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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의 없었다' 故이지은(소피아) 유가족의 재반박, 다시 '사람이 좋다'가 대답할 차례이다

너의길을가라 2020. 3. 5. 19: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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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은 사망, 루나 "설리에 이어..가족이나 다름없었다"

어제(4일) 오전 내내 포털 사이트 연예 면에서 가장 위쪽에 위치했던 기사의 제목이었다. 이지은? 보는 순간 아찔했다. 솔직히 소름까지 돋았다. 그 이름은 우리가 너무도 잘 알고 있는 가수의 본명이었기 때문이다. '에이, 설마..' 두근거리는 마음을 진정시키며 서둘러 클릭했다. 그 기사는 MBC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의 단편적인 리뷰였고, 기사 속의 '이지은'은 아이유가 아니라 가수 루나의 비연예인 친구였다.

다행이라는 표현이 어울리지 않는다는 걸 알지만, 그 사망의 주체가 아이유가 아니라 안도할 수 있었다. 놀란 건 다른 사람들도 마찬가지였으리라. 당시 실시간 검색어에도 고인의 이름이 올라가 있었다. 정신을 차리고 보니 슬그머니 화가 치밀어 올랐다. 비연예인의 이름을 기사의 제목으로 뽑는 건 이례적인 일이었다. '클릭 장사'를 위해 의도된 것이라 봐도 무방할 만큼 야비했다. 씁쓸하게도 다른 언론들도 똑같은 행태를 반복하고 있었다.

3일 방송된 <휴먼다큐 사람이 좋다>에는 아이돌 그룹 f(x)의 멤버였던 루나가 출연했는데, 그의 홀로서기가 주제로 다뤄졌다. KBS2 <불후의 명곡>의 여러 무대를 통해 폭발적인 가창력을 선보였던 루나는 동료들로부터 "노래 잘하고, 춤 잘 추고, 무대를 책임지는 가수. 앞으로도 가능성이 무궁무진하고 기대되는 가수(이자 뮤지컬 배우)"로 인정받고 있었다. 분명 그는 앞으로가 더욱 기대되는 가수임에 틀림없다.

그와 같은 성공 뒤에는 루나의 남다른 의지와 피나는 노력이 있었다. 어린 시절 루나는 "어머니가 종일 일하고 부어 주먹이 안 쥐어지는 손을 보"면서 "내가 희생하더라도 우리 가족을 일으켜 세워야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털어놓았다. 독기를 품었다고 해야 할까. "그때부터 꼭 데뷔해 성공해야겠다는 마음으로 혼자 독방에서 연습"한 끝에 루나는 지금의 자리까지 올라올 수 있었다.


이어 방송은 루나가 겪은 힘든 시기를 조명하기 시작했다. 지난해 f(x)의 멤버로 함께 했던 설리가 세상을 떠난 데 이어 가수지망생이던 절친 이지은 씨(세례명 '소피아')가 사망해 정신적으로 굉장히 괴로웠다는 내용이었다. 루나는 눈물을 펑펑 쏟으며 "설리 소식을 듣고 길거리에 주저앉아서 소리지르며 울었"다고 회상했다. "내가 먼저 설리한테 다가가서 얘기할걸. 한마디라도 더 해줄걸. 사랑한다고 더 말해줄걸."이라고 후회하기도 했다.

설리의 죽음으로 힘겨운 시간을 보냈던 그를 위로했던 건 친구 이지은 씨였다고 한다. 그런데 그마저도 지난해 11월 황망히 세상을 떠났으니 루나가 느꼈을 절망감이 얼마나 컸을지 짐작이 됐다. "어떻게 견딜 수 있겠어요. 살려고 노력하고 버티는 거죠. 그 친구들을 위해서" 그럼에도 루나는 강했다. 아픔을 극복하기 위해 노력했고, 행복해져야만 하는 이유를 찾고 있었다. "바쁜 지금이 너무 행복하다"며 생의 단호한 의지를 내비치기도 했다.

기사 제목으로 낚시를 한 언론의 잘못과 별개로 방송 내용은 감동적으로 진행됐다. 그런데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굳이 비연예인 친구의 죽음에 대해 이토록 상세히 다룰 필요가 있었을까? 실명과 얼굴까지 공개하면서? 설령 그가 가수 지망생이었다고 해도 엄연히 비연예인이었다. 방송을 보면서 그 유가족들이 느꼈을 고통은 고려됐을까? 당연히 유가족의 동의가 있었을 거라 생각했다. 좋은 취지라 여겨 수긍했을 거라 이해했다.

"과연 이게 남겨진 유가족들에게 할 언행인가? 설리는 같은 멤버였고 연예인이고 우리 언니는 일반인이었는데 왜 사적인 내용까지 다 공개하며 말하는걸까?"

그런데 상황은 급반전됐다. 자신을 故이지은 씨의 동생이라고 밝힌 A씨가 자신의 SNS에 올린 항의의 글이 화제가 됐다. A씨는 설리와 달리 언니(故 이지은)는 연예인도 아닌데 사적인 내용까지 공개하는 건 문제가 있는 것 아니냐고 열을 올렸다. 또, "본인이 방송에 말할 생각이었으면 유가족에게 연락해서 허락받고 납골당도 가서 촬영해도 되냐고 동의를 구"했어야 했다며 항의했다.

A씨는 과거에도 언니의 죽음이 화제가 돼 고통을 겪었던 경험을 꺼내 놓으며 "제발 우리 언니 죽음을 이용하지 마세요. 그게 의도가 아니었다고 해도 절못하셨습니다."라고 호소했다. 여론이 들끓기 시작하자 <사람이 좋다> 제작진은 "루나가 그동안 직접 연락을 유지해오던 고 이지은 씨 유가족에게 동의를 받고 촬영에 임했다. 동생 분은 동의 의사가 있다는 것을 모르고 올린 것 같다"고 반박했다. 

제작진의 해명이 있은 뒤 여론은 수그러들었다. 항의한 A씨에 대해선 가족과 왕래가 없는 모양이라는 비아냥이 뒤따랐다. 그러나 '유가족의 동의를 구했다'는 <사람이 좋다> 측의 공식입장에 또 다른 유가족이 재반박하며 상황은 또 다시 뒤집혔다. "나를 비롯해 우리 가족은 아무도 루나에게 동의를 한 적이 없고 방송제작팀에게 동의를 한 적이 없다."는 게 유가족 측의 입장이었다.

과연 어느 쪽의 주장이 맞는 걸까. 만약 유가족 측의 말이 진실이라면 <사람이 좋다> 제작진은 故이지은 씨의 죽음을 방송에 이용했다는 비판에 직면할 수밖에 없다. 게다가 논란이 불거진 후에도 동의 여부를 정확히 확인하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책임이 더욱 무거워질 것이다. 현재 <사람이 좋다> 루나 편은 다시보기 서비스가 제공되지 않고 있고, 클립 영상들도 삭제된 상태이다. 다시 제작진이 대답해야 할 차례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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