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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려견과 드라이브? '개는 원하지 않아!' 뼈때리는 강형욱의 일침

너의길을가라 2021. 1. 26. 12: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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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로 위를 달리다보면 차량에 탑승한 반려견을 심심찮게 보게 된다. 주로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밀고 있는데, 아예 몸의 절반 가량을 빼고 있기도 하다. 조수석에 홀로 앉히는 것도 위험한데, 심지어 운전석에서 품에 안고서 운전하는 경우도 제법 있다. 보고 있자면 아찔하다. 사고 위험성이 있을 뿐더러 자칫 급정거라도 하게 되면 반려견이 다칠 우려도 있기 때문이다.

각종 SNS에는 창문 밖으로 얼굴을 내민 채 바람을 느끼는(?) 듯한 반려견의 인증 사진도 많이 게시된다. 그런 보호자들은 이렇게 말한다. '우리 반려견은 차에 타는 걸 엄청 좋아해요.', '개들은 차가 빨리 가면 자기가 그 속도로 달리는 줄 알데요.' 과연 그건 개의 로망일까. 아니면 보호자의 자기만족일까. 지난 25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는 그에 대한 답을 제시했다.


"다른 문제는 없어요. 세상 좋은 개들인데.. 차만 타면 돌변을 해요."

이번 주 고민견은 웰시 코기(welshcorgi) 하울(수컷, 4살)과 짠(수컷, 3살)이었다. 목축견인 웰시 코기는 그 이름을 통해 특징을 파악할 수 있는데, '웰시(welsh)'는 영국의 웨일스 지방을 뜻하고, '코기(corgi)는 코가 뽀족하고 다리가 짧은 개를 의미한다. 짧은 다리는 목축견에게 더할나위 없는 장점이다. 보호자들은 한적한 곳에서 자유롭게 방목하듯 반려견을 키우고 있었다.

관찰 결과, 평소에는 큰 문제가 없어 보였다. 하지만 보호자는 하울이가 차만 타면 돌변하다고 털어놓았다. 차가 출발하면 차의 구석구석을 물어뜯었다. 뜯지 않으면 짖었고, 주행 중 경적이 울리면 시트를 물어뜯었다. 조수석 안전벨트는 물론 각종 전선도 물어서 끊고, 팔걸이도 너덜너덜해져 있었다. 이미 폐차만 2대를 할 정도였다고 하니 그야말로 '자동차 파괴왕'인 셈이다.

더 심각한 문제는 하울이가 사람까지 물기 시작했다는 것이었다. 약 1년 반 전에 첫 물림 사고가 발생했다. 차량 밖에서 하울이의 목줄을 채우던 중 경적 소리가 울렸고, 그 순간 하울이가 둘째 딸 보호자의 발목을 물어버렸다. 첫째 딸 보호자도 종아리를 세게 물린 적이 있다고 했다. 또, 비좁은 트렁크 안에서 하울이와 짠이는 서로를 물며 혈투를 벌이기도 했다.


근원적인 궁금증이 생겼다. 저리도 심하게 차를 물어뜯는데 왜 굳이 차에 태우고 다녔을까. 반려견 자동차 탑승 시 안전 수칙에 따르면, 운전자의 무릎 위에 동승하는 건 범칙금 부과 대상이고, 안전장치가 없는 뒷좌석 또는 조수석에도 태울 수 없게 되어 있다. 강형욱 훈련사는 가능하면 켄넬 사용이 안정적이라고 덧붙였는데, 왜 보호자들은 그와 같은 안전장치를 하지 않은 걸까.

보호자들은 거주지가 외딴 곳이라 차량 없이는 이동이 힘들고, 반려견과 함께 드라이브하는 걸 좋아한다고 답했다. 켄넬 교육을 시도하지 않은 건 무엇 때문일까. 엄마 보호자는 답답해 보인다는 이유로 목줄하는 개도 못 본다고 얘기했다. 결국 마음이 약해서 켄넬 교육을 하지 못한 것이다. 게다가 엄마 보호자는 하울이가 창문에 몸을 얹고 바람 쐬는 걸 좋아한다고 했다. 위험한 생각이었다.

까탈스러운 거라 여겨졌던 문제의 실타래는 의외로 쉽게 풀렸다. 제작진이 마련한 폐차에서 실시한 반응 테스트에서도 하울이는 똑같이 예민한 반응을 보였다. 시트를 물어뜯고 짖어댔다. 강형욱은 조수석 아래에서 정신없이 짖는 하울이만 차에 두고 보호자들은 모두 차 밖으로 나오라고 지시했다. 그러자 하울이는 짖는 빈도가 줄어들었다. 혼자라는 걸 인식한 후에는 전혀 물거나 짖지 않았다.

