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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성과 확장성 추구한 '놀면', 김태호 없이 가능할까?

너의길을가라 2021. 10. 3. 0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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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놀면 뭐하니?>가 '+'를 추가한 지 한 달이 조금 지났다. '+'의 의미는 '패밀리십'이다. 유재석이 다양한 부캐로 변신하는 등 홀로 고군분투하던 시기가 마무리되고, 고정 멤버를 영입해 함께 프로그램을 꾸려 나가게 됐다. 당장의 효과는 '안정성'이다. 제작이 수월해졌다. 섭외의 짐을 덜었고, 예측이 가능해졌다. 또, 혼자가 외로웠던 유재석은 심리적 안정을 찾았다. 벌써 표정부터 달라졌다.

패밀리십의 주인공들은 정준하, 하하, 신봉선, 미주였다. 정준하와 하하가 합류하면서 사실상 <무한도전> 시즌2가 아니냐는 얘기가 많았다. 애시당초 그렸던 그림은 그와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다만, 노홍철과 정형돈이 고사하고, 양세형이 일정 등을 이유로 불참하면서 엎어졌다. 그 과정에서 새롭게 신봉선과 미주가 추가됐다. 이 변화에 대해서는 아쉬움과 기대가 공존했다.

<놀면 뭐하니?+>의 차별점은 성비(性比)이다. 신봉선과 미주의 합류로 남녀 성비가 3:2가 됐다. 좀더 긍정적으로 해석하면, 사실상 진행자 역할을 맡는 유재석을 제외하면 2:2의 균형이 맞춰진 셈이다. 과거 <무한도전>은 말할 것도 없고, 이전의 <놀면 뭐하니?>가 남성 출연자 중심이었던 것에 비해 장족의 변화이다. 여성 멤버의 등장으로 다룰 수 있는 웃음과 재미의 폭도 한결 넓어졌다.


KBS2 <개그콘서트>에서 두각을 드러냈던 신봉선은 이후 <해피투게더> 등 예능 무대로 옮겨 역량을 뽐냈다. 하지만 캐릭터가 식상해지고, 스스로 매너리즘에 빠지며 침체기를 겪었다. 슬럼프를 이겨낸 원동력은 송은이와 함께 한 '셀럽파이브'였다. 최근에는 SBS <골 때리는 그녀들>에서 맹활약하는 등 다시 한번 각광받고 있다. 다만, 아직까지 <놀면 뭐하니?+>에서의 역할은 제한적이다.

미주는 최근 가장 핫한 예능인 중 한 명이다. tvN <식스센스> 등에서 유재석과 꾸준히 호흡을 맞추면서 시청자들의 눈길을 사로잡았다. 특유의 발랄함과 깨방정을 부담감 없이 캐릭터화했다. 그리고 지금은 어엿한 주말 예능의 한 축을 담당하게 됐다. 미주의 강점은 솔직함과 에너지다. 또, 퀴즈에서 발휘되는 웃음 사냥 능력은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다만, 늘 비슷하다는 점은 약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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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리하자면, <놀면 뭐하니?+>는 패밀리십 구축을 통해 안정성과 확장성, 두 마리 토끼를 동시에 잡고자 했다. 그 중 정준하와 하하는 '안정성'에, 신봉선과 미주는 '확장성'에 방점이 찍혀 있는 셈이다. 정준하와 하하는 익숙한 방식의 웃음을 만들어 내며 시청자들에게 <무한도전>을 연상케 한다. 식상하다고 생각되기도 하지만, 분명 확실한 무기 하나를 마련했다고 볼 수 았다.

신봉선과 미주는 분명 '원석'은 아니다. 애당초 연예계의 숨겨진 보석을 찾겠다던 <놀면 뭐하니?>의 기조와는 맞지 않는다. 하지만 신봉선의 경우 재발견의 여지가 충분하고, 미주 역시 보여주지 않은 매력이 훨씬 많다. 한 가지 우려스러운 건 캐릭터가 분명치 않다는 점이다. <무한도전>은 기본적으로 캐릭터쇼였기에 두 사람이 자리잡기 위해서는 자신의 캐릭터를 만들어내야만 할 것이다.


그럼에도 긍정적인 건 신봉선이 공개 코미디에 잔뼈가 굵다는 점인데, 예능식 콩트가 가능하기 때문에 캐릭터쇼에 훨씬 더 수월하게 스며들 것으로 보인다. 미주도 솔직함을 토대로 예상밖의 매력을 보여주며 잘 적응하고 있는 듯하다. 아직까지는 탐색전에 가깝다. 앞으로의 프로젝트를 통해 구체화될 전망이다. 물론 자신만의 캐릭터를 만들어내지 못한다면 도태될 가능성도 있다.

한 차례 재정비를 마친 <놀면 뭐하니?+>의 가장 큰 고비는 김태호 PD의 이탈이 될 것이다. 김태호는 12월 퇴사를 선언하면서 "함께 일했던 후배 PD들이 계속해서 프로그램을 이끌어갈 예정"이라고 밝혔다. 시청자들은 당장 김태호 없는 <놀면 뭐하니?+>를 상상해야 한다. 김태호가 카메라 하나 들고 유재석을 찾아가면서 시작됐던 프로그램인지라 아무래도 그의 공백은 어색하게 느껴진다.

패밀리십 구축을 통한 안정성과 확장성 도모, 12월로 예정되어 있는 김태호 PD의 이탈. <무한도전> 2기라고 할 수 있는 <놀면 뭐하니?+>가 중대한 변화의 기로에 섰다. 변화의 바람을 타고 훨훨 날아오를지 또는 그 반대가 될지 지켜보도록 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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