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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훌륭하다' 강형욱이 애정을 주면 안된다고 경고한 이유

너의길을가라 2020. 2. 4. 15: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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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당신의 반려견이 당신과 가족을 향해 이빨을 보이고 있다면. 무섭고, 힘들다고 비명을 지르는 겁니다." (강형욱, 『당신은 개를 키우면 안 된다』)

KBS <개는 훌륭하다> 13회에 등장한 희망이는 엄청난 공격성을 지닌 개였다. 과거 군부대에서 군인 2명을 물었던 전력이 있었다. 그 때문에 보호소로 옮겨지게 됐는데, 5개월 간 입양자를 만나지 못했다. 아마도 사람을 문 개라는 사실이 걸림돌이 되지 않았나 싶다. 새로운 보호자를 만나지 못한 개의 운명은 이미 정해져 있었다. 안타깝게도 그건 안락사였다. 불가피한 일이었다.

자초지종을 알고 있었던 지금의 보호자는 자신이 희망이를 임시보호 하기로 결정했다. 차마 그대로 안락사 되도록 둘 수는 없었기 때문이다. 평소에 유기견 봉사를 많이 다녔고, 상황에 따라 임시보호도 여러 차례 했었던 터라 특별한 일로 받아들이지 않았다. 개에 대한 애정은 충분했기에 입양자가 나타날 때까지 잘 보호할 수 있다고 여겼으리라. 

'보호소에 있었기 때문에 트라우마가 있진 않을까. 상처를 받았을 거야.' 희망이가 안쓰럽기만 했던 보호자는 아낌없이 애정을 쏟아부었다. 그런데 희망이는 조금씩 엇나가기 시작했다. 보호자와 단둘이 있을 때는 평온해 보였지만, 그외의 경우에는 공격성을 드러냈다. 날카로운 이를 드러내고, '으르렁' 소리를 내며 위협했다. 다른 사람들은 아예 접근조차 불허했다. 

희망이는 보호자의 기존 반려견인 럭키와도 빈번하게 충돌했다. 먹이를 먹거나 장난감을 가지고 놀다가 다툼이 벌어지는 일이 잦았는데, 급기야 럭키가 희망이의 얼굴 부위를 물어 상처를 내기도 했다. 그럴수록 보호자는 희망이에게 애정을 쏟아부었다. 엄밀히 말하면 편애를 하기도 했다. 졸지에 럭키는 갇혀 있어야 하는 시간이 늘어났고, 스트레스성 하울링도 심해졌다. 

 -<개는 훌륭하다> 13회는 시청률 8%(닐슨코리아 기준)를 기록, 자체 최고 기록을 경신했다. -

"무인도에 살면 모르지만.. 보호자님이 키우고 싶은 욕구보다 이 강아지가 사는 동네의 안전함이 우선이에요."

보호자는 희망이의 공격성을 줄이고 사회성을 키우고 싶다고 말했다. 솔루션을 위해 현장을 찾은 '개통령' 강형욱은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겉으로 드러난 문제는 희망이였다. 강한 공격성은 위험했고, 무엇보다 제어가 되지 않았다. 이대로 두면 또 다시 사람을 물게 될지도 몰랐다. 제멋대로 살아왔던 희망이를 변화시키려면 제대로 된 교육이 필요했다. 피 터지는 전쟁 말이다.

그러나 진짜 문제는 (언제나) 보호자에게 있는 법이고, 강형욱은 그 사실을 간파하고 있었다. 보호자는 브레이크 역할을 제대로 수행하지 못하고 있었다. 보호자가 희망이를 대하는 태도는 동정심과 애정이 전부였다. 보호소에 있었던 희망이에게 트라우마가 있을 거라 지레짐작했고, 상처를 치유하기 위해 애정을 듬뿍 줘야 한다고 믿었다. 

허나 강형욱은 "보호소의 개들이 다 상처받았다 생각하면 안돼요. 트라우마가 다 있을 거라고 생각하면 안돼요. 그건 너무 드라마예요. 내 개가 불쌍하다, 내 개가 불안하다, 내 개는 이렇다 저렇다 라고 생각하며 개를 데리고 있는 건 위험해요. 옳지 않아요."라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보호자의 애정이 희망이에게 독이 됐음을 상기시켰다.

제대로 된 교육을 위해서는 (무분별한) 애정을 끊어야 한다고 설명했다. 다가오는 희망이를 몸으로 밀쳐내 '나는 너의 소유가 아니'라는 사실을 명확히 알려줘야 하고, 아무리 싫어해도 (안전을 위해) 입마개를 꼭 채워야 한다고 말했다. 밥을 주고 산책을 하고 배변을 치우는 기본적인 일 외에 애정을 주지 말라고 경고했다. 그런 행동들이 희망이를 혼란스럽게 만들기 때문이다. 

"애정을 주면 안돼요. 아무 것도. 교육을 하면서 개를 혼내고 때리는 사람보다 강아지를 너무 예뻐하는 사람을 교육하기가 제일 힘들었어요. 왜 그런 줄 아세요? 자기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모르거든요. 그리고 인정하지 않아요."

그럼에도 보호자는 희망이가 넘어지는 게 안쓰러워 보디블로킹(몸으로 가로막기)도 제대로 하지 못했고, 입마개를 하는 걸 끔찍하게 싫어하는 걸 아니까 자꾸만 주저했다. 그럴수록 희망이는 더욱 제어 범위를 벗어났던 것이다. 강형욱은 개를 예뻐하는 사람을 교육하기가 제일 힘들다고 말하며, 그 이유가 자기가 잘못하고 있다는 걸 모르고 인정하지 않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결국 보호자가 달라져야 했다. 단호하게 선을 그어야 했다. 강형욱은 인간의 시선으로 개를 판단하지 말라고 경고했다. 불필요한 스토리텔링으로 감정 이입하지 말아야 좋은 보호자가 될 수 있다는 이야기였다. 그 말은 '개는 (사람이 아니라) 개'라는 사실을 망각해선 곤란하다는 뜻이었다. 정말 개를 사랑한다면 개의 관점에서 생각할 줄 알아야 하지 않을까.

또, 강형욱은 단순히 동정심으로 개를 키우는 건 곤란하다고 못박았다. 물론 1년 평균 5만여 마리의 개가 버려지는 현실 속에서 유기견의 안락사를 막기 위해 임시 보호를 자처한 보호자의 따뜻한 마음씨는 칭찬할 일이다. 허나 그렇게 데려온 개를 잘 키우지 못해 (희망이뿐만 아니라 기존의 반려견 럭키, 보호자 본인까지) 고통받는다면 모두에게 좋은 결과는 아닐 것이다. 

우리는 반려동물 인구 천만시대를 살아가고 있다. 그러나 반려견에 대한 공부가 제대로 이뤄지고 있는지, 정확한 교육 방법을 선택하고 있는지 의문이다. 그저 인간의 관점에서만 개를 대하고 있는 건 아닌지, 나의 감정을 지나치게 투사해 개를 망치고 있는 건 아닌지 돌아볼 일이다. 결국 사람도 개도 행복해야 하는 것 아니겠는가. 공존을 위해서 많은 고민이 필요하다는 걸 <개는 훌륭하다>와 강형욱은 잘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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