를 극복할 수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18. 11. 18. 1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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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다리고 기다리던 유재석의 새 예능 프로그램 SBS <미추리 8-1000>(이하 <미추리>)가 시청자들을 찾아 왔다. 첫회 시청률은 3.1%(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에 그치면서 MBC <나 혼자 산다>의 10.7%에 크게 못 미쳤지만, 화제성만큼은 결코 뒤지지 않았다. 향후 시청률 상승의 교두보는 확실히 마련된 셈이다. 다만, 기대감이 컸던 만큼 아쉽다는 평가도 만만치 


기시감(旣視感)


'어디서 많이 본 것 같은데?' <미추리> 첫 방송을 본 시청자들이 공통적으로 가졌던 의문이다. 그 익숙함의 정체는 아마도 SBS <패밀리가 떴다>(이하 <패떴>)였을 것이다. 실제로 두 프로그램은 굉장히 흡사하다. 시골을 배경으로 하고 있고, 그 곳에서멤버들이 함께 부대끼며 숙식을 해결해야 한다는 콘셉트가 유사하다(못해 똑같다). 시골이 낯선 멤버들은 좌충우돌하며 웃음을 야기한다. 


게다가 두 프로그램 모두 '정통 버라이어티'라는 장르를 취하고 있다는 점에서 데자뷰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은 더욱 강렬하다. 다행스럽게도(?) 그건 시청자들의 오해가 아니었다. <미추리>의 정철민 PD는 "유재석과 '패떴 참 재미있었는데, 그치'라는 대화로 시작해서 만들어진 프로"라고 이미 시인했다. 그렇다면 <미추리>는 마냥 추억에 젖어 만든 자기복제에 불과한 걸까.



딜레마(dilemma)


아직까지 차이점이 도드라지진 않지만, <미추리>만의 특징이 없는 건 아니다. 그게 바로 '추리(推理)'다. 미추리(美秋里)에 소집된 8명의 멤버(김상호, 양세형, 장도연, 손담비, 임수향, 강기영, 블랙핑크 제니, 송강)들은 마을 이장으로 분한 유재석으로부터 이 곳에 천 만원이 숨겨져 있으며, 먼저 찾는 사람이 그 돈의 주인이라는 미션을 받게 된다. 멤버들은 자신들의 힌트 도구를 사용해 마을 곳곳에 숨겨진 힌트를 찾아 나선다.


이처럼 <미추리>는 추리 요소를 가미하면서 '미스터리 스릴러 예능'을 추구한다. 그러나 야심찬 기획 의도와는 달리 90분의 분량이 사실상 '(연예인들의) 시골 적응기'에 맞춰지면서 <패떴>의 향기가 너무 짙어졌다. 서툰 솜씨로 음식 재료를 구하고, 요리를 하는 장면은 너무 뻔한 그림이라 지루하기까지 했다. 아직까지 프로그램의 정체성을 놓고, 제작진조차도 혼란스러운 기색이 역력하다. 



갸우뚱


1회밖에 방송되지 않았지만, 총평은 '갸우뚱'이다. 미스터리 스릴러 예능이라고 하기엔 긴장감이 지나치게 없었고, <패떳> 시즌2라고 생각하고 보기엔 시대가 너무 많이 흘렀다. <미추리>는 중간중간 게임을 진행하기도 했는데, 그러다보니 <패떳>에 <런닝맨>이 섞인 듯한 인상이 강렬했다. 실제로 정철민 PD는 <런닝맨>을 연출했고, 유재석과 함께 오랫동안 호흡을 맞춰왔다.


결국 기댈 건 유재석뿐이라는 결론이 나온다. 예능에 많이 노출되지 않은 비예능인이 많이 출연하는 만큼 준비된 구슬은 서말이라 할 수 있을 텐데, 그들의 유쾌한 매력을 발굴하고 이끌어주는 역할을 유재석이 해야 하는 상황이다. 실제로 유재석은 <무한도전>이나 <런닝맨>에서 그랬던 것처럼, 멤버들의 성격과 특징을 살펴, 이를 예능적 재미로 살리려는 노력을 시종일관 아끼지 않았다. 


과연 유재석의 <미추리>는 순항할 수 있을까? 6부작의 제한된 기회 속에서 <미추리>만의 재미를 각인시킬 수 있을까? <나 혼자 산다>와의 차이를 좁히고, 경쟁력을 갖출 수 있을까? 관점을 달리해서 본다면, 이런 질문을 할 수도 있을 것이다. 유재석은 자신의 새로운 도전을 완수할 수 있을까? 안정적이면서 식상하고, 뻔하지만 조화로운 유재석의 특색이 도드라졌던 <미추리>는 유재석의 진가를 확인할 좋은 기준점이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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