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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리뷰] '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백종원의 진짜 '비법', 우리는 무엇을 배울 것인가?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20. 1. 30. 18:40

처음에는 감자탕집이 가장 큰 문제라고 생각했다. 엄마와 아들이 함께 운영하고 있는 그 곳은 활력이 존재하지 않았다. 분위기는 침체돼 있었고, 장사에 대한 의욕도 보이지 않았다. 김성주는 그동안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출연했던 사장님들 가운데 무기력한 걸로 TOP3에 든다며 안타까워했고, 백종원은 이방인처럼 떠돌고 있는 아들에게 억지로 하는 것처럼 보인다며 지금이라도 다른 일을 알아보라고 강하게 질책했다. 

정신이 번쩍 들었던 걸까. "우리가 왜 이렇게 됐을까."라며 회한의 눈물을 흘린 모자(母子)는 다음 날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학습된 무기력을 떨쳐내고 잊었던 초심을 되찾았다. 엄마는 오래된 식재료를 정리하고 매일마다 신선한 감자탕을 끓였다. 더 이상 TV가 있는 방으로 들어가 숨지 않았다. 아들도 새벽 일찍 마장동을 다녀오는 등 성실한 태도를 보여주며 가게에 대한 애정과 주인의식을 내비쳤다. 

이렇듯 감자탕집은 급속히 개선됐다. 소위 '빌런'이 아니었던 셈이다. 홍제동 문화촌 편이 거듭될수록 뒤통수를 잡게 하는 가게가 따로 있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찐'은 따로 있었던 인데, 진짜 골칫덩이는 팥칼국숫집이었다. 부부가 함께 운영중인 팥칼국숫집은 아내인 김혜숙 사장님이 요리를 전담하고 있었는데, 의사결정의 주도권도 쥐고 있었다. 문제는 김혜숙 사장님의 판단과 결정이 조금씩 이상했다는 것이다.

"비법을 가르쳐 줘야죠."

손님 중에 한명이 '가격이 너무 싼 거 아니냐'고 했다는 이유로 대뜸 팥옹심이의 가격을 기존 7,000원에서 1,000원 올려 버렸다. 이는 솔루션 전에 가격을 미리 올려 놓은 것이라는 의혹을 불러일으킬 만한 행동이었다. 또, (백종원이 솔루션을 제시하기도 전에) 지레짐작해서 메뉴를 줄이는 사안을 언급하더니 (백종원의 진의를 이해하지 못한 채) 알아서 하라는 듯 심드렁한 태도를 여러차례 내비쳤다. 

팥칼국숫집은 갈수록 문제점을 노출했다. 주력 메뉴인 바지락 칼국수와 팥옹심이는 모두 특색이 없었는데, 문제는 단순히 '맛'이 아니었다. 사장님은 말끝마다 핑계로 일관했는데, 백종원의 지적을 수용할 생각이 없어 보였다. 또, 맛과 신선도를 위해 국산 팥을 사용하기로 결정한 후에는 "그럼 팥 좀 어디서 해줘 봐요. 팥 어디서 국내산 좀 해달라고요."라며 백종원을 쪼아댔다. 아예 입에 떠넣어 달라는 심보였다.

스스로 무언가를 해볼 생각은 하지 않고, 오로지 백종원에게만 기대겠다는 생각이었다. 황당한 요구를 받은 백종원은 당황한 기색이 역력했다. 백종원은 "이게 진짜 오해하시는 게 식당을 많이 해서 싸게 살 수 있는 게 아니라 발품 팔고 돌아다녀야 돼요, 많이."라며 사장님의 안일한 장사 방식을 지적했다. 그러나 사장님은 예전에는 그랬지만, 가격이 비싸고 차 댈 곳도 없었다며 계속해서 변명만 늘어놓기 바빴다. 

