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왜 이렇게 변했어요" 서산 불고깃집의 변심과 초심 지킨 호떡집의 차이는?

너의길을가라 2020. 6. 11. 13: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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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동안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은 쉼없이 바쁘게 달려왔다. 전국의 23개 골목을 돌아다녔고, 무려 87개 식당을 만났다. 묵묵하게 솔루션을 잘 따라왔던 사장님도 있었지만, 자신의 고집을 내세워 중도 포기했던 사장님도 있었다. 쉬운 케이스는 없었다. 매번 고단하고 고생스러웠지만, 그런만큼 보람도 컸다. 오로지 골목상권의 회생을 위해 모든 것을 불살랐던 시간이었다.

그런데 의문이 생길 법하다. 과연 솔루션을 거쳤던 식당들이 당시의 '초심'을 잘 유지하고 있을까. 지금까지도 처음의 마음을 지키며 장사를 잘하고 있을지, 아니면 문제에 봉착해 어려움을 겪고 있진 않은지 둘러보는 시간이 필요했다. 물론 '긴급 점검'을 통해 잠깐씩 둘러보긴 했으나 '제대로' 짚어볼 필요가 있었다. 계속해서 앞만 보고 직진할 수도 있었지만, 그건 누구에게도 좋은 일이 아니었다.

<골목식당>은 '2020 여름특집'을 마련해 서산 해미읍성을 재방문했다. 이곳에는 모두 네 곳의 식당이 있었다. 환상적인 손맛의 '서산 장금이' 사장님이 운영하는 돼지찌개집, 카리스마 넘치는 사장님이 돋보였던 곱창집, 장사의 A부터 Z까지 모든 걸 가르쳐야 했던 불고깃집까지 모두 이야깃거리가 풍부했던 곳이었다. 또, 우연이 인연으로 발전했던 호떡집의 향방도 궁금했다.

방송 후 1년이 지난 지금, 그들의 운명은 어떻게 변했을까. 혹시 달라졌다면 그 까닭은 무엇이었을까. 우리는 지난 주 방송을 통해 두 곳의 식당(곱창집, 호떡집)은 장사를 잘하고 있고, 다른 두 곳(돼지찌개집과 불고깃집)은 잘 못하고 있다는 것까지는 확인할 수 있었다. 이제 그 가게들의 상황을 좀더 상세히 들여다 볼 시간이었다. 10일 방송에선 불고깃집과 호떡집에 대한 점검이 있었다.


“그게 가게에 관심이 없는 거지! 나도 장사를 하지만 주인이 가게에 관심이 없으면 이래요.”

솔루션을 통해 '서산더미 불고기'라는 시그니처 메뉴를 얻었던 불고깃집은 많은 기대를 받았던 식당이었다. 장사의 기본조차 몰랐던 사장님은 백종원으로부터 레시피부터 운영까지 가게 전반에 대한 모든 걸 전수받아야 했다. 그야말로 백지에 가까웠지만, 불필요한 고집이 없다는 건 장점이었다. 배운대로만 하면 됐기 때문이다. 허나 SNS 후기를 살펴보니 칭찬보다는 불만이 훨씬 많았다.

우선, 소면에 대한 불평이 눈에 띠었다. 밀가루 냄새가 많이 나고 밍밍하다는 의견이 많았다. 또, 메뉴에 대한 설명도 부실하다는 불만도 접수됐다. 대체로 불친절한 인상을 받았다는 얘기였다. 정확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제작진이 투입됐다. 직접 시식을 해본 스태프들은 (고기 대신) 채소가 산더미처럼 쌓여있는 걸 보고 실망감을 드러냈고, 간이 약하며 고기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했다.

또, 좀더 풍성하게 먹기 위해선 버섯 추가(2000원), 당면 추가(2000원) 등 '추가'를 해야 했다. 당면을 주문하자 육수가 더 들어갔다. 그런데 뿌연 육수를 넣자 이미 싱거웠던 간이 더욱 약해졌다. 백종원은 당면을 데친 것과 무엇이 다르냐며 헛웃음을 지었다. 무엇보다 이런 상황을 살피고 손님들과 소통해야 할 사장님이 보이지 않았다. 불고깃집은 장사 전반에 문제가 있어 보였다.


“내가 그만둘 때까지는 가격 올리지 않기로 했어요. 약속했으니까 그건 지켜야 해요. 그렇게 해야 해. 대표님이 이렇게 알려주셨는데.”

반면, 호떡집에 대해선 (예상 외로) 호평이 이어졌다. SNS 후기에는 맛과 크기에 대한 감탄이 잇따랐고, 심지어 '다시 줄을 설까'라는 의견이 있을 정도였다. 제작진이 손님인 척 하고 들렀을 때도 사장님은 한결같았다. 솔루션을 했던 당시의 '초심'과 달라진 게 없었다. 여전히 같은 가격(1000원)에 호떡을 팔고 있었는데, 크기도 그대로였다. 오히려 더 커진 게 아닌가 싶었다.

호떡집은 오히려 더 발전한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조리 중간에 마가린을 추가로 넣어 맛을 풍성하게 했고, 요거트나 아이스크림과 함께 먹으면 훨씬 맛있다며 호떡을 맛있게 먹는 방법을 안내해 주기도 했다. 손님들은 사장님의 친절한 설명을 들으며 맛집에 찾아온 보람을 느끼는듯 했다. 백종원은 멀리 떨어진 맛집을 찾아갔는데 날 위해 열심히 설명해 준다면 음식 맛도 확 올라간다고 덧붙였다.

이후 호떡집을 방문한 백종원은 사장님에게 감사 인사를 전했다. 잠깐의 우연으로 맺어진 인연이었지만, 자신과의 약속을 지키기 위해 애써준 사장니에 대한 존중을 전한 것이었다. 또, 온갖 유혹에도 흔들림 없이 '초심'을 지켜준 것에 대한 고마움이기도 했다. 호떡집 사장님은 달리 한 게 없다며 손사래를 쳤다. 그 말을 들은 백종원은 변함없이 장사를 해주시는 게 대단한 거라며 박수를 보냈다.


"이건 아니에요. 왜 이렇게 음식이 변했어요."
"어디서 변했을까요."
"그러니까.."

같은 '스승'을 두고 있는 식당 두 곳의 운명은 왜 이토록 달라졌을까. 똑같은 것을 똑같이 배웠는데 누군가는 초심을 지키고, 누군가는 초심을 잃어버린 까닭은 무엇일까. 그 결정적 차이는 무엇이었을까. <골목식당>이 던진 질문은 결코 가볍지 않다. 게다가 그 변화의 시작점이 어디였는지 우리는 쉽사리 알아챌 수도 없다. 나중에라도 깨달으면 다행인 일이다.

저녁 무렵 다시 불고깃집을 찾아간 백종원은 사장님과 대화를 나눴다. 안타까운 건 모두 같은 마음이었다. 백종원이 돌아간 뒤 사장님은 다시 심기일전하기로 했다. 병원에 가는 걸 멈추고 다시 주방에 자리잡았고, 처음 배웠던 레시피대로 조리를 하기 시작했다. 부디 다음 번에 <골목식당>이 찾아가게 된다면 불고깃집 사장님과 백종원이 웃으면서 만나게 되길 기대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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