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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원주택에 사는 순한(?) 대형견은 왜 강형욱을 공격했을까?

너의길을가라 2020. 12. 8. 13: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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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갓진 전원주택에서 대형견을, 그것도 여러마리 기르는 건 아마도 많은 보호자들이 품고 있는 로망이리라. 널찍한 마당을 신나게 뛰어다니는 반려견이라니! 생각만으로도 흐뭇해진다. 지난 7일 방송된 KBS2 <개는 훌륭하다>에 사연을 보낸 보호자 부부도 마찬가지였다. 그들은 진돗개, 저먼 셰퍼드, 알래스칸 말라뮤트까지 세 마리의 대형견과 함께 살아가고 있었다.

진돗개 '복돌이(수컷, 6살)'은 영리하고 애교가 많았고, 저먼 셰퍼드 '장수(수컷, 3살)'도 똑똑하고 말을 잘 들었다. 특히 집을 잘 지켜 안전을 담당하고 있었다. 문제의 알래스칸 말라뮤트 '대장군(수컷, 2세)'은 남편 보호자에 따르면 순한 귀염둥이였다. 참고로 알래스칸 말라뮤트는 썰매 개의 한 품종으로 힘이 좋고 강인한데, 사람을 잘 따르고 우호적인 편이라고 한다.

언뜻 보기에는 부부 보호자의 오랜 로망이 이뤄진 듯 보였다. 정말 그런걸까? 그런데 관찰을 하던 중 이상한 점이 눈에 띠었다. 장수와 대장군은 마당을 자유롭게 뛰어다녔는데, 어찌된 일인지 복돌이가 보이지 않았다. 알고보니 복돌이는 격리된 채 따로 떨어져 있었다. 견사가 분리돼 있었다. 그 이유는 복돌이와 대장군 사이에 신경전이 잦아져 싸움을 미연에 방지하기 위해서라고 했다.


엄마 보호자가 혼자 남겨진 복돌이에게 다가가자 대장군은 신경질적인 반응을 보이며 거침없이 달려왔다. 울타리 문을 잽싸게 닫아 위험한 상황은 벌어지지 않았지만, 대장군은 바깥에서 보호자와 복돌이를 싸늘한 시선으로 지켜보고 있었다. 질투를 하고 있는 것이었다. 다행히 별다른 문제 없이 넘어가나 싶었는데, 대장군이 갑자기 장수에게 공격성을 보이는 게 아닌가.

마치 화풀이를 하는 듯 보였다. 보호자는 평소에도 대장군이 장수의 입 주변을 핥고, 마운팅을 하는 등 괴롭히는 행동을 해왔다고 했다. 목덜이와 귀에 입질을 하기도 해 큰 싸움이 몇 차례 벌어졌었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장수는 아홉 바늘이나 꿰메야 하는 수술을 해야만 했다. 도대체 왜 대장군은 장수를 괴롭히는 걸까. 그런데도 왜 보호자는 같은 견사를 사용하도록 하고, 둘을 붙여놓는 걸까.

아내 보호자는 장수가 대장군을 싫어하는 건 아니라는 의아한 대답을 했다. 같이 풀어두면 너무 잘 지낸다면서 오히려 장수가 먼저 놀자고 할 때도 있다는 얘기였다. 최근 싸움이 벌어진 후 견사를 분리했지만, 오히려 대장군이 장수 곁을 떠나지 않았다는 것이다. 붙여 놓으면 싸우고 떨어드려 놓으면 스트레스를 받는 상황, 보호자는 그것이 가장 큰 고민이라고 털어놓았다.


그렇다면 반려견들의 산책은 어떻게 하고 있을까. 반려견들에게 산책이 필요하다는 아내 보호자와 달리 남편 보호자는 부정적인 입장이었다. 마당에 풀어놓으면 되지 굳이 산책까지 시킬 필요가 없다는 이유였다. 또, 바깥에 데려나가면 어르신들이나 떠돌이 개를 만날 수 있어 위험하다고 덧붙였다. 그 때문에 산책은 한 달에 한번 정도밖에 하지 못하고 있었다.

반응을 살피기 위해 산책을 나가보기로 했다. 처음부터 순탄하지 않았다. 대장군과 장수는 서로 으르렁거렸고, 집을 나선 후에는 산만하게 이리저리 뛰어다녔다. 게다가 워낙 힘이 세서 아내 보호자는 물론 남편 보호자도 끌려다녔다. 대장군은 답답했던지 입마개를 스스로 풀어버리기도 했다. 강형욱 훈련사는 그 모습을 보며 "두 분 다 감당이 안 되는구나."라며 안타까워했다.

"개들도 인간처럼 사회생활을 누려야 해요."

