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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견과 결의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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견과 결의 이야기 #. do not fade 결아, 괜찮겠지?놓고 또 놓치다보면 가벼워지겠지?버리고 또 버려지다보면 가벼워지는 거지?괜찮다고 말해줘.그래도 된다고 말해줘.다, 버리고 놓쳐도 괜찮다고 얘기해줘. 결아, 오늘도 어김없이가장 무거운 건 '감정'이었어. 견아, 존재하기 위해 살아가는 사람들의 틈바구니 속에서너는 매일같이 다른 눈빛을 하고 있었지.너는 알고 있었겠지?희미해지는 것도 아니고, 바래지는 것도 아니야.사라지지 않는 방법은, 존재하지 않는 것뿐이었어. 견아, 오늘도 어김없이가장 무서운 건 '감정'이었어.
견과 결의 이야기 #. 무엇이 남았나. 견아, 기억한다는 것이이처럼 어렵단 걸 알았다면그토록 잊으려 애쓰지 않아도 좋았겠지.무엇이 남았나. 이제 헐거운 잔상뿐,그조차도 '그 아이'가 아니라그 아이를 떠올리는 '나'만 덩그러니, 남겨졌어. 결아, 우린 '무엇'을 기억할 수 있는 걸까.끝내 우리가 붙잡았던 것은 무엇일까.움켜쥔 손을 펴보는 게 두려웠지.감았던 눈을 뜨는 게 두려웠지.참았던 숨을 쉬는 게 두려웠지.무엇이 남았나.정작, 우린 무엇도 기억할 수 없었어.이제 '그 아이'가 아니라 '너'를 놓아줘.
견과 결의 이야기 #. 무엇이 필요했던 밤 견아, 위로가 필요한 밤이 있었어.물론 짧았지.어떤 것도 남지 않은 두 손에핏기라도 가두고 싶어서어떻게든 버텼지.위로가 필요한 밤이 있었어.이젠 까마득한 그 어느 날 밤에 말이야. 결아, 상처가 필요한 밤이 있었어.물론 오래 걸리지 않았지.헤집고 뜯어내고 뭉개고 다시 할퀴고 망가뜨리는 건 참 쉽더라.아파야 살아 있는 것 같았지. 상처가 필요한 밤이 있었어.지금도 선명한 그 어느 날 밤에 말이야.
견과 결의 이야기 #. 슬픔을 기억하는 방법 결아, 나는 모든 일들이 '뉴스' 같았으면 좋겠다고 생각해. "교통사고로 일가족 4명 사망." 우린 그 건조한 문장에서 어떤 '슬픔'도 느끼지 못하잖아. 거기엔 '관계'도 '사연'도 없으니까. 견아, 무심코 보게 된 뉴스에서 누군가의 죽음이 흘러나올 때, 나는 거기에 이름을 넣어. 무심한 그 문장들에 '슬픔'이 없는 이유는 '관계' 때문도 아니고, '사연' 때문도 아닐지 몰라. 어쩌면 거기엔 '이름'이 없기 때문인가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