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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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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구라니까 할 수 있었던 직설, '2019 SBS 연예대상'을 뒤집었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9. 12. 29. 12:24

"나 이 얘기 꼭 하고 싶었어."

김구라는 작정한 듯싶었다. 지난 28일 열린 '2019 SBS 연예대상' 시상식 현장, 카메라에 언뜻 담긴 김구라는 내내 뭔가 (마음의) 준비를 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고민됐을 것이다. 발언 후의 파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었다. 좋은 게 좋은 거 아닌가. 능글맞게 자신의 턴을 수행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김구라는 솔직해지기로 마음 먹었다. 마이크가 왔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판도라의 상자가 열렸다. 

"제가 사실 대상 후보인 거 자체가 제 스스로 납득이 안 되는데, 시청자들이 납득이 될까 걱정스럽습니다."

2019 SBS 연예대상은 무려 8명의 대상 후보를 냈다. 김구라, 김병만, 김종국, 백종원, 서장훈, 신동엽, 유재석, 이승기(가나다 순)가 그 주인공이었다. 8명 모두 '남자'라는 사실도 시대적 흐름을 생각하면 기괴했지만, 일단 주인공의 숫자가 터무니없이 너무 많았다. 물론 우열을 가릴 수 없을 만큼 '대상감'에 걸맞은 활약을 했다면 이의가 없겠지만, 누가 봐도 납득하기 어려운 이름들이 제법 있었다. 

당장 김구라는 "방송사에서 구색을 맞추려고 8명 넣은 거 같은데"라고 꼬집었다. MC 김성주는 당황해하며 "구색이요? 잘 하셨으니까."라고 얼버무리려 했지만, 김구라는 그 정도에서 멈출 생각이 없었다. "그렇게 얘기하면 안 되고요. 우리가 다 알면서." 김구라는 자신이 대상 후보로 오른 것이 기쁘긴 하지만, "올해부터는 무드가 좀 변해"서 "억지로 웃음짓지 못하겠"다며 작심 발언을 계속 이어갔다. 

"<동상이몽2> 우수(프로그램)상을 제가 대표로 받았는데요. 제가 받을 만한 건 아니거든요. 저희는 부부들이 애쓰는 프로그램이고, 제작진이 애쓰는 프로그램인데 제가 거기 나가는 거 자체가.. 근데 뭐 또 스튜디오에선 나름 열심히 하고는 있는데. 여러가지 복잡한 감정으로 2시간 반 앉아 있는 거예요. 사실은 제가 오늘 제 의상하고 휴대폰하고 계속 만지작거리고 있어요. 기회봐서 가려고. 농담이고, 이 자리에 앉아 있는 거 자체가 굉장히 영광스럽고요. 나름대로 앉아 있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닙니다."

이쯤에서 인터뷰를 끊을 수 있었지만, (다행스럽게도) 김성주는 계속해서 마이크를 김구라에게 건넸다. "촉이 굉장히 좋으신 분인데.." 누가 대상이 될지 맞춰달라는 요청이었다. 뻔한 대답들, 무난한 대답들이 있었다. 방송에서 잔뼈가 굵은 김구라가 그걸 모를 리 없었다. 그러나 '촉이 굉장히 좋은' 김구라는 시청자들이 정말 듣고 싶어하는 이야기를 꺼냈다. 폭탄들이 쏟아져 나오는 순간이었다. 

"근데 저는 이런 생각해요. 연예대상이 이제는 물갈이를 해야 할 때가 아닌가. 얼마 전에 KBS (연예대상) 같은 경우에도 시청률 잘 안 나왔거든요. 국민 프로그램들이 너무 많다보니, 5년 10년 된 프로그램이 너무 많다보니까 돌려먹기 식으로 상을 받고 있잖아요. 제가 봤을 때는 더 이상 쓰잘데기 없는 저 이런 사람들 빼고 양강으로 해서 백종원, 유재석, 그리고 동엽이 정도만 넣어 주자고요. 그래서 셋 정도 해서 그렇게 가는 게 긴장감 있는 거지. 뭐, 나하고 서장훈이하고 왜 앉아 있냐고. 종국이도 사실 그렇잖아. 종국이도 방송한 지 20년된 앤데, 너스레떨고 앉았고 정말. 쟤도 40대 중반이야."

