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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기견이었던 포메라니안의 입질, 강형욱은 자신의 손을 내주었다

너의길을가라 2020. 7. 28. 14: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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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메라니안이 원래 몸무게 14kg의 중형견이었다고 하면 다들 놀랄지도 모르겠다. 유럽 중앙 지역이 고향인 포메라니안은 독일에서 소형화가 이뤄져 지금의 작고 귀여운 몸집을 갖게 됐다. 쾌활하고 호기심이 왕성한 편인데, 헌신적이고 고분고분한 면도 있다. 다만, 경계심이 많아 낯선 사람을 좋아하진 않는다고 한다. 이번 주 KBS <개는 훌륭하다>의 고민견은 포메라니안 아루(수컷, 2~3살 추정)였다.


“아루가 저희 집이 정말 마지막이 되길 바라는 마음으로.. 아루를 데려오고 나서 분노 지수가 올라가는 거예요. 저희가 다가가려고 하면 자꾸 물려고 하고 만지지도 못하게 하니까..”

반려견의 나이가 정확하지 않다는 것에서 눈치챌 수 있었을 텐데, 아루는 유기견이었다. 그것도 여러 차례 버려지는 아픔을 경험했다. 4번의 임시 보호와 2번의 파양을 겪었다. 한번은 입양된 지 첫날 보호자를 물어서 버려지기도 했다. 그렇게 떠돌다가 7번째 가족을 만나게 됐는데, 바로 지금의 보호자들이었다. 반려견이 있으면 좋겠다는 딸들의 간절한 소망에 부모는 입양을 결정했다고 했다.

문제는 아루가 그동안의 상처 때문에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했다는 것이다. 입양한 지 1개월이 지났으나 보호자들은 아루와 살가운 시간은커녕 남보다 못한 관계를 유지했다. 어쩌면 당연한 일일지도 모르겠다. 아루는 평소 가족이 있는 거실이 아니라 혼자만의 공간에 몸을 뉘였다. 또, 예민한 아루는 줄, 벨트 등 특정 사물을 극도로 경계했는데, 가슴줄을 채우려는 보호자에게 무차별로 입질을 했다.

반려견을 처음 키워보는 왕초보 가족에게 유기견이었던 아루를 키우는 건 결코 쉬운 일이 아니었다. 아빠 보호자는 다리를 여러 차례 공격 당해 집 안에서 반바지를 입고 있을 엄두도 내지 못할 정도였다. 엄마 보호자는 친정 엄마의 경우 아루가 점프해서 팔꿈치를 물리기도 했다고 걱정을 털어놓았다. 만난 지 한 달 만에 벌써 여러 차례 가족들을 물었으니 두려움이 생길 만도 했다.


포메라니안이 몸집이 작다고 안심할 일은 아니었다. 강형욱 훈련사는 미국 캘리포니아에서는 포메라니안이 세 살짜리 아이를 물어 죽인 사례도 있다고 덧붙였다. 주 보호자인 둘째 딸은 아루를 위해 해줄 수 있는 게 밥을 주고 배변을 치우는 것밖에 없다면서 안타까워했다. 소원이 뭐냐는 제작진의 물음에 눈물을 터뜨리며 아루와 함께 산책을 하고 싶다고 했다. 또, 아루를 꼭 안아보고 싶다고 했다.

마음이 한시름 놓였다. 아루의 7번째 보호자들은 정말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었다. 더 이상 아루가 이전의 상처들을 되풀이하지 않아도 될 거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물론 훈련 과정은 쉽지 않았다. 게스트로 출연한 가수 제시와 수석 제자 이경규가 가슴줄을 채우려고 시도했지만 끝내 실패했다. 그 과정에서 제시는 손가락을 잔뜩 물리기도 했다. 정말 살벌한 입질이었다.

결국 강 훈련사가 출동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강 훈련사는 손에 간식을 쥐고 아루에게 내밀었다. 관심을 보이던 아루는 강 훈련사가 순순히 간식을 내놓지 않자 돌변하더니 손을 수 차례 물어버렸다. 강 훈련사의 손에서 피가 나자 보호자들은 어쩔 줄 몰라했다. 그러나 강 훈련사는 놀라지 않고 태연한 모습을 유지했다. 그는 아루가 물어도 도망가지 않는 모습을 보여주기 위해 일부러 물려준 것이었다.


"파양을 몇 번 당해본 개들은 무서워해요. 버려지는 것만큼 무서운 게 없거든요. 집에 정착하기 위해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아요. 그 방법이 옳은지는 자기가 잘 몰라요."

스킨십 훈련도 만만치 않았다. 아루는 강 훈련사는 팔꿈치를 계속해서 물며 저항했다. 놀라지 않는 강 훈련사를 보며 당황하는 기색을 보였지만, 그렇다고 마음을 쉬이 내주지도 않았다. 아루가 보여주는 시그널들은 대개 외면하고 회피할 때 하는 행동이었다. 강 훈련사는 어렸을 때 많이 당했던 반려견들이 그런 모습을 보인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가슴줄 착용은 힘드므로 목줄로 대체할 것을 권유했다.

강 훈련사는 이루가 마음을 열기까지 인내심을 발휘하며 기다렸다. 조급해하지 않고 한걸음씩 나아갔다. 그 과정을 오롯이 지켜본 보호자 가족들은 '이 정도는 해야 훈련이 되는구나'라며 감탄했다. 물론 아루에게도 고쳐야 할 점이 있었다. 유기견이었던 아루는 새로운 집에 정착하겠다는 집착이 강했고, 그 때문에 보호자와 좋은 상호작용을 하지 못했다. 훈련과 통제가 필요했다.

이어서 강 훈련사는 유기견을 입양한 보호자들이 흔히 저지르는 실수에 대해 언급했다. 자신의 반려견이 상처를 많이 받았을 거란 생각에 보호자들이 그저 사랑을 주는데만 급급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반려견은 보호자가 자신의 무례한 행동을 허용한다고 오인하고, 그와 같은 잘못을 무한히 반복하게 된다. 아무리 상처 많은 유기견을 입양했다고 해도 함께 살아가기 위해선 규율이 필요한 법이다.

훈련 말미에 주 보호자인 둘째 딸은 아루를 번쩍 안아 올릴 수 있었다. 그토록 꿈꿔 왔던 순간이었다. 둘째 딸은 자신의 품에 안겨 있는 아루를 느끼며 감격했다. 지금처럼 차분히 훈련에 임한다면 목줄을 한 채 함께 산책을 나가는 것도 가능할 것이 분명했다. 부디 아루가 과거의 트라우마에서 벗어나 지금의 선량한 보호자들과 행복한 기억만 갖고 살아가길 응원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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