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를 듣는 귀

故 신해철 1주기 추모식, 그를 올바르게 추모하는 방법

너의길을가라 2015. 10. 25. 23:4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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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든 와중에도 천사같은 아이들이 내 손을 잡아줬고 온 국민의 애도와 격려를 받았다. 아직 어린 아이들이라, 세상에 날개도 펴보지 못했다. 가족들은 절망만 했다. 그래도 온 가족이 힘을 냈고 애들 아빠를 애도해준 분들에게 우리가 할 수 있는 건 아이들이 잘 클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다" (부인 윤원희 씨)


세월이 참 무섭다. 아직까지도 고(故) 신해철이 세상을 떠났다는 사실조차 믿겨지지 않는데, 그가 세상을 떠난 지 1년이라는 시간이 지나갔다니.. 너무도 갑작스러웠던 그의 죽음에 슬퍼하고, 이해할 수 없는 의문스러운 죽음에 분노하던 때가 엊그제 같은데, 벌써 1주기를 맞이했다니 새삼 놀랍기만 하다. 그래, 마왕(魔王)은 이제 우리 곁에 없지. 



"감히 넘볼 수 없는큰 산과 같은 형님에게 저는 저는 한없이 받기만 했던 후배였다. 아직 더 이룰 것도 펼칠 것도 많았던 뮤지션이자 후배 하나 하나 존재를 인정해주시고 따스했던 형님이자 다정다감했던 가장이었던 그가 소중한 이들을 등지고 떠나갔다는 것이 너무나도 안타깝고 믿기지 않는 오늘." (넥스트 보컬 이현섭)


가을 햇살이 유난히 따스했던 10월 25일, 경기도 안성 유토피아 추모관에서 고(故) 신해철의 죽음을 기리는 추모식이 진행됐다. 정확히는 오는 27일이 고(故) 신해철의 사망 1주기지만, 이틀 앞서 행사가 치러졌다. 추모식에는 부인인 윤원희 씨와 자녀를 비롯해 넥스트 등 동료 연예인들과 지인이 참석했고, 팬클럽 철기군도 자리를 지켰다. 



"여전히 누울때마다 빈자리가 그립고 밤에 자다가 몰래 울기도 한다. 특정한 때가 아니라 매일 매순간 보고 싶다" (부인 윤원희 씨)


추모관 옆 평화광장에선 고(故) 신해철의 노래가 울려 퍼졌고, 추모식을 찾은 모든 사람들은 왼쪽 가슴에 고인이 생전에 좋아했던 보라색의 리본을 달고 있었다. 고인의 유해와 영정 옆에는 '아빠 뭐하고 계세요', '아빠 너무 고맙습니다'라는 두 자녀의 편지가 놓여져 있었다. 추모식은 오후 1시 30분부터 거행됐다. 넥스트 이현섭과 팬 대표 이승우 씨가 추모사를 낭독했고, 부인 윤씨는 결국 눈물을 흘렸다. 팬들도 하염없이 눈물을 쏟았다.



한편, 고(故) 신해철의 기일을 맞아 방송가도 가수 신해철을 추억했다. JTBC <히든싱어4>와 KBS 2TV <불후의 명곡-전설을 노래하다>는 오로지 신해철을 위한 축제를 기획했다. <히든싱어>는 시즌 2때 '고인이 된 가수 편'으로 고(故)김광석 편에 이어 공석으로 둔 채 진행을 했지만, 시청자들에게 그 어느 때보다 깊은 감동을 안겨줬다.


"원래 가까운 사람에게 속마음을 잘 전하지 못하잖아요. 함께 있을 땐 한 번도 해보지 않았지만 지금 하고 싶은 말이 있다. 소리내서 말을 해야할 것 같다. 해철아, 사랑한다. 보고싶다" (남궁연)