백종원은 팥의 맛을 살리기 위해 조리방식을 개선해 보자고 제안했지만, 사장님은 엄마가 옹심이를 끓인 물에 팥을 넣어야 부드럽고 맛있다고 했다며 기존의 방식을 고수했다. 이미 백종원의 조리법으로 만든 팥옹심이의 맛이 월등했음이 객관적으로 확인됐는데도 엉뚱한 고집을 부렸다. 도대체 무슨 생각일까. 그러면서 국산 팥을 쓰지 않아서 그렇다며 딴소리를 했고, 나중엔 '비법을 가르쳐 달라'며 성토하기까지 했다.

비법이 어디 있어요? 비법은 지금 제가 다 가르쳐 드린 거예요. 여태까지 몰랐던 거 원가 계산 하는 거 왜 지금 쓴 맛이 나는지.. 이거 원래대로라면 두 분이 발품 팔아서 몇 년 동안 배워야 하는 건데 지금 다 가르쳐드린 거야.”

한마디로 도둑놈 심보였다. 백종원은 어이없는 표정으로 사장님의 착각을 바로잡았다. 사장님은 잘못된 부분을 개선하고, 노력을 기울여 변화를 도모하기보다 백종원의 레시피만 낼름 챙길 요량이었던 모양이었다. 단기간에 요행을 바라는 마음이었다. 장사를 너무 쉽게 생각하고 있는 것이다. (예고편에서) 백종원은 "원래대로 돌아갈 확률이 80%라고 우려했다. 이에 사장님은 "내기 할래요? 3개월 동안 안 바뀌면 뭐 줄 거예요?"라며 기겁하게 만들었다. 

도대체 맡겨놓은 짐을 찾아가듯 저리 당당한 태도는 어디에서 나오는 걸까. (설령 맡겨놓았다고 해도 저리 무례해선 곤란하다.) 이런 일들이 자꾸만 반복해서 나타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건 <백종원의 골목식당>이라는 프로그램과 백종원에 대한 오해 때문이리라. 단순히 백종원이 짠하고 나타나서 특별한 레시피를 가르쳐 줌으로써 장사를 잘 되게 만들어 (돈을 많이 벌게) 준다고 착각하기 때문이다. 

"그게 장사의 원리예요. 이 사람이 하나를 사더라도 매일 와. 그럼 파는 사람은 부담스러워서 좋은 걸 빼놓겠지. 이런 걸 하나하나 터득해 가는 거야. 내가 이걸 경험해 보라는 거야. 내가 사러가는 사람의 입장이 돼 보고 파는 사람 입장도 돼 보고. 그게 장사의 원리를 터득하는 거야."

그러나 백종원은 그리 허술한 사람이 아니다. 그는 낚시하는 법을 가르치는 사람에 가깝다. 솔루션 대상자가 의지와 의욕을 보이면 어떻게든 도와주기 위해 애쓰지만, 제자리에서 꼼짝도 하지 않으면서 다짜고짜 레시피를 내놓으라고 떼를 쓰는 상대에겐 누구보다 냉혹하다. 가르쳐줘봤자 제자리로 돌아올 게 뻔하기 때문이다. 영리한 사람이라면 백종원으로부터 한 두 가지 레시피를 얻는 것보다 그의 장사 노하우를 배우려 할 것이다. 그것이야말로 진짜 '비법'일 테니 말이다. 

백종원은 감자탕집 아들에게 장사의 원리를 터득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고 가르쳤다. 그게 무엇인지 몸으로 부딪쳐서 조금씩 깨닫고 있는 감자탕집 아들은 확연히 달라진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반면, 원가 계산법과 팥의 쓴맛을 잡는 법 등 여태까지 몰랐던 부분을 일깨워줬던 백종원의 진짜 '비법'을 이해하지 못한 채 레시피만 받아내는 데 혈안이 된 팥칼국숫집은 여전히 헛심을 빼고 있다. 당신은 백종원으로부터 무엇을 배울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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