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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락사 권유받던 광란의 개, 강형욱은 왜 문제없다고 했을까?

너의길을가라 2021. 8. 18. 0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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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XX들? 미친놈들이야."


강형욱 훈련사도 페터테일 테리어 순종을 만난 건 처음이다. KBS2 <개는 훌륭하다> 86회에서 테일이(페터테일 테리어+라이카)를 만난 후, 제주도에 있는 훈련사에게 연락을 취한 강형욱은 과격한 대답을 들었다고 했다. 사냥꾼들이 기르는 개라 가정집에서는 못 키울 거라는 얘기도 있었다. 진돗개 두 마리가 간신히 잡는 오소리를 혼자 잡는다고 하니 사냥 본능이 어느 정도인지 알 듯했다.

'작은 악마'라 불리는 페터테일 테리어는 영국에서 사냥개로 유명한 종으로 불테리어의 혈통이다. 활동력이 좋고, 대담한 성격을 지녔다. 지난 16일 방송된 <개훌륭>의 고민견 보리(암컷, 5살)는 지난 번 만났던 카네코르소와는 비교도 되지 않을 정도로 흉폭했다. 제작진이 방문하자 흥분을 주체하지 못하고 이리저리 날뛰었다. 순간 보호자가 목줄을 놓쳐 아찔한 순간이 벌어졌다.

보리의 흥분도는 상상을 초월했다. 펜스 정도는 가볍게 뛰어넘었고, 방 안에 있는 제작진에게 달려들었다. 공격성을 테스트하기 위해 방호복을 입고 온 제작진의 옷을 물고 흔들기까지 했다. 마치 사냥감을 대하는 듯했다. 한번 물면 절대 놓는 법이 없었다. 정말 심각한 문제는 따로 있었다. 보리가 함께 살고 있는 몰티즈 또리(수컷, 11살)를 공격해 숨통이 끊어질 정도로 물었다.

강형욱은 그럴 때는 "사람이 개가 돼서 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통제가 안 되는 보리도 문제였지만, 더 심각한 건 기본기가 부족한 보호자였다. 전혀 통제하지 못했다. 이리저리 끌려다니는 등 힘에서 감당이 안 됐다. 또, 통제력이 부족한데도 엘리베이터 문이 열리면 곧바로 이동했다. 당연히 보리는 열리는 문 안쪽으로 달려들었고, 주민들은 그런 보리 때문에 화들짝 놀랄 수밖에 없었다.

"미취학 아동뿐만 아니라 중학생한테도 달리거나 걸어도 저런 공격성이 나올 거예요." (강형욱)


강형욱은 영상을 통해 보리를 보고 깊은 고민에 빠졌다. 보리는 탁월한 사냥개였다. 재능이 매우 뛰어났다. 훈련사들은 직업적 특성상 개의 훈련 재능을 상기시키기 마련이다. 이 경우 훈련과 통제를 같이 배워야 하는데, 보리의 보호자에게 그건 너무 가혹한 일이었다. 강형욱은 폭탄을 만드는 격이라 결국 훈련 욕구를 낮춰야 하는데 그게 가능할지 의문이라고 말했다.

현관문이 열리기 무섭게 보리는 사납게 짖어댔다. 강형욱은 보호자와 대화를 시도했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았다. 통제를 시도하게 위해 강형욱이 목줄을 건네받았다. 그리고 목줄을 잡아채 보리의 움직임을 통제했다. 묘한 긴장감이 돌았다. 초반에 비해 확연히 기세가 줄어들었다. 강형욱은 보리를 겪어 본 후 통제가 안 되는 개는 아니라고 설명했다. 가능성을 발견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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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형욱은 터그 놀이를 하며 보리의 성향 파악에 나섰다. 그러면서 보호자에게 목줄을 잡은 상태에서는 휘청거리거나 끌려다니지 말라고 따끔하게 경고했다. 줄을 잡는 건 훈련에 있어 기본 중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강형욱의 말에 보호자는 줄을 단단히 고쳐 잡았다. 따지고 보면 보리를 훈련시키는 것보다 보호자의 제어 능력을 키우는 게 훨씬 더 중요하고 시급한 일이었다.

강형욱은 의외로 보리에게서 공격성이 많이 보이지 않는다며, 보리의 행동은 단지 '놀이'였을 거라고 분석했다. 이제 제대로 노는 법을 배워야 할 때였다. 터그를 스스로 놓는 법을 가르치기 위해 보리를 기다렸다. 10분이 넘도록 지속됐다. 턱 떨림이 심한 상태였다. 자신의 의지대로 놓지 못하는 상태였다. 보리의 건강을 위해서라도 꼭 고쳐야 하는 놀이 습관이었다.

