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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혹평을 받았던 부대찌개집과 극찬을 받았던 감자옹심이집에 이어 소개된 오류동 골목의 세 번째 식당은 옛날통닭집이었다. 사장님은 직원 생활만 37년을 한 끝에 처음으로 자신의 가게를 갖게 됐다고 소회를 밝혔다. 옛날통닭이라.. 과연 맛은 어떨까. 기대를 해도 좋을까. 일단, 가게 안에 가득한 기름 냄새는 음식에 대한 기대치를 확 떨어뜨렸다. 환기가 전혀 되지 않는 듯했다. "나 반쪽 먹고 포기하고 있는 거야. 너무 느끼해서." 아니나 다를까, 백종원은 한입 먹어보더니 느끼해서 먹을 수가 없다며 손을 뗐다. 닭껍질 튀김은 어떨까. 아무래도 요즘 젊은 세대들에게 각광받는 음식이다니 트렌드에 맞게 조리를 하지 않았을까. 그러나 이번에도 느끼하다는 평가가 내려졌다. 입안에 오래도록 남는 느끼함에 백종원은 정인선은 ..

햄버거는 정말 거부할 수 없는 마력을 지닌 음식이죠. 부드러운 빵과 촉촉한 패티를 한입 크게 베어물고, 시원한 콜라를 들이킬 때의 짜릿함이란! 거기에 감자튀김은 왜 그리도 맛있는 걸까요. 3박자가 딱 맞아떨어집니다. 물론 칼로리도 어마어마하죠. 맥도날드, 롯데리아, 버거킹, KFC 등 여러 프랜차이즈 햄버거도 맛있지만, 아무래도 수제 햄버거만의 특색있는 맛과 정성스러움이 그리울 때가 있죠. 그런데 괜찮은 수제 햄버거집을 찾기가 그리 쉽지는 않습니다. 가격만 비싸고 실망스러울 때가 많죠. 마포구 공덕동에 '클래식 햄버거'라는 수제 햄버거집이 있습니다. 상호에서 뭔가 고급스러움과 자부심이 느껴지지 않나요? 공덕역 3번 출구에서 나와서 아현동 방향으로 쭉 걸어가면 발견할 수 있는데요. 식사 시간에는 웨이팅이 ..

조용한 시골 마을의 주택, 모녀 보호자는 다섯 마리의 반려견과 함께 살고 있었다. '강한아이들이랑', 반려견들의 이름을 쭉 나열해 그리 불렀다. 센스있는 작명이었다. 폼피츠 '강(수컷, 10살)'과 '한(암컷, 10살)'은 긴 기간 싸우지 않고 사이좋게 지낸 동갑내기 친구였다. 딸 보호자는 모란시장에 갔다가 철창 속에 있는 녀석들을 발견하고 첫눈에 반해 집으로 데려오게 됐다고 했다. 보더콜리 '아이(암컷, 2살)'은 천재견이라 해도 무방할 정도로 똑똑한 녀석이었다. 마찬가지로 보더콜리인 '들(암컷, 2살)'은 욕심 없이 느긋한 성격이었다. 여기에 진돗개 '이랑(수컷, 1살)'이 더해졌다. 아파트에서 살다가 주택으로 이사한 보호자들은 왠지 무서운 생각이 들던 차에 지인의 진돗개가 새끼를 낳았다는 소식을 듣..

나무로 집을 짓는다? 흔히 나무로 지은 집이라고 하면 산 속의 오두막 정도가 연상되지만, 세계의 여러 나라들이 앞다퉈 쌓아올리고 있는 목재 건축물은 그런 수준이 아니다. 작고 실용적인 공간부터 수십미터에 달하는 빌딩까지 다양하다. 외관이 아름답고 멋스러울 뿐더러 친환경적이다. 시멘트, 철, 플라스틱 같이 탄소를 배출하는 건축 재료가 없거나 거의 들어가지 않기 때문이다. 지난 17일 방송된 JTBC '나무의 혁명 편은 '목재 건축'이 세계적인 건축 트렌드로 떠오르고 있는 흐름을 짚어봤다. 먼저 노르웨이로 떠나보자. 브루문달이라는 작은 도시에 세워진 '우드 호텔'은 이름 그대로 나무로 지어졌다. 브루문달 지역 인근의 나무 12,000 그루로 구성되어 있다. 우드 호텔은 뉴욕 디자인 어워드를 비롯해 유럽 각종..

"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해양 포유류의 33%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데요. 우리 바다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새벽 2시, 충청남도 서천군 홍원항에 조업을 중단하고 돌아온 꽃게잡이 배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무슨 일일까. 그물에 함께 걸려온 밍크고래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바다의 또로'라 불리는 밍크고래는 수천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부르는 게 값이다. 밍크고래의 길이를 재고, 위판장으로 옮기느라 홍원항은 순식간에 분주해졌다. 그런데 그곳에 또 다른 죽음이 있었다. 상괭이였다. 사람들이 5미터가 넘는 밍크고래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갑판 위에는 함께 그물에 걸려 질식사한 상괭이가 외로이 누워있었다. 조업을 하다보면 상괭이가 그물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부분 그냥 바다에 버린다고 한다...

