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락킴의 서재

강상중, 『살아야 하는 이유』.. 우리는 덧붙인다. 죽지 마라.

너의길을가라 2013. 1. 20. 20:41
반응형






고통을 껴안아라! 


더 큰 삶의 힘을 얻을 수 있다! ≪고민하는 힘≫의 저자 강상중의 두 번째 고민『살아야 하는 이유』. 저자 강상중은 재일 한국인 최초로 도쿄대 정교수가 된 인물로, 일본의 근대화 과정과 전후 일본 사회, 동북아 문제에 대한 비판적이고 날카로운 분석으로 일본 사회에서 유력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다. ‘고민 끝에 얻은 힘은 강하다’라는 메시지를 던져 화제가 된 전작에 이어, 이번 책에서는 우리 시대 삶의 조건과 삶의 의미에 대하여 묻고 고민한다. 


자신의 삶과 자신을 둘러싼 세계의 존재에 대해 처절하게 고민했던 아들의 죽음, 그리고 이어 일어난 3ㆍ11 대지진과 원전 사고는 강상중에게 산다는 것의 의미와 살아야 하는 이유를 묻게 했다. 현재를 지배하고 있는 근대 자본주의 아래에서 인간은 고통 받고 고민할 수밖에 없다. 그는 근대적 삶의 의미를 고민한 일본의 국민작가 소세키와 독일의 사회학자 베버, 심리학자 빅토르 에밀 프랑클, 윌리엄 제임스 등의 치열한 고민과 통찰을 되새기며, 우리시대의 불안과 좌절 속에서 다시금 살아야 하는 의미를 찾아낸다.




2013년을 맞아 가장 먼저 구입했던 책이 바로 '사계절'에서 출판한 강상중 교수의 『살아야 하는 이유』였습니다. 하지만 구입만 해놓고 다른 책을 읽느라 일단 책꽂이에 잠시 꽂아뒀었습니다. 그러다가 한 며칠 잊고 지냈죠. 구입사실조차도 까마득히.. 그러다가 어느 순간 '아, 맞다!' 라며 떠올리고 재빨리 책꽂이로 가서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책장을 열자마자 마음이 무거워지더군요. 물론 제목에서부터 이미 묵직한 느낌이 들었지만, '내 가족을 덮친 불행은 필설로 다하기 힘들고, 지금도 납을 삼키는 듯한 고통과 슬픔이 치유되지 않았다'라고 쓰여있는 <한국의 독자들에게> 부분을 읽으면서 저도 모르게 자세를 바로잡게 되더군요. 


'아들은 "이 세상에 살아가는 모든 것, 언제까지고 건강하기를, 안녕"이라는 말을 남기고 돌아올 수 없는 사람이 되었다. 그 슬픔에 우리는 얼마나 오열했던가. 그런데 아들이 죽고 몇 달이 지났을 때, 일본의 도호쿠 지방을 덮친 대지진이 일어났고 원전사고라는 미중유의 비참한 사태가 현실이 되었다'며 자신이 겪었던 일들을 서술한 부분은 정말 마음이 아팠습니다. 그 심경이 어떠했을까요? 


사랑하는 아들을 잃고, 과학에 대한 인간의 오만과 독선이 낳은 최악의 사태인 원전사고를 겪고.. 짐작할 수 없는 슬픔과 고통, 절망의 시간을 겪으며 그 깊고도 무거운 사색과 고찰 끝에 그는 다시금 '살아가야 하는 이유'를 말합니다.『살아가야 하는 이유』에 어떤 글이 담겨 있을지..  여러분, 궁금하지 않으세요? 





1.


일반적으로 신을 믿지 않기에 무신론, 어떤 종교에도 속하지 않기에 무교라고 말합니다. 하지만 이는 너무나도 단순한 단정입니다. 오히려 가장 중요한 것은 '찾는 마음'에 있는 게 아닐까요.


2.


