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70년 11월 13일, 20살 청년 김영문 씨는 다급하게 택시에 올라탔다. 이동하는 내내 초조해 보였다. 그의 머릿속에는 오로지 한 가지 생각뿐이었다. '이 소식을 어떻게 전하지?' 친구가 크게 다쳐 위독한 상황, 김영문 씨는 친구의 어머니에게 안타까운 비보를 전하러 가는 길이었다. 쌍문동 208번지, 친구의 집에서 만난 어머니는 뭔가 짐작하고 있는 듯했다. 병원에 도착한 어머니는 참혹한 상태로 병실에 누워 있는 아들을 마주했다. 얼굴부터 발끝까지 붕대가 감겨 있었다. 화상으로 인한 상처 때문이다. 그에게 무슨 일이 있었던 걸까. 겨우 입을 뗀 아들의 목소리는 단호했다. 죽음을 직감한 듯했다. 어머니에게 '약속'을 지켜달라고 몇 번이나 다짐을 받은 후 아들의 숨이 끊어졌다. 죽는 순간까지 간절했던 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