이번에는 첫째 딸만 차에 타서 경적을 울려보기로 했다. 이상하게도 하울이는 별다른 반응이 없었다. 다음은 엄마 보호자의 차례였다. 운전석에 앉은 엄마 보호자가 경적을 울리자 하울이는 이전처럼 격렬한 반응을 보였다. 최종 확인을 위해 이경규와 장도연이 탑승 후 경적을 올려봤지만, 역시 아무 반응도 보이지 않았다. 하울이는 엄마 보호자에게만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사랑과 관심을 주는 것도 균형을 잘 이루어야 싸움이 없잖아요. 여기서는 균형이라는 것이 없어요. 균형이 없으면 싸움이 일어나죠."

보호자들은 하울이가 차에서만 문제를 일으킨다고 생각하고 있었다. 하지만 생각해 보면 하울이와 짠은 매일마다 피터지게 싸우고 있었다. 차에만 국한된 문제는 아니었다. 또, 엄마 보호자와 있을 때만 격한 반응을 보인다는 점도 따져봐야 했다. 강형욱은 반려견들이 싸울까봐 보호자들이 중간에서 비위도 맞춰주고 눈치도 보며 살고 있지 않냐고 물었다. 보호자들은 말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강형욱은 본질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나섰다. 사랑과 관심의 불균형을 지적하면서 규칙을 만들어 나가야 한다고 조언했다. 우선, 공격성을 줄이기 위해 주 보호자를 설정했다. 하울이는 첫째 딸이, 짠은 둘째 딸이 맡기로 했다. 강형욱은 초기에는 밥 주기, 예뻐하기, 말 걸기, 만지기, 교육, 산책하기 등 모든 걸 주보호자만 담당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물론 무한한 애정을 주는 건 금지였다.


이어서 강형욱은 엄마 보호자에게 하울이와 짠에게 아무 것도 해선 안 된다고 당부했다. 깜짝 놀란 엄마 보호자는 언제까지 그렇게 해야 하냐고 물었고, 강형욱의 대답은 주 보호자들과 신뢰 관계가 쌓일 때까지였다. 그동안 무분별하게 애정을 줬던 터라 주 보호자의 주도로 규칙을 만들어야 했다. 또, 짠의 경우 하울이에 대한 의존도가 높아 이를 바로잡는 과정도 필요했다.

그렇다면 차에서 물고 뜯지 않도록 하는 방법은 무엇일까. 강형욱은 두 가지 솔루션을 제시했다. 먼저, 다이어트였다. 다리가 짧은 웰시코기의 경우 비만은 치명적이고, 그 불편함과 스트레스 때문에 물어뜯는 습관이 생길 수 있기 때문이다. 강형욱은 차에 타는 것을 문제라고 하기 이전에 무엇보다 건강한 몸을 만드는 게 우선이라는 생각에 그와 같은 솔루션을 준 것이라 부연했다.

두 번째는 켄넬 훈련이었다. 마음이 약한 엄마 보호자는 켄넬을 유독 싫어했다. 답답할 거라는 생각에서였다. 하지만 강형욱은 아랑곳하지 않고 직접 시범을 보였고, 하울과 짠은 생각보다 쉽게 켄넬에 적응해 나갔다. 이제 남은 건 차량 탑승이었다. 강형욱은 트렁크에 켄넬 두 개를 나란히 실은 뒤, 곧바로 태우지 않고 밖에서 보호자들과 충분히 교감을 나누고 켄넬에 넣도록 했다.


"개들은 자동차를 타는 걸 원하지 않아요. 보호자와 같이 가는 곳이 좋을 뿐이지.."

강형욱은 개들은 자신이 움직이지 않는데 주변의 사물이 움직이는 걸 무서워한다고 설명했다. 개들은 바람을 느끼거나 드라이블르 즐기는 게 아니었다. 그저 자신이 사랑하는 보호자와 함께 하는 걸 좋아할 뿐이었다. 지극히 인간 입장의 생각일 뿐이었다. 따라서 차에서는 휴식을 취하며 스트레스를 받지 않은 상태에서 목적지까지 가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덧붙였다.

자신의 공간인 켄넬 안에 들어간 하울과 짠은 주행 중에도 더 이상 짖지 않았다. 공격적인 태도를 보이지도 않았다. 경적 소리에도 차 안은 더할나위 없이 평화로웠다. 그저 켄넬 훈련만으로도 굉장히 많이 나아졌다. <개는 훌륭하다> 방송을 통해 많은 보호자들이 좀더 안전하게 반려견과 함께 차량에 탑승하는 방법에 대해 생각해보길 바란다. 보호자와 반려견, 모두의 안전을 위해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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