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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환경스페셜] 아무도 주목 않은 상괭이의 죽음, 관심만이 저 돌고래를 살린다

너의길을가라 2021. 4. 18. 12:5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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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현재 지구상에 존재하는 해양 포유류의 33%가 멸종 위기에 놓여 있는데요. 우리 바다에서도 예외가 아닙니다."

새벽 2시, 충청남도 서천군 홍원항에 조업을 중단하고 돌아온 꽃게잡이 배 주변으로 사람들이 모여들었다. 무슨 일일까. 그물에 함께 걸려온 밍크고래를 구경하기 위해서였다. '바다의 또로'라 불리는 밍크고래는 수천만 원에서 1억 원까지 부르는 게 값이다. 밍크고래의 길이를 재고, 위판장으로 옮기느라 홍원항은 순식간에 분주해졌다. 그런데 그곳에 또 다른 죽음이 있었다. 상괭이였다.

사람들이 5미터가 넘는 밍크고래에 정신이 팔려 있을 때, 갑판 위에는 함께 그물에 걸려 질식사한 상괭이가 외로이 누워있었다. 조업을 하다보면 상괭이가 그물에 걸리는 경우가 종종 있는데, 대부분 그냥 바다에 버린다고 한다. 돈이 되지도 않을 뿐더러 육지에서 폐기처분하기도 어렵기 때문이다.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되어 있지만, 상괭이는 살아서도 죽어서도 보호받지 못했다.

지난 15일 방송된 KBS2 <환경스페셜> '웃어라 상괭이' 편은 멸종위기에 처한 상괭이 보호를 위한 화두를 던졌다. 상괭이는 쇠돌고래과에 속하는 해양 포유류로 등지느러미가 없고 체구가 작다. 둥그스룸한 머리에 주둥이가 뭉뚝해 사람의 웃는 얼굴을 닮았다. 인도양을 포함한 동아시아 연안의 온난한 해수역에 주로 서식하고 있다. 그 중에서도 서해와 남해에 가장 많이 살고 있다.

흑산도에 유배됐던 정약전은 <자산어보(1814)>에 "서남해에 사는 인어 가운데 상광어가 있다. 사람을 닮아 두 개의 젖이 있다."며 상괭이를 인어라고 기록했다. <태종실록>에도 상괭이로 추정되는 큰 고기에 대한 기록이 남아 있다. 그만큼 상괭이는 우리와 밀접한 고래이다. WWF(세계자연기금) 해양보전팀 이영란 팀장 상괭이의 목숨을 위협하는 건 역시 인간의 어업 활동이라고 설명했다.

 

 


"안강망은 특정 어종을 목표로 하지 않아요. 조류에 밀려오는 모든 수산물을 잡으니까 작은 새우부터 상괭이까지 다 들어가서 잡히는 거예요."

바다에 드리운 대형 그물(안강망)에 의도치 않게 걸려드는 혼획(어획 대상종에 섞여서 다른 종류의 물고기가 함께 잡힘)이 주된 사망 원인이다. 폐호흡을 하는 상괭이는 그물 안에 잠기면 1분 안에 질식사한다. 2016년 해양보호생물로 지정된 후 더 많은 상괭이들이 바다에 버려지고 있다. 어민들 입장에서 해양 경찰에 신고하고 조사를 받는 불편을 겪느니 버리는 편이 훨씬 낫기 때문이다.

지난 겨울에는 제주 해안가에 50여 마리의 상괭이 사체가 떠밀려오기도 했다. 최근에는 3살 미만의 어린 상괭이 사체가 부쩍 늘었다. 1년만 더 살았다면 새끼를 낳을 수 있었을 친구들이었다. 해양수산부는 지난 3월 안강망에 상괭이 탈출 장치를 부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상괭이가 그물에 걸리더라도 다시 그물 밖으로 빠져나갈 수 있도록 틈을 만들어두라는 내용이었다.

 



"우리가 돈 벌려고 나오는 건데 솔직히 말해서 '상괭이 살리려고 어민 죽인다' 이건 안 맞잖아요."

고래연구센터에 따르면 연평균 1,100마리의 상괭이 사체가 발견되고 있는데, 그 중 81%(909마리)가 안강망에 인한 혼획 때문이었다. 물론 어민들은 정부의 방침에 불만이 가득하다. 정부이 일방적인 행정 조치로 어획량만 줄어들었다는 것이다. 목포 근해안강망 어선을 모는 박서아 선장은 "차라리 어업권을 가져가서 보상을 해주고 어업을 하지 말라고 했으면 좋겠"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상괭이를 보호해야 하는 이유에 대해 잘 알지 못한다. 상괭이는 바다 생태계를 풍요롭게 해주는 역할을 한다. 배설물로 영양분을 만들어 1차 플랑크톤이 산소를 생성할 수 있게 하고, 먹이사슬의 최상위 포식자로서 생태계를 지탱하는 균형추 역할을 한다. 다시 말해 상괭이가 오래 살아 있어야 인간도 바다의 풍요로운 혜택을 계속 누릴 수 있다.

 

 


"여기 와서 상괭이를 본 아이들은 아무 말 안 해도 돌아갈 때 쓰레기를 줍고 있어요. 뭐하고 있냐고 물어보면 '바다의 쓰레기를 상괭이가 실수로 먹잖아요'라고 해요. 어른들이 쓰레기를 주우라거나 쓰레기 버리지 말라고 명령하는 것보다 이렇게 귀여운 게 살고 잇다고 보여주는 것이 가장 강한 힘이된다고 생각해요."

일본은 수년 전 안강망 어업을 전면 금지했다. 그럼에도 여전히 상괭이는 생명을 위협받고 있는 실정이다. 인간에 의한 환경오염과 서식지 파괴 때문이다. 상괭이 보호에 앞장서고 있는 마사미치 하야시 씨는 상괭이를 아는 사람이 많아질수록 상괭이를 지키자는 목소리가 힘을 얻을 수 있다고 믿는다. 그래서 상괭이의 모습을 촬영해 더 많은 사람들이 상괭이를 볼 수 있도록 하고 있다.

중국의 경우는 어떨까. 양쯔강은 예로부터 어장이 풍부해 어머니의 강이라 불렸지만, 지금은 어선을 띄울 수 없다. 정부와 어민이 상괭이 보전에 뜻을 모은 결과이다. 중국 정부는 '10년 금어기'를 시행했다. 대신 어민들에게 보조금을 지급했고, 어민들도 이를 지지했다. 또, 상괭이 보호를 위해 양쯔강에 8개의 자연보호구를 지정했다. 인공번식시킨 상괭이를 방류해 개체수를 늘리는 노력도 하고 있다.

우리는 아직 갈길이 너무 멀다. 상괭이를 지키려면 정확한 개체수 파악부터 이뤄져야 한다. 또, 어민과 상괭이가 함께 살아갈 방법을 찾아야 한다. 상괭이를 지키는 것이 결국 우리를 구하는 것이라는 메시지를 공유하는 것도 중요하다. "인간에게 당장 득이 되지 않는다는 이유로 한 생명의 죽음에 우리가 무심해도 되는 걸까." 김효진의 마지막 코멘트가 가슴을 후벼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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