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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렬했던 <미스티>, 김남주는 역시 김남주였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8. 2. 3. 17:14



김남주는 역시 김남주였다. KBS2 <넝쿨째 굴러온 당신>(2012) 이후 6년만에 JTBC 금토드라마 <미스티>(연출 모완일, 극본 제인)로 돌아온 김남주는 공백 기간을 무색케 할 만큼의 강렬한 카리스마를 내뿜었다. 배우의 아우라가 카메라를 뚫고 나오는 듯 했다. 캐릭터를 소화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노력을 기울였는지 단박에 확인할 수 있었다. 철저한 준비에서 비롯된 자신감이 목소리 톤과 말투, 몸짓 등에서 자연스레 흘러나왔다. 아니, 애초부터 분위기로 시청자들을 압도했다. 


매료될 수밖에 없는 기분 좋은 끌림이었다. 자신이 맡은 배역에 완벽히 몰입된 상태의 배우를 만나고, 그 완숙된 연기를 감상할 수 있다는 건 시청자로서 정말 행복한 일이다. 어느새 김남주는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이자 성공을 향해 끝없이 달려가는 욕망의 화신, 그리고 살인사건의 용의자이기도 한 고혜란 그 자체였다. 단 1회만에 시청자들을 설득시켜버린 그의 연기 내공이 놀랍기만 하다. 또 한번의 '인생 캐릭터'를 만난 김남주의 화려한 비상이 기대된다. 



3.473%(닐슨 코리아 기준). <미스티> 첫회의 성적이다. 전작인 <언터처블>의 마지막 회 시청률 3.288%보다 상승한 수치인데, 시청자들의 기대감이 얼마나 컸는지 알 수 있다. 또, JTBC 드라마 중 최고 시청률을 기록했던 <품위 있는 그녀>의 첫회(2.044%)와 비교해도 훨씬 좋은 출발이다. <미스티>의 시청률이 더욱 주목받는 까닭은 그것이 19세 시청등급(1회부터 3회까지)이라는 제약 속에서 거둔 성취이기 때문이다. 어쩌면 그 파격적인 선택이 시청자들을 더욱 주목시켰는지도 모르겠다. 


<미스티>를 시청했던 이들의 일관된 평가는 '60분(정확히는 68분)이 어떻게 지나갔는지 모르겠다'는 것이다. 그만큼 강렬했고, 폭풍처럼 정신없이 휘몰아쳤다. 첫 장면부터 팽팽한 긴장감이 흘렀다. 교통사고 현장을 살펴보던 형사 강기준(안내상)은 이상한 점을 발견했다는 듯 "이건 피해자 건가"라며 중얼거리며 묘한 긴장을 불러일으켰다. 다음은 김남주의 차례였다. 케빈 리 살인사건의 참고인 조사를 받기 위해 경찰서를 방문한 고혜란은 강기준과 차갑고도 치열한 신경전을 벌였다. 


그 5분 남짓한 시간은 고혜란이라는 캐릭터를 설명하기에 충분한 시간이었다. 그리고 시계는 한 달 전으로 돌아갔고, 고혜란의 삶에 '균열'이 발생하는 과정을 그려나갔다. 겉으로 보기엔 우아한 백조와도 같았다. 자타가 공인하는 대한민국 최고의 앵커이고, 5년 연속 올해의 언론인상을 수상했다. 성공한 커리어 우먼(Career woman)이었다. 또, 검사 출신의 번듯한 변호사 남편 강태욱(지진희)도 있었다. 모두가 부러워 할 만한 인생을 살아가고 있었다. 



그런데 실상은 그리 우아하지 않았다. 아름답지도 않았다. 9시 뉴스의 메인 앵커 자리는 매순간 위협받고 있다. 치고 올라오는 후배 한지원(진기주)는 "영원한 게 어딨어요? 그 자리, 선배만 앉으란 법 없잖아요?"라고 도발한다. 선배들은 고혜란이 아니꼽다. 화장실에서 마주친 이연정(이아현)은 "욕심을 내려놓으니 확실히 마음이 편"하다며 은근히 약을 올린다. 또 다른 남자 선배는 "고혜란이가 그런 걸로 유명했지. 줄 거 있으면 새끈하게 주고, 받을 거 있으면 확실하게 받고"라며 성희롱 발언까지 한다.


회사에서는 '젊은 피로의 세대 교체'를 강조하며 고혜란을 밀어내려 한다. 보도국의 장규석 국장(이경영)은 "앵커가 고혜란 하나야?"라며 대놓고 압박한다. 그야말로 사면초가다. 고혜란은 그의 사회적 지위를 지키기 위해 안간힘을 다해 버티는 중이다. 그에게 진짜 쪽팔리는 건 다른 선배나 동료등처럼 민다고 밀려나는 것이기 때문이다. "난 가도 내가 가고, 관둬도 내가 관둬."라는 그의 독기서린 말이 짠하다. 고혜란을 어렵게 만드는 건 이뿐만이 아니다. 


시어머니는 배란일마다 찾아와 약을 건넨다. 어디서나 당당했던 고혜란이었지만, 시어머니 앞에서는 한없이 움츠러 들었다. 남편과의 관계는 이미 틀어질 대로 틀어져 있었다. 하지만 밖에서는 사이 좋은 부부를 연기해야 했다. 부부 동반 모임에서 "최선을 다해. 아직은 부부야. 나한테 예의를 갖춰."라고 말하는 고혜란에게 강태욱은 그 어떤 대꾸도 하지 않는다. 집으로 돌아간 강태욱은 "내가 해줄 수 있는 최선은 내가 필요없어졌다고 할 때까지 기다려주는 것"이라 선언한다.



겉으로 보기엔 우아한 백조의 삶이었지만, 고혜란은 이를 위해 끊임없이 갈퀴질을 하고 있었다. 고립무원인 그의 처지가 애처롭기까지 했다. 고혜란은 골프 영웅 케빈 리(고준)를 섭외하기 위해 엄마의 임종을 지키는 것까지 포기해야 했다. 9시 앵커 자리를 보전해야 했기 때문이다. 그 과정에서의 갈등과 슬픔을 표현하는 김남주의 연기는 감탄을 자아냈다. 그리고 케빈 리가 자신의 옛 연인이고, 그의 아내가 고교 동창인 서은주(전혜진)라는 사실을 알게 된 고혜란의 표정은 압권이었다. 


<미스티>는 불과 1회만에 높은 몰입도를 선사했다. 흡인력 있는 극본과 감각적인 분위기의 연출도 돋보였다. 김남주의 카리스마 있는 연기와 지진희의 차분한 연기가 시너지 효과를 일으켰다. 다만, 고혜란의 지위를 넘보는 후배 한지원을 연기하기에 진기주의 연기가 조금 아쉬웠다. 그럼에도 김남주의 독보적인 존재감이 드라마에 대한 기대감을 높이고 있다. 불꽃처럼 타오르고 있는 <미스티>의 다음 이야기가 궁금해진다. 과연 얼마나 잔혹한 파국이 기다리고 있을지 빠져들어 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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