'자기를 찾아라' 라고 외치며 우리를 부추기고 있는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자본주의입니다. 이 빈틈없는 마물 같은 시스템은 '상품이 되는 것'을 찾아내 이용하는 데 매우 뛰어납니다. 특히 '불안'의 냄새가 나는 것을 이용하는 데 무척 뛰어납니다.


'진짜' 찾기, 자기답고 싶다는 바람이 자신에게 충실하려는 근대적인 자아의 한 가지 '덕성'을 보여 주고 있다고는 해도, 그것이 때로는 내셔널리즘이나 신경증적인 병을 만들어 낼지도 모른다는 데 좀 더 주의를 기울여야 합니다.



3.


우리는 때때로 이중의 잘못을 저지릅니다. '자연은 제어할 수 있다'고 생각하면서 '사회는 바꿀 수 없다'고 생각하는 것입니다. '오만'과 '태만'의 조합이라고 해야 할까요. 우리는 어디까지나 우리에게 유리하게만 생각하도록 만들어져 있는 것 같습니다.


4.


'누구라도 괜찮다'는 말을 들으면 얼마나 마음에 상처를 받는지 모릅니다. 하지만 시장 경제 안에서는 그런 일이 당연하게 이루어집니다. 누구라도 대체 가능한, 사람이 상품화된 경제 시스템이 사회 전체를 뒤덮고 있어, 사람의 존엄성을 현저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5.


우리가 보통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미래'를 생각하는 것이고, '과거'를 그리워하거나 과거에 사로잡혀 있는 것은 소극적이라고 생각하기 쉽습니다. 그렇기 때문에 앞으로만 시선을 향하고 마는 것인데, 인간에게 정말 귀중한 것은 사실 미래가 아니라 과거가 아닐까요.


과거를 중요시하는 것은 인생을 중요시하는 것일 수밖에 없고, 역으로 '가능성'이라든가 '꿈'이라는 말만 연발하며 미래만 보려고 하는 것은 인생에 무책임한, 또는 그저 불안을 뒤로 미루기만 할 뿐인 태도라고 말할 수 있을 것이빈다.


'미래'로, '미래'로, 우리가 앞쪽으로만 시선을 향하고 싶어지는 것 또한 시장경제의 특성과 무척 잘 어울립니다. 시장경제에서는 소비의 신진대사를 가속하기 위해 철저하게 미래만을 문제 삼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시장 안에 푹 잠겨 있는 우리도 무심결에 그런 시장의 가치관에 끌려가지 않을 수 없는 것이겠지요.


6.


좋은 미래를 추구하기보다 좋은 과거를 축적해가는 마음으로 살아가는 것. 두려워할 필요도 없고 기가 죽을 필요도 없이 있는 그대로의 자신으로도 괜찮다는 것. 지금이 괴로워 견딜 수 없어도, 시시한 인생이라고 생각되어도, 마침내 인생이 끝나는 1초 전까지 좋은 인생으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는 것. 특별히 적극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특별히 창조적인 일을 할 수 없어도, 지금 거기에 있는 것만으로 당신은 충분히 당신답다는 것. 그러니 녹초가 될 때까지 자신을 찾을 필요 같은 건 없다는 것. 그리고 마음이 명령하는 것을 담담하게 쌓아 나가면 나중에 돌아보았을 때는 저절로 충분히 행복한 인생이 되어 있을 것이라는 것 등등. 


7.


제가 이 책에서 말하고 싶었던 것은 그런 낙관적 인생론이나 행복론을 체로 쳐서 비관론을 받아들이고 죽음이나 불행, 슬픔이나 고통, 비참한 사건에서 눈을 돌리지 않고, 하지만 바로 그렇기에 인생을 마음껏 살아가는 길을 보여주는 것이었습니다. 이는 바로 "인간이 덧없이 죽을 운명에 있다는 것을 염두에 두고 어디까지나 겸허히 인간적인 것을 긍정한다" (테리 이글턴, 『신을 옹호한다』)는 것입니다.




반응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