얼마나 더 기다렸을까. 어느 순간 보리가 터그를 놓는 게 아닌가. 강형욱은 아낌없이 칭찬을 해주며 다시 터그를 건넸다. 훈련에 있어 적절한 칭찬과 보상은 필수였다. 다시 목표물을 놓을 차례였다. 학습이 됐을까. 예상외로 보리는 터그를 쉽게 놓았다. 하지만 강한 집착을 보였다. 강형욱의 보디 블로킹에도 목표물을 향해 시선을 고정시킨 채 달려들 타이밍만 보고 있었다.

"테리어들은 사냥감이 있는 곳에 풀면 쫓아가서 물고, 뜯고, 잡아당기는 것까지 혼자 다 해요. 추적도 혼자 하고 죽이는 것까지 혼자하는 역할이다 보니까 다른 사람하고 호흡을 맞출 필요가 없었던 거예요."(강형욱)


보리가 옷을 물어뜯는 이유는 훈련 재능이 해소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다면 같은 개인 또리에게는 왜 그토록 공격적이었을까. 보리는 테리어로서의 본능이 매우 강했는데, 같은 개의 표정을 읽고 소통하는 상호 작용도 거부했다. 결국 보호자의 통제 수위가 중요했다. 강력한 통제를 유지하는 것이 관건이다. 강형욱은 널찍한 공간으로 이동해서 교육을 재개하기로 했다.

강형욱은 공을 가지고 보리와 신나게 놀아줬다. 넓은 마당이 없는, 민가와 떨어지지 않은 도심에서는 하기 힘든 일이었다. 보리는 조금씩 마음을 열어나갔다. 처음에는 한번 문 공을 놓으려 하지 않았지만, 차츰 강형욱의 훈련에 따라왔다. 놀이라는 걸 인지한 듯했다. 강형욱은 보리에게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그동안 지적받고 혼났던 행동을 칭찬받으니 혼란스러워 하는 것 같았다.

보리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면 그동안 관심 있는 것은 즉시 치워졌고, 갑갑한 마음에 투정을 부리면 혼나기 일쑤였다. 수틀리면 격리당하는 신세였다. 강형욱은 그런 보리의 마음을 대변해 설명했다. 그런 마음은 모른 채 그저 보리가 말썽만 부린다고 생각했던 보호자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한번도 보리의 마음을 고려해보지 않았던 자신을 반성했다. 그리고 미안함에 어쩔 줄 몰라했다.

한 주에 한번 정도밖에 산책을 못하는 보리를 위해 강형욱은 산책을 제안했다. 우려했던 것보다 훨씬 더 수월했다. 오히려 보리는 어쩔 줄 몰라 떨고 있었다. 주변 환경에 익숙하도록 해줘야 했다. 차근차근 환경을 인지시켰다. 짖거나 위협적인 행동을 할 때는 예쁜 말로 지적하지 않고 단호하게 대하라고 조언했다. 보호자의 훈련 여부에 따라 보리는 훨씬 좋아질 여지가 있었다.

"안락사 시키라는 말도 들었고.. 마당 있는 집으로 보내라는 얘기도 들었어요." (보호자)


훈련을 마친 후, 강형욱은 마당 있고 훈련을 잘하는 사람이 키웠다면 보리는 문제가 전혀 없는 개라고 평가내렸다. 하지만 최종적으로 어떤 말을 할지에 대해서는 고심했다. 과거의 아픈 경험 때문이었다. 당시 공격성 있는 개를 키우는 보호자가 찾아와 희망을 주고 응원했는데, 결국 그 개가 아이를 물어버린 것이다. 그때 안락사를 권유했다면 그런 일이 발생하지 않았을 거라는 얘기였다.

고민에 빠진 강형욱은 그럼에도 "괜찮잖아."라고 답했다. 통제만 잘하면 얼마든지 가능하다고 봤다. 문제는 '보호자가 할 수 있을까'였다. 강력한 통제만이 불행을 막을 수 있고, 만약 통제를 못하면 보호자가 안락사를 선택하지 못하는 날이 올 거라고 경고했다. 보호자는 강한 의지를 보였다. 그리고 최선을 다해 보리와 놀아주었다. 과연 보호자와 보리는 바뀔 수 있을까.

부디 보호자가 최소 6개월에서 1년이 걸리는 훈련을 충실히 수행한다면 보리는 분명 달라질 것이다. 보호자만 포기하지 않는다면 보리는 결국 변화할 것이다. 강형욱이 고심 끝에 내린 결론이 헛된 바람으로 귀결되지 않도록 보호자가 지금의 강한 의지를 잘 유지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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