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록TV + 연예/[리뷰] '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91)
'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혹평을 받았던 부대찌개집과 극찬을 받았던 감자옹심이집에 이어 소개된 오류동 골목의 세 번째 식당은 옛날통닭집이었다. 사장님은 직원 생활만 37년을 한 끝에 처음으로 자신의 가게를 갖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옛날통닭이라.. 과연 맛은 어떨까. 기대를 해도 좋을까. 일단, 가게 안에 가득한 기름 냄새는 음식에 대한 기대치를 확 떨어뜨렸다. 환기가 전혀 되지 않는 듯했다. "나 반쪽 먹고 포기하고 있는 거야. 너무 느끼해서." 아니나 다를까, 백종원은 한입 먹어보더니 느끼해서 먹을 수가 없다며 손을 뗐다. 닭껍질 튀김은 어떨까. 아무래도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각광받는 음식이다니 트렌드에 맞게 조리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번에도 느끼하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입안에 오래도록 남는 느끼함에 백종원은 정인선은 ..

SBS 의 32번째 골목은 구로구의 오류동 골목이다. 구로구는 2000년 '디지털산업단지'로 명칭이 변경된 후 IT벤처타운으로 탈바꿈했지만, 1970~80년대에는 '구로 공단'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렸다. 제조업의 메카였고,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긴 곳이었다. 수출의 역군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공업단지라 낙후되었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구로구는 안양천을 경계로 동서로 나뉘는데, 동부와 서부 상권은 완전 극과 극이었다. 동쪽은 대규모 백화점이 입점했고, 1호선과 2호선 더블 역세권으로 상권이 발달했다. 유동인구만 무려 70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서쪽은 상대적으로 많이 낙후되어 있는 상태였다. 은 그 서쪽에 위치한 세 곳의 식당, 부대찌개집과 감자옹심이집, 옛날통닭집을 찾았다. "안 먹어봐도 알겠지만..

드디어 솔루션이 끝나는 날이 찾아왔다. SBS 의 모든 구성원들에게 가장 떨리는 순간이 아닐까. 촬영이 진행되는 동안 여러모로 마음 고생이 심했을 사장님들은 피나는 노력의 결과를 검증받아야 하니 얼마나 살떨리겠는가. 좋은 끝맺음(이자 또 다른 시작)을 하고 싶은 게 인지상정이다. 백종원과 제작진 역시 제대로 도움을 줬길 바라며 마지막까지 긴장의 끈을 놓지 못했다. 그런데 길동 파스타집 사장님은 제때 출근을 하지 못했다. 무슨 일이 있는 걸까. 전날 밤, 아이가 열이 40도까지 올라 병원에 갔는데, 우선 코로나 검사부터 받아야 했던 터라 접촉자인 사장님도 결과가 나오기까지 집에서 대기해야만 했다. 안전을 위한 필수적 조치였다. 어쩔 수 없이 파스타집을 제외하고 코다리찜집과 닭갈빗집부터 영업을 개시했다. 모..

식당에 들어가 메뉴를 볼 때,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오는 건 역시 가격이다. SBS 길동 파스타집의 요리 가격은 골목상권임에도 상당히 높게 형성돼 있었다. 가장 기본적인 파스타인 '알리오 올리오'의 경우 10,800원에 판매됐다. 올바른 가격 책정의 첫걸음은 식자재 원가 계산인데, 백종원은 대부분이 사장님들이 원가 계산을 안 하기 때문에 문제가 발생한다고 꼬집었다. 보통 식자재 원가율은 판매가의 10% 후반에서 50%까지 광범위하다. 또, 식자재 외에도 고려해야 할 다른 원가 요소들이 있다. 예를 들어 노동력이 많이 드는 음식, 그러니까 노동집약접 메뉴는 재료 원가율보다 인건비 비율을 높게 측정해야 한다. 반대로 노동력이 덜 들어가는 음식의 경우 인건비 비율보다 재료 원가율을 높게 고려해야 한다. 그렇다면..

"시도 좋아! 괜찮아요, 이 정도면. 처음 한 거 치고 괜찮네. 양념은 좀 잡아야 되겠지." (백종원) 분명 여러모로 서툴다. 행동이 약삭빠르지 못하고 굼뜨다. 그러다보니 답답하게 느껴진다. 말수도 적고, 목소리 크기도 작다. 톤도 낮다. 표정까지 어둡다. 전체적으로 자신감이 없어 보인다. 패기가 보이지 않는다. SBS 등촌동 편의 연어새우덮밥집 사장님 얘기다. 여러모로 안타까운 케이스이다. 의욕이 없는 건 아니지만, 그런 오해를 많이 받는다. 도울 필요가 있을까, 그럴 가치가 있을까. 방송의 힘을 좀더 간절한 이들에게 보태야 하는 건 아닐까. 시청자들의 날선 반응도 이해가 된다. 백종원의 재능을 낭비한다는 생각도 들 법하다. 그럼에도 백종원은 사장님의 손을 놓지 않았다. 다만, 멱살을 잡고 끌고가진 않..

