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장사 중단을 지시한 백종원, 더럽고 특색없는 식당을 찾을 손님은 없다

너의길을가라 2020. 4. 2. 12: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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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장님, 이거 진짜로 지금 당장 장사 중단하세요. 장사하면 안돼요."

충격과 공포 그 자체였다. 언제 설거지를 했는지 알 수 없는 조리 도구라니, 치킨바비큐&불막창집의 위생 상태는 경악스러웠다. 백종원은 정인선의 도움으로 시식을 멈출 수 있었다. 정인선이 휴대전화로 사장님의 조리 장면을 촬영해 왔기 때문이다. (그런데 정인선은 어째서 그 장면을 찍었던 걸까? 당시에는 시식하러 내려오라는 요청도 없었는데 말이다.) 그걸 본 백종원의 미간은 잔뜩 찌푸려졌다.

몰랐을 땐 어찌 먹었다고 해도 알고서 먹을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점검을 위해 주방과 창고를 살펴보던 백종원은 "아, 심각하네.. 이게, 아우..."라며 맛을 잇지 못했다. 그만큼 더러웠다. 이미 20년이 된 가게를 인수해서 1년이 넘도록 청소 한번 제대로 하지 않았으니 그 상태가 어떠했겠는가. 백종원은 "이러면 큰일 나, 사고나요. 지금까지 사고 안 난 것도 다행이에요."라며 당장 장사를 중단하라고 지시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 2년 2개월을 통틀어 최악의 위생 상태였다. 만약 유명 프랜차이즈 식당에서 이런 일이 벌어졌다면 어땠을까. 당장 뉴스에 보도되고, 소비자의 불매운동이 벌어지지 않았을까. 치킨바비큐&불막창집 사장님은 "얻은 게 많지, 이번 기회에. 어떻게 하면 좋은지 모르니까, 우린."이라고 말했지만, 솔직히 말해서 '몰랐다'는 말로 넘어갈 수 있는 상황은 결코 아니었다. 결국 청소업체와 방역업체가 투입돼 대청소가 시작됐다.


"외길로 오래하시는 건 좋은데 남의 것도 연구를 계속해야 하는데, 그게 없으면 우물 안 개구리라는 말을 들을 수 있거든요."

시장족발집은 특색이 없는 족발의 맛이 문제였다. 사장님은 새우젓에 찍어먹는 걸 감안한 것이라 설명했지만, 그러기엔 족발의 맛이 지나치게 슴슴했다. 지금의 단골손님만으로 운영이 가능하다면 굳이 바꿀 필요가 없겠지만 현실은 그렇지 않았다. 그렇다면 맛의 변화가 불가피했다. 단골손님뿐만 아니라 소위 뜨내기 손님이 많아져야 비수가 없이 오래갈 수 있기 때문이다. 좀더 대중적인 족발 맛을 추구할 필요가 있었다.

백종원은 시장족발집의 슴슴한 족발은 옛날식 족발이라 설명했다. 그러면서 요즘 인기가 있는 족발집들의 족발은 (사장님의 것보다) 좀더 간이 세다고 덧붙였다. 백종원은 사장님의 기존 씨육수를 베이스로 자신의 레시피를 접목시켜 감칠맛이 나는 족발로 업그레이드 시키고자 했다. 그리고 최근 트렌디한 족발집 3곳에서 족발을 사가지고 온 뒤 맛을 비교해 보도록 했다. 과연 결과는 어땠을까?

트렌디한 족발들은 한결같이 감칠맛이 두드러졌다. 조금 달다고 할 수 있는 그 맛이 젊은층의 입맛이었다. 시식에 나선 정인선은 "먹자마자 감칠맛이 있"다면서 트렌디한 족발에 표를 줬는데, 사장님의 족발에는 쿰쿰한 고기 잡내가 난다고 지적했다. 그리고 백종원의 레시피로 만든 족발에도 '간을 세게 하지 않고 잘 삶아진 고기의 맛'이라 건조한 평가를 했다. 그만큼 중년층과 젊은층의 입맛은 차이가 있었다.


"우리가 <골목식당>을 하는 이유도 (오로지) 이 가게를 살리는 목적이라기보다는 이 가게로 인해서 외부에서 많은 분들이 모여서 이 주변을 같이 잘 됐으면 하는 거니까.."

떡맥집 사장님은 두 가지 숙제를 부여받았었다. 싱거운 떡볶이를 개선하는 것과 튀김가루를 교체하는 것이었다. 독특하게도 사장님은 고추장(과 간장)을 쓰지 않고 고춧가루만으로 떡볶이를 만들어 왔는데, 그건 특별한 맛에 대한 신념이 있어서라기보다 단지 간편하기 때문이었다. 다행히 사장님은 고집을 부리지 않고 백종원의 조언을 받아들였다. 튀김가루만 바꿨을 뿐인데 튀김을 훨씬 바삭하고 맛있었고, 떡볶이도 제맛을 찾았다.

사장님은 백종원에게 짜장 떡볶이를 만들어 보고 싶었다며 레시피를 배우고 싶다고 부탁했다. 백종원은 기꺼이 짜장 떡볶이 레시피를 전수했는데, 그 이유가 무엇이었을까? 그건 뭔가 시그니처가 될 만한 특별한 메뉴가 필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이었다. 어디에나 있는 떡볶이와 튀김을 먹기 위해 군포 역전시장을 찾을 사람은 많지 않을 것이다. 따라서 이곳에서만 맛볼 수 있는 메뉴가 있어야 했다.

백종원은 짜장 떡볶이를 전수하면서 사장님에게 <골목식당>의 목적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단지 방송에 출연하는 가게만을 살리는 게 아니라 그로 인해 골목상권에 사람들이 몰리게 하는 게 핵심이라는 설명에 고개가 끄덕여졌다. 그건 방송에 출연하는 식당들이 당장의 잇속을 챙기는 게 아니라 장기적으로 책임감을 가져야 하는 이유와도 맞닿아 있었다. 과연 떡맥집 사장님은 백종원의 숙제를 잘 완수할 수 있을까?

지난 1일 방송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장사(요식업)의 기본을 다시 한번 강조했다. 첫 번째는 위생 상태(치킨바비큐&불막창집)였다. 맛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청결이 우선이었다. 두 번째는 우물 안 개구리가 되지 않는 것(시장족발집)이었다. 경쟁업체와의 지속적인 비교를 통해 트렌디한 맛을 놓치지 않아야 했다. 세 번째는 트레이드 마크가 될 수 있는 메뉴를 개발해야 한다는 것(떡맥집)이었다. 특색이 있어야 살아남을 수 있다. 시장족발집 사장님에게 내장을 삶아보라고 권유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이런 기본들만 잘 지켜도 훨씬 좋은 식당이 될 수 있을 텐데, 여전히 우리 주변에 최소한의 것들을 충족시키기 못한 식당들이 너무나도 많다는 걸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통해 여실히 깨닫는다. 시대의 변화에 발맞춰 소비자들도 변하고 있다. 그러나 식당들은 아직 뒤처져 있다는 생각이 든다. 여전히 '몰랐다', '엄두가 나지 않는다' 등의 핑계를 대며 '지금'을 유지하고 있는 식당들이 많다. 지저분하고, 특색이 없는 식당을 두번 찾는 멍청한 소비자는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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