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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 검찰 아닌 직장인 검사? '검사내전' 이선균, 시청자 설득할 수 있을까?

너의길을가라 2019. 12. 18. 16: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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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더 킹>의 박태수(조인성)는 서울중앙지검 전략부 부장검사 한강식(정우성)의 눈에 들기 전까지만 해도 '평범한' 검사였다. 태수는 지방의 한 검찰청에서 음주 운전이나 폭행 등 일반 형사 사건을 처리하기에 바빴다. 한없이 쌓여가는 사건 관련 서류를 들춰보기에 급급했다. 정치인이나 재계의 거물급 인사들을 상대하는 경우는 없었다. 태수는 그저 '직장인 검사'였을 뿐이었다.

지난 16일 첫방송을 시작한 JTBC <검사내전>(연출 이태곤, 각본 서자연, 이현)은 제목에서 천명하고 있듯 검사들의 이야기를 담고 있다. '또, 뻔한 검찰 드라마일까?' 그동안 검찰을 다룬 드라마(나 영화)가 워낙 많았기에 일부 시청자들은 벌써부터 식상함을 토로할지도 모르겠다. 그러나 <검사내전>은 기존에 방영됐던 검찰 드라마와는 결이 다른 이야기를 가지고 시청자들을 만났다.

<검사내전> 속의 검사는 권력에 맞서 비리를 파헤치는 정의감 투철한 검사도 아니고, 권력의 하수인이 돼 비리를 저지르는 정치 검사도 아니다. 우리가 흔히 검사라고 하면 떠올리는 이들, 스포트라이트를 받는 '미디어 속 화려한 법조인이 아니라 지방도시 진영에서 하루하루 살아가는' 검사들이다. 한강식을 만나기 전의 박태수, 검찰 내에서 90%를 차지하는 평범한 '직장인 검사들' 말이다.

검사를 '현실 직장인'으로 그려내는 건 일종의 모험이다. 검사라는 직업이 생긴 이래부터 '검사=엘리트'라는 공식은 흔들림이 없었고, 각종 미디어를 통해 검사에 대한 (대체로 부정적인) 선입견이 강하게 뿌리내려 있기 때문이다. 더구나 '정치 검찰'을 규탄하는 목소리가 어느 때보다 높은 시기가 아닌가. 검사를 드라마의 주인공으로 쓰는 건 쉬워도 검사를 직장인으로 표현하는 건 어려운 일이다.


이선균은 그 어려운 일을 해낸 적임자였는지도 모르겠다. 현실 연기를 누구보다 현실감 있게 해내는 배우답게 이선균은 <검사내전>의 성공적인 안착을 이끌어냈다. <검사내전>은 1회 시청률 5.042%(닐슨코리아 기준), 2회 4.996%로 준수한 출발을 했다. 이선균은 인간미 넘치는 진영지청 형사 2부 소속의 10년차 검사 이선웅 역을 맡아 안정감 있는 연기를 선보였다.

극 속의 이선웅은 법으로 금지된 장소에서 낚시를 하다가 단속을 나온 경찰에게 체포되는 등 허당스러운 모습을 보여주기도 하고, 사건 관련자들을 소환하기 위해 애걸복걸하는 '구걸 수사의 달인'의 웃픈 면모를 보였다. 그런가 하면 의외의 예리함으로 사건의 전말과 실체를 파악했고, 기업의 임금체불 사건을 끝까지 물고 늘어지는 정의롭고 끈질긴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다.

서울시보다 면적이 조금 넓은 진영시의 인구는 도봉구(33만)보다 적은 32만 명에 불과하다. 진영지검은 검찰총장이 지방 순시 때 (그것도 세 번씩이나) 까먹고 지나친 존재감이 극히 미약한 곳이기도 하다. 남해안에 위치한 지리적 여건 탓도 있겠지만, 어찌됐든 진영지검이 기피 근무지인 것만은 분명하다. 5년째 11명이나 주인이 바뀐 309호는 진영지검에 대한 검사들의 기피 현상을 상징한다.

그런 진영지검이만, 이곳에도 12명의 검사들이 있다. 이선웅이 소속된 형사 2부는 늘 1부에 눌러 기를 못 펴고 있다. 구성원들을 살포보면 잔소리 많고 욱하는 부장검사 조민호(이성재), 한없이 성격 좋은 수석검사 홍종학(김광규), 한때 조폭도 때려잡았던 지금은 워킹맘 검사 오윤진(이상희), 인증샷이 목숨거는 초임검사 김정우(전성우) 등이다. 만렙 수사관 장만옥(백현주)도 형사 2부 소속이다.


여기에 차관 장인이 피의자인 보험사기 사건을 파헤쳐 중앙지검 특수부에가 진영으로 좌천된 차명주(김려원) 검사까지 합류하면거 형사 2부 라인업이 완성됐다. 한편, 이선웅과 차명주는 대학 시절 선후배 관계로 얽혀 있는데, 사법고시 기수에선 차명주가 한 기수 높아 애매한 관계를 형성하게 됐다. 두 사람의 기싸움은 앞으로 <검사내전>의 주요 스토리가 될 전망이다.

가짜 무당 사기 사건, 삼각관계로 얽힌 노인들의 소똥 투척 사건 등 소박한 사건들을 다루고 있는 <검사내전>은 '사람 냄새' 나는 이야기들을 통해 조금은 다른 검사들의 분투기를 그려나갈 예정이다. 드라마 중간중간 센스 넘치는 자막과 CG, 흐름을 정리하는 이선균의 내래이션도 극의 재미를 더한다. 무엇보다 자극적이지 않으면서 편안한 웃음을 준다는 점이 큰 매력 포인트다.

'불륜 드라마'(SBS <VIP>)에 지치거나 '몰입도가 강한 드라마'(tvN <블랙독>)에 익숙지 않은 시청자들에게 <검사내전>은 훌륭한 선택지가 될 것이다. 수사 장면보다 식사 장면이 더 많이 등장하는 검사 드라마가 궁금하다면 <검사내전>을 추천한다. 다만, '정치 검찰'에 대한 비판 여론이 강한 시점에 검사들의 애환을 다루는 <검사내전>의 이야기가 조금 불편할 수도 있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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