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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시 33분을 주목하라! 신성록의 '카이로스'는 김순옥을 대적할 수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20. 10. 27.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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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월화 밤 시간이 북적북적하다. 각자의 취향에 맞게 드라마를 '골라보는 재미'를 느껴본 게 얼마 만인지 모르겠다. 먼저 자리를 잡고 있던 tvN <청춘기록>의 박보검과 박소담이 포문을 열면, 두 편의 신작이 차례대로 시청자들을 찾아온다. 신성록을 앞세운 MBC <카이로스>와 김순욱 작가의 SBS <펜트하우스>는 각각 시청률 3.7%와 9.2%를 기록하며 안착했다. (김하늘이 분전하고 있는 JTBC <18 어게인>도 빼놓을 수 없다.)

<청춘기록>이 27일 종영을 앞두고 있어 향후 월화 드라마 시장은 <펜트하우스>와 <카이로스> 그리고 <청춘기록>의 후속작인 <산후조리원>으로 재편될 텐데, 과연 어떤 드라마가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게 될지 귀추가 주목된다. 현재로서는 파격적이고 자극적인 맛의 <펜트하우스>가 가장 앞서나갈 것으로 예상되지만, 한 시도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쫄깃쫄깃했던 <카이로스>의 반전도 기대된다. 

 

 

카이로스(Kairos) : 그리스 신화에 등장하는 기회의 신. 그리스어로 '기회를 잡을 수 있는 순간'.

유중건설 최연소 이사인 김서진(신성록)은 성공만을 좇으며 살아왔다. 눈앞의 기회를 놓치지 않았다. 그만큼 똑똑했고, 다부졌다. 사람이 아닌 숫자를 중시했고, 관계에 있어서도 효율을 신봉했다. 가족보다 회사가 우선인 사람이었다. 아내 강현채(남규리)는 그런 남편이 못마땅했다. 서진은 바이올리니스트인 아내를 기어코 회사가 주최하는 자선음악회 무대에 세웠다. 그런데 박수 갈채가 끝나기도 전에 딸 다빈(심혜연)이 사라졌다. 보모 정혜경(소회정)이 한눈 판 사이 벌어진 일이었다. 

딸을 찾기 위해 전단을 뿌리는 등 필사적으로 노력했지만, 별다른 진전이 없었다. 경찰도 단서를 찾지 못하고 있었다. 그러던 중 서진은 '휴대전화를 내놓으라'는 전화를 받게 되는데, 장난전화라 생각해 화를 내며 끊어버렸다. 곧이어 한 남성으로부터 딸을 데리고 있다는 전화가 걸려왔고, 실종 사건은 유괴 사건으로 전환됐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다빈은 살아 돌아오지 못했다. 유괴범은 다빈의 신체 일부를 보냈고, 국과수 결과 다빈은 사망한 것으로 확인됐다.

충격을 이기지 못한 현채는 투신해 목숨을 끊었다. 한순간에 딸과 아내를 잃은 서진도 절망감에 빠져 강으로 몸을 던지려고 했다. 그때 딸을 본 적이 있다는 내용의 문자가 도착했다. 유괴범과 통화하기 전에 걸려왔던 여성이 보낸 것이었다. 정말 다빈이 살아있는 걸까. 밑져야 본전인 상황이었다. 서진은 그 여성과 만나기로 약속을 잡는다. 그 순간, 통화 속의 상대방인 한애리(이세영)가 죄수복을 입은 채 호송차를 타고 지나가고 있었다. 도대체 어떻게 된 걸까. 

 

 

한편, 공시생 한애리(이세영)은 편의점 아르바이트를 하며 착실히 살아가고 있었다. 그에게 목표가 있다면 엄마 곽송자(황정민)의 심장병을 고치는 것이다. 오랜 기다림 끝에 드디어 엄마와 조직이 맞는 기증자가 나타났지만, 이식 수술을 앞두고 마지막 검사를 받던 중 엄마가 다시 쓰러졌다. 그 때문에 이식 수술 순서도 뒤로 밀리게 됐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애리는 얼마 전 구입한 휴대전화마저 잃어버렸다. 

휴대전화를 찾기 위해 전화를 걸었더니 습득자가 대뜸 화를 내며 끊어버리는 게 아닌가. 그러더니 난데없이 실종 아동 전단지를 보내왔다. 이게 뭔가 싶다. 그런데 애리는 전단지 속 아이를 본 적이 있었다. 아르바이트를 하는 편의점에 들렀던 아이였다. 휴대전화를 돌려주지 않는 상대방이 괘씸하지만, 모른 척 할 수 없어서 아이를 봤다고 문자를 보냈다. 곧이어 상대방으로부터 만나자는 전화가 걸려왔다. 

벌써 눈치를 챘을지도 모르겠지만, <카이로스>는 타임 크로싱(시간 교차) 스릴러이다. 10시 33분. 서로 다른 시간대에 살고 있는 두 사람, 서진과 애리가 휴대전화로 연결된다. 한 달을 간격으로 미래에 살고 있는 서진과 과거에 살고 있는 애리가 '공조'하게 된다. 서진은 유괴된 딸을 되찾아야 하고, 애리는 곧 자취를 감추게 되는 엄마를 구해야 한다. 만나기로 한 두 사람은 결국 만나지 못할 것이다. 그들의 공조는 오로지 휴대전화를 통해서만 가능하기 때문이다.

 

 

<카이로스>는 밤 10시 33분이라는 '특정한 시각'에 휴대전화라는 '매개체'를 통해 과거와 미래가 연결된다는 점에서 OCN <시그널>과의 유사성을 지닌다. 하지만 <시그널>이 형사들의 공조로 범죄를 해결하는 데 초점을 맞췄다면 <카이로스>는 실종된 가족을 찾는 '가족애'가 강조한다는 점이 차별점이다. 장르물답게 강렬하고 흡인적 있는 연출을 보여줬고, 신성록과 이세영을 비롯한 배우들의 열연도 돋보였다.

과연 <카이로스>가 월화 드라마 시장의 뜨거운 경쟁을 뚫고 시청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을까. 1회만 놓고 보면 충분히 경쟁력이 있다. 박승우 PD는 엔딩 시간을 밤 10시 33분으로 맞추는 섬세함을 보여줬는데, 그 충격적이었던 엔딩만큼이나 전체적인 이야기가 흥미로운 <카이로스>는 다음 회가 기다려지는 작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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