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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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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153) 그럼엽서 속으로 걸어들어가는 것은 우리가 경험할 수 있는 비전 중에서도 가장 초라하고 빈약한 비전에 속할 것이라고 나는 생각한다. 그것은 예상치 못한 불행이며, 당황스러운 기분을 야기하기도 한다. 이곳은 분명 의심 없이 아름다운데, 놀랍게도 아무런 감동을 불러일으키지 못하기 때문이다. - 배수아, 『처음 보는 유목민 여인』 -
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152) 글을 쓰는 것은 즐겁지 않다. 괴롭고 고단하며 매 순간 자신의 재능을 의심하며 좌절감을 느낀다. 그러므로 만족이나 승리의 기쁨을 맛볼 수가 없다. 문제는 글을 쓰지 않을 때가 훨씬 더 힘들다는 것이다. 글을 쓰지 않으면 자신이 낙오자로 느껴질 뿐만 아니라 인생에 대한 의미를 상실하기 때문이다. - 프란시스 아말피, 『불멸의 작가들』 -
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151) 마지막으로, 잘 잊히는 집도 있다. 그 집들은 절대 과거의 치욕이나 오랜 원한 등을 담지 않는다. 그 집의 계량기는 늘 '0'을 가리키고 그 안에 놓인 기억의 수첩은 여려 때마다 첫 페이지가 펼쳐진다. 그곳에서는 매일 삶이 시작되고, 여전히 모든 것이 가능하며, 틀에 박힌 일상이란 하나도 없다. 그렇게 그 집에는 과거도, 우울도 없고, 어쩌다가 그 집에 살았던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그 집에 살았다는 기억도 없다. - 페르난도 레온 아라노아, 『여기 용이 있다』 -
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150) 나는 떠난다.내 삶의 속도를 다른 이와 비교하기 시작할 때,마음에 감기가 걸렸을 때,힘차게 뛰어오르기 전 잠시 숨을 고르기 위해,내 안의 상처를 더 깊이 들여다보기 위해,낯선 사람들에게서 받는 친절을 경험하기 위해,스스로 쌓은 벽을 빠져나와 다시 한번 깨어지기 위해,떠나고 싶을 대는 주저하지 않고 떠나야 한다는 걸지금까지의 여정이 증명해주었기에, 그래서나에게 여행은 그리움의 몸짓이다.잃어버린 나에 대한, 잊어버린 나에 대한,그것은 열정의 몸짓이다.흘러간 시간을 쫓아 내일을 마중 나가는. -이애경, 『떠나지 않으면 안 될 것 같아서』-
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149) 만약 누군가를 사랑하게 되거든.많이 먹지 말고 속을 조금 비워두라.잠깐의 창백한 시간을 두라.혼자 있고 싶었던 때가 있었음을 분명히 기억하라.어쩌면 그 사람이 누군가를 마음에 둘 수도 있음을,그리고 두 가운데 한 사람이사랑의 이사를 떠나갈 수도 있음을 염두에 두라.다 말하지 말고 비밀 하나쯤은 남겨 간직하라.그가 없는 빈집 앞을 서성거려보라.우리의 만남을 생의 몇 번 안 되는 짧은 면회라고 생각하라.그 사람으로 채워진 행복을다시 그 사람을 행복하게 함으로써 되갚으라.외로움은 무게지만 사랑은 부피라는 진실 앞에서 실험을 완성하라.이 사람이 아니면 죽을지도 모른다는 예감과 함께 맡아지는운명의 냄새를 모른 체하지 마라.함께 마시는 커피와 함께먹는 케이크가이 사람과 함께가 아니라면 이런 맛이 날 수 없다는 사실..
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148) 북극을 가리키는 지남철은 무엇이 두려운지 항상 바늘 끝을 떨고 있다. 여윈 바늘 끝이 떨고 있는 한 우리는 그 바늘이 가리키는 방향을 믿어도 좋다. 만일 그 바늘 끝이 불안한 전율을 멈추고 어느 한곳에 고정될 때 우리는 그것을 버려야 한다. 이미 지남철이 아니기 때문이다. - 신영복 -
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147) 크놀프가 말했다."모든 사람은 영혼을 가지고 있는데, 자신의 영혼을 다른 사람의 것과 섞을 수는 없어. 두 사람이 서로에게 다가갈 수도 있고 함께 이야기할 수도 있고 가까이 함께 서 있을 수도 있지. 하지만 그들의 영혼은 각자 자기 자리에 뿌리내리고 있는 꽃과도 같아서 다른 영혼에게로 갈 수가 없어. 만일 가고자 한다면 자신의 뿌리를 떠나야 하느데 그것 역시 불가능하지. 꽃들은 다른 꽃들에게 가고 싶은 마음에 자신의 향기와 씨앗을 보내지. 하지만 씨앗이 적당한 자리에 떨어지도록 꽃이 할 수 있는 일은 아무것도 없어. 그것은 바람이 하는 일이야. 바람은 자신이 원한느 대로, 자신이 원하는 곳에서 이곳저곳으로 불어댈 뿐이지." - 헤르만 헤세, 『크눌프』 -
버락킴의 오래된 공책 (146) 그녀는 여전히 그를 사랑하고 있는지 모른다. 그러나 연약한 소녀와 다를 바 없는 이 여자에게서 너무 많은 것을 요구하면 안 된다. 물론 그는 '당신에게 자유를 돌려주겠소.'라는 식의 한심한 문장은 내뱉을 수 없었다. 그는 자신이 무엇을 할 것인지, 자신의 미래에 대해 이야기했다. 그가 계획하고 있던 삶속에서 그녀는 포로가 아니었다. 그에게 고마움을 표하기 위해, 그녀는 작은 손을 그의 팔에 얹었다. "당신은 내 전부예요. 사랑하는 당신…… 당신이 내 전부예요." 그건 사실이었다. 하지만 그는 이 말을 듣고, 자신들이 서로 인연이 아님을 깨달았다. - 생텍쥐페리, 『남방우편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