"왜 사람으로 생각하지 않느냐. 우리는 죽어야만 관심을 가져는 존재냐." 지난해 12월 20일, 경기도 포천에는 한파 경보가 내렸다. 기온은 영하 20도까지 떨어졌다. 뼈가 시릴 정도의 강추위였다. 그날 캄보디아 출신의 이주노동자 속헹씨가 숨진 채 발견됐다. '(집이라 불릴 수 없는)집'에서 말이다. 4년 전 한국에 온 31살 속헹 씨가 살던 곳은 농지 위에 설치된 불법 가건물이었다. 검은 천을 뒤집어 씌운 외부는 비닐하우스처럼 되어 있고, 안쪽은 컨테이너였다. 당연히 채광이 나빴고, 창이 없으니 환기도 되지 않았다. 단열도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다. 위생은 말할 것도 없었다. 거주 공간으로 삼기에 모든 점에서 문제투성이였다. 화장실은 더욱 충격적이었다. 잠금장치도 없는 푸세식 간이 화장실은 사람들이 다니..

육아에 동서양의 문화나 인종의 차이가 있을까. 한때 '프랑스식 육아', '미국식 육아' 등 (우리와의) 차이점을 강조한 육아법이 유행하기도 했고, 어떤 부모들은 나라 별로 다른 훈육 방법에 많은 관심을 보이기도 한다. 모두 아이를 사랑하는 마음과 좀더 잘 키우고 싶다는 의지의 표명일 것이다. 그러나 오은영의 대답은 육아의 기본적인 원칙은 결국 똑같다는 것이었다. 지난 16일 방송된 채널A 에는 7살 아들과 5살 딸을 둔 다문화 가정의 엄마 아빠가 고민을 들고 찾아왔다. (다문화 가정은 지난 8회에 올리비아가 출연하고 두 번째다.) 아빠는 한국인이고, 엄마는 동유럽에 위치한 벨라루스인이었다. 한국 생활을 한 지 14년차인 엄마는 한국말도 상당히 유창했다. 과연 이들의 육아는 어떤 모습일지 궁금했다. 엄마가..

SBS 의 32번째 골목은 구로구의 오류동 골목이다. 구로구는 2000년 '디지털산업단지'로 명칭이 변경된 후 IT벤처타운으로 탈바꿈했지만, 1970~80년대에는 '구로 공단'이라는 이름으로 많이 불렸다. 제조업의 메카였고, 노동자들의 애환이 담긴 곳이었다. 수출의 역군이라는 긍정적인 이미지와 함께 공업단지라 낙후되었다는 인식도 존재한다. 구로구는 안양천을 경계로 동서로 나뉘는데, 동부와 서부 상권은 완전 극과 극이었다. 동쪽은 대규모 백화점이 입점했고, 1호선과 2호선 더블 역세권으로 상권이 발달했다. 유동인구만 무려 700만 명에 달했다. 하지만 서쪽은 상대적으로 많이 낙후되어 있는 상태였다. 은 그 서쪽에 위치한 세 곳의 식당, 부대찌개집과 감자옹심이집, 옛날통닭집을 찾았다. "안 먹어봐도 알겠지만..

만두(암컷 18개월)는 래브라도 레트리버와 풍산개이 믹스견이다. '도움견'으로 활약할 만큼 영리한 레드리버의 유전자와 호랑이를 사냥하는 개라 불릴 정도로 용맹한 풍산개의 유전자를 물려받았다. 똑똑하고 날렵했다. 집중력도 좋았다. (사람들과 어울려 살기에) 좋은 점만 타고 났다면 좋았겠지만, 만두의 유전적 특성은 그 반대로 작동했다. 제대로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이다. 엄마 보호자는 폐공장에 태어나서 방치되어 있다가 구조된 만두를 데려오게 됐다고 했다. 생후 10일 정도 됐을 때였다. 원래는 시골에 있는 친정에 보낼 계획이었지만, 젖을 먹이고 배변을 치우다보니 어느덧 정이 들어 계속 키우게 됐다고 설명했다. 정이 많고 따뜻한 보호자였다. 엄마 보호자가 만두에게 더욱 애틋한 건 중성화 수술로 인해 고생했던..

날것을 먹지 못하는 사람에게 횟집은 존재 가치가 없는 곳입니다. (능독적으로) 절대 찾아갈 일이 없기 때문이죠. 세상에 맛있는 게 얼마나 많은데, 굳이 횟집을 갈 이유가 없거든요. 하지만 살다보면 불가피한 선택을 해야 하는 날도 있기 마련입니다. 가령, (육고기가 질렸다는 팀원들과의) 회식이 있다거나, (OO가 제철이라며 애써 어필하는) 지인들과 모임이 있거나, (우리는 언제쯤 회를 먹어보냐는) 사랑하는 사람의 간절한 눈빛을 외면할 수 없는 경우 말이죠. 김포의 고촌읍에 위치한 '정원수산'은 회를 못 먹는 사람도 부담없이 갈 수 있는 횟집입니다. 왜냐하면 '스끼다시(일식집에서 주된 음식이 나오기 전에 가볍게 먹을 수 있도록 내어주는 음식이나 술안주)'가 다양하고 넉넉하게 나오기 때문이죠. 꼬막부터 홍합탕..