강형욱은 반려견이 집 안에서만 생활할 경우 사회생활이 부족해 경계심이 높아진다고 설명했다. 마당이 있어도 크게 달라지는 건 없다. 개념적으로 갇혀 있는 건 마찬가지이기 때문이다. 다견 가정일 경우에는 서로에게 스트레스를 풀게 된다고 했다. 밖을 향해 짖다가 싸우게 되는 것이다. 따라사 사회생활을 통해 주변 반응에 대해 민감도를 줄이는 게 필요했다. 산책은 필수적이다.

보호자들은 대장군과 장수가 사이가 좋다고 했지만, 강형욱의 눈에는 달리 보였다. 눈이 마주치며 으르렁거리는 둘을 본 강형욱은 서로 지긋지긋해한다고 분석했다. 그는 의부층이나 의처증을 좋아하는 거라고 하지 않듯이 집착은 사랑이 아니라고 설명했다. 둘의 관계는 대장군이 장수를 괴롭히고, 장수는 화를 내는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답은 간단했다. 붙여놓지 말아야 했다.


"싸움의 빈도와 정도가 자기들끼리 있으면 덜 싸울 거고요. 보호자님이 있을 때 더 싸울 거예요. 저 친구들이 밖에서 이대로 살면 훨씬 더 경쟁을 할 수밖에 없을 거예요."

문제는 보호자의 해석이었다. 이미 싸우고 있는 대장군과 장수를 두고 '싸우기 직전'이라고 받아들인다거나 보호자가 타이르면 얌전해지므로 문제가 없다고 생각하는 건 위험했다. 물론 보호자라면 자신의 반려견의 행동을 최대한 선해하기 마련이지만, 현재 대장군과 장수의 관계는 보호자의 개입이 필요한 수준이었다. 그들은 언제든 피를 보고 싸울 준비가 돼 있었다.

강형욱은 전원생활의 단점에 대해서도 설명을 이어갔다. 도심의 경우 산책로가 갖 갖춰져 있고, 야간에도 밝아 산책이 수월하지만, 시골은 그런 시설이 부족할뿐더러 어두워서 오히려 산책이 어렵다는 것이다. 자유를 찾아 전원생활을 시작했지만, 그 자유를 충분히 누릴 수 없게 된 경우가 많았다. 실제로 복돌이는 아예 격리된 채 살고 있었고, 장군이와 장수도 마당에 머물러야 했다.

그렇다면 앞으로 어떻게 해야 할까. 우선, 강형욱은 개들끼리 마당에 두지 말라고 조언했다. 집 밖의 외부인을 보고 짖는 건 개들에게도 엄청난 스트레스였다. 예를 들어 누군가 밖에서 서성이며 창문을 통해 집 안을 들여다보고 있다고 가정하면 어떨까. 불안하고 공포스러울 것이다. 개들도 마찬가지였다. 따라서 보호자의 관리 없이 반려견끼리 마당에 두는 건 피해야 했다.

두 번째는 산책이었다. 주변의 냄새도 맡고, 근처에 어떤 개가 사는지 파악할 수 있게 함으로써 경계심을 낮춰야 했다. 물론 한 마리씩 따로 해야 했고, 그러기 위해서는 산책하는 기술을 배워야 했다. 먼저 대장군부터 산책에 나섰다. 그에 앞서 강형욱은 입마개를 착용하게 하고 목줄도 이중으로 채우게 했다. 아니나 다를까, 대장군은 비위가 상했는지 강형욱에서 달려들기 시작했다.


"이래도 순한 개예요? 수틀리면 이렇게 되는 개는 순한 개가 아니에요."

대장군의 공격성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다. 격하게 몸무림치며 벗어나려 애썼다. 하지만 강형욱은 침착함을 잃지 않고 차분히 대응했다. 보호자들은 대장군의 숨겨진 공격 본능을 마주하고 충격에 빠졌다. 더 이상 순한 개라고 생각할 수 없었다. 대장군은 자신의 비위를 잘 맞춰줄 때마 순한 개였고, 그러지 않을 때는 언제든지 돌변할 수 있었다. 보호자들의 끊임없이 노력이 필요했다.

반면, 장수는 보호자만 바라보는 순한 개였다. 혼자 떨어뜨려놓자 특성이 분명히 보였다. 다만, 대장군의 괴롭힘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아 공격성을 띨 뿐이었다. 반려견에 대해 제대로 알게 된 보호자 부부는 강형욱의 솔루션을 받아들였다. 견사를 분리해 불필요한 자극을 줄였고, 산책 시간도 늘렸다. 보호자가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복돌이와 장수, 대장군 모두 행복하게 살아갈 수 있을 것이다.

전원주택에서 대형견을 기르고 싶다는 로망, 그 꿈이 제대로 이뤄지려면 단순히 넓은 마당만으로는 부족하다. 마당이 아무리 넓어도 산책 등 다양한 경험을 할 수 없다면 개들의 입장에서는 넓은 실내에 있는 것과 다른 없기 때문이다. 아무리 환경이 좋아도 결국 보호자와의 관계가 무엇보다 중요하다는 걸 확인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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