이미 오래 전부터 지상파 3사의 연말 시상식(연예대상, 연기대상)에 대한 문제제기가 있었다. 객관성과 공정성은 사라진 지 오래였다. '쪼개기'를 통해 상을 양산했고, 그마저도 공동 수상을 남발하며 김을 뺐다. 애초에 시상의 기준도 없었다. '출석=수상'의 공식이 뿌리내렸다. 손에 땀을 쥐는 긴장감은 찾아볼 수 없었다. 회사의 종무식과 다를 바 없는 수준이었다. 심지어 대상도 '개근상' 수준으로 전락해 버렸다. 

시청자들이 납득할 수 없는 수상이 잇따랐지만, 방송사들은 그 어떤 자성의 목소리도 내지 않았다. 어차피 며칠만 지나면 사그라질 아우성이니까. 그보다 연예대상 앞뒤로 깔린 광고가 주는 이익이 우선이었으니까. 악순환은 계속됐다. 시상식에 참석(할 수밖에 없는 상황에 처)한 연예인들은 직업 정신을 발휘해 "억지 웃음'을 짓고 '너스레'를 떨며 방송사의 '쇼'에 박자를 맞춰줬다. 그러나 시청자들은 지쳐만 갔다. 

"우리 어머니가 그러더라고요. 너 잠깐잠깐 나오는데 얼굴 죽상을 하고 있냐고. 어머니, 저도 나름대로 사정이 있어요. 더 이상 대상 후보 8명 뽑아놓고 아무런 콘텐츠 없이 이 사람들의 개인기로 1시간 2시간씩 때우는 거 인제 더 이상 이렇게 하면 됩니다. 이제 정확하게 해가지고 방송 3사 본부장들이 만나서 돌아가면서. 예, 여러분들 광고 때문에 이러는 거 제가 압니다. 이러지 마세요. 이제 바뀔 때 됐습니다. 내가 이 얘기 하고 이제 빠질게요. 너(김성주)도 원하잖아. 방송 3사 본부장들이 만나서 번갈아 가면서 이렇게 해야 합니다. 많은 시청자 여러분들이 정말 오랜만에 김구라가 옳은 말 한다고 할 거예요."

김구라는 방송 3사 본부장들이 만날 것을 촉구했다. 명확히 못을 박진 않았지만, 지상파 3사가 통합된 시상식을 언급하는 게 분명했다. 수많은 시청자들이 바라 마지않던 지향점이기도 하다. 지금의 연말 시상식이 문제투성이라는 건 누구나 알고 있는 사실이다. 그럼에도 이런 '적폐'가 바뀌지 않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광고 때문에 이러는 거 제가 압니다"라는 김구라의 말은 핵심을 찌르고 있었다. 

시상식이 통합될 경우에 한 해마다 돌아가며 방송해야 할테니 방송사의 광고 수익이 감소하는 게 문제라면 통합 시상식의 광고 수익을 방송 3사가 균등하게 배분하는 것도 한 방법이다. 통합된 시상식은 분명 더 많은 관심을 끌 테고 자연스레 시청률도 높을 테니 광고 수익도 극대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방송 3사가 배분하더라도 손해를 보지 않는 플랫폼을 만들어 낼 수 있지 않을까? 어차피 이대로라면 시청률은 더 떨어질 수밖에 없을 테니 말이다. 

2019 SBS 연예대상은 유재석이 대상을 수상하고, 백종원이 (실질적 대상이라 할 수 있는) 공로상을 수상하며 막을 내렸다. 다른 상들은 시상식에 출석한 연예인들이 '골고루' 나눠서 집으로 돌아갔다. 구하라와 설리를 죽음을 추모하는 한편, "요즘 드는 생각이 평범하고 편안한 하루 일과가, 일상이 감사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이런 소중한 일상을 보내게 해주신 저희 하루, 일주일, 일년을 만들어주신 수많은 분들에게 감사드립니다."라는 유재석의 수상소감은 감동적이었다.

"골목에서 고생하시는 자영업자들과 농민, 어민 분들 힘내시고 최선을 다해 열심히 해서 희망을 보실 수 있게 노력하겠습니다"라고 말한 백종원의 수상 소감도 뜻깊었다. 그러나 역시 김구라의 직설이 더욱 와닿는 시상식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김구라밖에 할 수 없는 말이었다. 용기를 내준 그에게 고맙다는 말을 건네고 싶다. 과연 김구라의 말이 지상파 3사의 연예대상을 바꿀 도화선이 될 수 있을까. 우선, MBC 연예대상에서 안영미와 베스트 커플상을 노리고 있다는 그가 뜻을 이루길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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