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1/04/10 2

[단상, 하나] 소소한 언어, 내가 닿지 못한 영역

극적인 어휘를 쓰고, 유려한 표현을 지어내야 글을 잘 쓰는 거라 생각한 때가 있었다. 그런 문장들에 홀로 취한 때도 많았다. 그러나 이젠 안다. 소소한 삶의 언어들로 직조된 글들이 훨씬 쓰이기 어렵다는 것을. 그런 글들의 단단함과 무게를. 일상적 언어가 담기지 않은 글은 푸석하고 공허하다. 일상의 언어로 채워진 글은 살아있고, 또 스스로 살아간다. 여전히 내가 닿지 못한 영역이다.

걸핏하면 가출하는 10살 금쪽이, 틀어진 부모와의 관계로 매일같이 외로웠다.

"실은 작가님.. 아이가 (오후) 1시에 집을 나갔어요." 채널A 제작진 앞으로 다급한 전화가 걸려왔다. 금쪽이 엄마는 사연을 보낸 지 1년이 지나 10살이 된 금쪽이를 더 이상 감당하기 힘들다며 도움을 요청했다. 작년에는 무슨 까닭으로 사연을 보냈던 걸까. 당시에는 금쪽이가 동생이 태어난 사실을 받아들이지 못해 솔루션을 받기로 했지만, 촬영을 인지하고 행동을 제한하는 바람에 결국 별다른 소득이 없었다. 그런데 집을 나갔다는 건 도대체 무슨 말일까. 말 그대로 가출일까. 엄마는 금쪽이가 친구들과 놀이터에서 놀겠다고 하자 온라인 수업부터 들으라고 붙잡았다고 했다. 하지만 금쪽이는 말을 듣지 않았고, 화가 난 엄마는 말을 안 들을 거면 나가라고 소리를 쳤다고 했다. 그 대신 마음대로 못 들어온다는 엄포까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