SBS 제작진의 입장에서 가장 경계하는 게 뭘까. 아마도 '빌런'의 등장이 아닐까. 물론 어떤 빌런은 화제성을 높이는 데 도움이 되기도 한다. 한때 이 백종원과 빌런의 갈등 구도로 재미를 솔찬히 봤던 건 사실이다. 백종원이 역정을 내면 낼수록 시청률은 상승했다. 문제는 백종원이 '멱살을 잡아 일방적으로 끌고 가야 하는 빌런'이다. 시청자들이 가장 불편해 하는 케이스다. 왜냐하면 공정성과 연관되어 있기 때문이다. 제작진 입장에서 연어새우덮밥집 사장님의 등장은 초비상과도 같았으리라. 사이렌이 마구 울렸을 것이다. 요식업에 대한 기본기가 전혀 없었고, 청결에 대한 개념도 없었다. 가장 중요한 의욕마저 없어 보였다. 할 수 있다고 대답은 잘했지만, 태도는 항상 소극적이었다. 눈빛도 죽어 있었다. 게다가 '이야기..

가격을 올리라고? 경쟁력을 위해 가격을 낮추는 솔루션을 주로 제시했던 백종원이 달라졌다. 무슨 까닭일까. SBS 의 30번째 골목은 서울 강서구 등촌동이었다. 김포공항 인근에 위치한 등촌동은 코로나19의 직격탄을 맞았다. 항공업계가 침체되면서 주 소비층이었던 승무원, 엔지니어, 검역관, 세관원 등 관련 업계 종사자들의 발길이 끊어졌기 때문이다. "추어탕이라고 특별히 냄새나는 건 아니지만 시래기 넣고 끓인 뼈다귀 해장국이랑 똑같은 냄새가 나는데?" 추어탕집 사장님은 믹서를 쓰지 않고 채반에 삶은 미꾸라지를 가는 옛날 방식으로 기사나 불순물을 제거하고 있었다. 영상으로 조리 과정을 지켜본 백종원은 "맛있겠는데?"라며 긍정적인 반응을 보였다. 사장님은 식당을 운영한 지 6개월밖에 되지 않았다. 시어머니가 갑작..

같은 일을 해도 비교적 수월하게 처리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힘겹고 버거워 하는 사람도 있다. 능력의 차이가 없다고 가정할 때, 두 사람을 가르는 결정적인 요인은 무엇일까. 그건 '효율성'이다. 효율이 좋고 나쁘냐에 따라 결과도 다를 수밖에 없다. 효율은 곧 에너지의 사용량과 직결되고, 처음에는 별 것 아닌 듯 보였던 격차는 시간이 지남에 따라 현격히 커질 것이다. 이러한 개념을 식당에 적용해 보면 어떨까. 어떤 사장님은 별다른 어려움 없이 들어오는 주문을 쭉쭉 빼내는데, 어떤 사장님은 몇 테이블의 손님만 받아도 금세 기진맥진해진다. 전자의 경우는 장사가 어렵고, 후자의 경우는 장사가 쉽다. 쉬우면 자연스레 재미도 따르지 않겠는가. 같은 결론을 대입하면 그 차이는 효율성인데, 이를테면 '동선'이..

솔루션 프로그램을 보는 재미는 전문가가 비전문가는 볼 수 없는 문제점을 찾아내고, 그에 대한 해답을 제시하는 일련의 프로세스에 있다. 물론 지적을 당한 당사자가 전문가의 조언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문제를 개선해 나가는 과정도 흥미롭다. 일종의 성장 드라마라고 할까. 그 과정에서 발생하는 갈등은 드라미틱한 이야깃거리를 만들지만 핵심적인 포인트는 아니다. 솔루션 프로그램이 사람들의 많은 관심을 끌고 사랑받는 까닭은 그것이 우리 삶에도 적용시킬 여지가 있기 때문이다. 3년째 뜨거운 사랑을 받고 있는 SBS 은 요식업 종사자에게 교과서처럼 여겨질 뿐 아니라 요식업과 무관한 다수의 시청들에게는 자신(의 문제점)을 돌아볼 보조 교재로 활용된다. 간접 경험을 통해 배움을 얻는 것이다. 성남시 모란역 뒷골목을 찾아간 ..

2020년 SBS 연예대상에서 '공익예능상(김성주)'을 수상했던 이 새해를 맞아 마음을 다잡고 힘차게 출발했다. 2021년 첫 번째 골목이자 의 29번째 골목은 성남시 모란역 뒷골목이었다. 5분 거리에 있는 모란 사거리는 상권이 살아있는 반면에 모란역 뒷골목은 사람들이 없어 휑하기만 했다. '백종원 매직'이 간절한 곳이었다. 첫 번째 식당인 '생면국숫집' 사장님은 요식업 경력만 22년 9개월의 베테랑이었다. 중간에 10년을 쉬었다는 걸 감안하면 '요식업계의 시조새'격이었다. 경기도 포천의 백운계곡에서 식당을 운영했던 사장님은 1988년 하루 최고 매출 700만 원을 기록했을 정도로 장사의 맛을 경험했었다. 하지만 그 이후 8개의 점포가 줄줄이 폐업했고, 교통사고까지 겪으며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고 털어놓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