패널로 등장한 신해철의 동료들은 그와 관련된 여러가지 에피소드를 들려줬고, 생전에 전하지 못했던 이야기를 방송을 통해 전하기도 했다. 마왕 신해철을 똑같이 모사하는 5명의 모창능력자는 신해철에 대한 그리움을 가득 담아 무대를 빛냈다. 결과는 신해철의 우승으로 끝났지만, 송은이의 말처럼 히든싱어를 무대로 모시지 못하는 아쉬움이 진하게 남았다. 그의 빈자리가 새삼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불후의 명곡>도 하동균, 테이, 정동하, 케이윌, 손승연, 홍경민 등 후배 가수들이 출연해 각자 선배 신해철과의 사연을 소개하며 감동적인 무대를 연출했다. 모든 무대를 지켜본 부인 윤원희 씨는 "무대가 끝날 때마다 눈물을 보여서 민망하다. 신해철이 뿌리를 내렸다면 후배들은 각각의 열매를 맺은 거 같다"며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특히 홍경민은 "제 결혼식에 꼭 오신다고 했는데 결혼식을 일주일 앞두고 돌아가셨다. 결혼식 앞두고 장례식장에 가는 게 아니라고 해서 장례식장에 못 갔다. 그게 아직도 마음의 짐으로 남았다"는 가슴 아픈 사연을 소개했는데, 그 마음의 짐을 '안녕'이라는 노래를 통해 쏟아내 최종 우승을 거뒀다. 또, 그는 우승 트로피를 신해철의 자녀들에게 주는 훈훈한 모습을 통해 시청자들을 울컥하게 만들었다. 



MBC <일밤-복면가왕>은 '신해철'을 위한 무대를 따로 준비하진 않았지만, '꼬마 마법사 아브라카다브라'가 신해철의 '그대에게'를 선곡해 열정적인 무대를 선보였다. 나중에 밝혀진 '마법사'의 정체는 신인 가수 은가은이었는데, 그녀는 "신해철 오빠가 저한텐 아버지 같은 분이었다. 해철 오빠 때문에 서울에 올라왔고 가수의 꿈을 가지게 됐다"며 신해철과의 인연을 소개했다. 


또, "추모 공연에서 노래를 해드리고 싶었는데 아직 내 능력으로는 그 무대에 오를 수 없었다. 그래서 <복면가왕>에서 노래를 하게 됐다. 해철 오빠에게 노래 들려줄 수 있어서 그건 이룬 것 같다"며 '그대에게'를 선곡하게 된 이유를 밝혔다. 신해철이 내린 뿌리가 얼마나 깊은지, 그로부터 얼마나 많은 열매가 맺어졌는지 여실히 깨닫게 되는 장면이 아닐 수 없었다. 



신해철의 죽음을 슬퍼하고, 그를 기리는 시간이 우리에겐 필요했다. 추모 1주기를 통해 가족과 지인 그리고 팬은 추모식을 가졌고, 방송가는 그를 추억하는 방송을 기획했다. 나 같은 글쟁이는 이런저런 자료들을 긁어모아 글을 써낸다. 어떤 이들은 그의 노래를 수도 없이 반복해서 듣고 있을 것이다. 저마다의 방식으로 우리는 우리를 위로한다. 


"나는 아직도 이해가 안간다. 사람이 죽은 뚜렷한 내용이 있고 기소가 됐는데 왜 잘못을 인정 못하는 지 모르겠다. 현재 의료법상 환자가 의료사고를 증명해야 하고 병원 측이 원치 않으면 병원문건을 볼 수 없다. 이게 무슨 일인가? 이번 신해철의 죽음으로 개선되야 할 과제다. 우리가 원하는 것은 K원장이 잘못을 뉘우치고 반성하는 것을 보고 싶다는 것이다. 그를 살인자로 만드는 게 아니다. 교통사고로 사람이 사망한다고 해서 살인자가 만들어 지는 게 아닌 것 처람 자신의 잘못을 인정하라는 거다" (남궁연)


하지만 여기에서 끝내면 안 된다. "가수 신해철의 죽음은 단순한 연예인의 죽음이 아니다. 잘못된 의료법을 알리는 사건이었다"는 남궁연의 말처럼, 신해철의 죽음은 현재진행형이다. 부인 윤원희 씨는 장협착 수술을 한 S 병원의 K 원장을 업무상 과실로 고소했고, 진실을 가리기 위한 재판이 여전히 계속되고 있다. 이제 첫 공판(21일)이 열렸을 뿐이다. 길고 긴 싸움이 예정되어 있다.


우리는 신해철의 죽음을 그'만'의 죽음으로 가둬선 안 된다. 약자의 입장에서 서 있는 환자가 거대한 병원을 상대로 의료사고를 증명해야 하는 어처구니 없는 현실을 개선하는 계기로 만들어야 한다. 잘못된 점에 대해 거침없이 할 말을 하던, 부조리한 현실에 대해 누구보다 앞장서서 자신의 목소리를 내던 신해철도 그것을 바라고 있지 않을까? 


신해철을 올바르게 추모하는 방법은 아마도, 우리 앞에 놓인 부조리한 현실과 당당히 맞서는 것 아닐까? 마왕 신해철이 내린 뿌리, 그로부터 자라난 수많은 사람들이 맺은 '열매'로 증명하는 것이야말로 신해철을 오래토록 기억하는 방법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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