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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리뷰] '백종원의 골목식당' 톺아보기

사람에 대한 선입견 깬 '골목식당', 사람을 대하는 백종원의 비법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9. 7. 25. 17:37


'사람은 한결 같을 수 없어.'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다.'


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기대가 깨어지는 경험을 한다. 믿음이 고꾸라지고, 신뢰가 짓밟히는 일은 허다하다. 그 숱한 '배신'의 주인공은 언제나 '사람'이다. 우리를 아프게 하고 절망케 하는 건 언제나 사람이었다. 그래서 일까. 사람에 대한 여러 (부정적인) 선입견들이 제대로 된 관찰과 판단에 앞서 우리의 눈을 가리곤 한다. 시간이 지날수록 그 색안경은 짙어지고, 언제부턴가 자신이 색안경을 쓰고 있다는 사실조차 잊은 채 살아가게 된다. 


가령, 정직하고 성실한 사람을 만나도 그가 한결 같지 않을 거라 속단해 실망의 가능성을 애초에 차단해 버린다. 또, 실수를 하거나 잘못을 저지른 사람에게 관대하지 못한 경우가 많다. 자고로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라고 했다며 가슴에 대못을 박는 것이다. 설령 그것이 삶으로 체득한 하나의 진리(혹은 방어기제)라 하더라도, 결국 사람과 사람이 더불어 살아가는 세상에서 그런 편견은 스스로 고립을 자초할 때가 많다.


그런 점에서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이하 <골목식당>)은 매우 흥미롭다. 사람에 대한 믿음을 상기시키고, 사람에 대한 응원을 자아내기 때문이다. 그 중심에 백종원이 있음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그는 끊임없이 실망하면서도 쉽사리 포기하지 않는다. 그쯤이면 포기할 법 한데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기대를 갖고 기회를 부여한다. <골목식당>이 여전히 뜨거운 논란 속에 자리잡고 있지만, 긍정적인 부분의 면적이 훨씬 넓다는 건 이렇듯 '사람(에 대한 애정)'이 자리잡고 있기 때문일 것이다. 



포방터 시장의 돈까스집 사장님은 <골목식당>이 낳은 최고의 스타이다. 그가 시청자들에게 큰 사랑을 받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 무뚝뚝한 돈까스집 사장님은 방송적으로 재미있는 캐릭터도 아니었다. 예능적으로 본다면 그리 각광받을 인물은 아니다. 그러나 장인정신 가득한 돈까스의 황홀한 맛과 손님들을 대할 때 보이는 진정성, 그리고 그가 무소의 뿔처럼 묵묵히 걸어왔던 삶의 이야기가 결합되자 사람들은 그에게 매료되기 시작했다.


'한결 같은 사람은 없다'는 편견을 돈까스집 사장님은 깨뜨렸다. 그는 오로지 어떻게 하면 손님들에게 맛있는 돈까스를 제공할 수 있을지만 궁리했다. 장사가 잘 되면 좀 느슨해질 법도 한데, 그런 허점은 전혀 보이지 않았다. 조언을 구하기 위해 찾아온 원주 미로예술시장의 에비돈 사장님에게 "내 몸이 피곤해야지 내 몸이 고단해야지 손님 입이 즐거워져요. 내가 편하면 손님 입이 불쾌하죠."라고 말하는 대목은 감동스럽기까지 했다. 백종원도 감탄했을 정도다.


원주 미로예술시장의 칼국수집 사장님에 대한 열렬한 응원도 같은 맥락이다. 사장님의 선한 인상과 따스한 성품은 사람들의 마음을 무장해제했다. 칼국수와 팥죽 등 음식의 맛도 일품이었지만, 찾아와 준 손님들에 대한 고마움과 정성이 더욱 돋보였다. 그건 손님들의 반응에서 충분히 확인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자식을 먼저 보낸 아픔과 화재로 가게를 잃은 고통 속에서도 한결 같은 사장님을 어찌 응원하지 않을 수 있겠는가. 



포방터 홍탁집 아들(이젠 어엿한 사장님이다)은 돈까스집 사장님과는 다른 의미에서 최고의 스타였다. 워낙 실망스러운 모습을 보여줬던 탓에 사람들은 그를 믿지 않았다. 백종원의 인간 개조 프로젝트를 통해 환골탈태하는 모습을 보여줬지만, 방송이니까 그런 척하는 것일 거라는 인식이 강했다. '1년 뒤에 찾아와 달라'는 그의 말에도 콧방귀를 꼈다. 사람은 쉽게 변하지 않으니까, 사람은 고쳐 쓰는 게 아니라고 했으니까. 선입견과 편견이 그에 대한 기대를 가로막았다. 


여름특집 '긴급점검의 날'을 통해 1년 만에 찾아 간 홍탁집 아들은 완전히 다른 사람이 돼 있었다. 그는 하루도 거르지 않고 백종원에게 인증샷을 보냈고, 누구보다 성실하게 장사를 하고 있었다. 시청자들이 품고 있던 일말의 불안감이 모두 해소되는 순간이었다. 자신감 있게 냉장고 안을 살펴보라고 말할 정도로 청결이 몸에 배어 있었고, 아주 능숙하게 닭 손질을 할 정도로 실력이 늘어 있었다. 백종원은 그런 홍탁집 아들을 기특해 했고, 그건 시청자들도 한마음이었을 것이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사람에 대한 선입견을 깨뜨리고 있다. 포방터 돈까스집 사장님이 증명한 신뢰, 원주 미로예술시장 칼국수집 사장님이 보여주는 따뜻함, 포방터 홍탁집 아들이 입증한 가능성이 그 대표적인 예다. 백종원은 장사도 결국 사람이 하는 것이라는 걸 보여줬다. 맛을 잡는 것과 운영의 기술을 터득하는 것도 중요하지만, 그보다 절실한 장사의 핵심은 사람이었다. <백종원의 골목식당>을 보면서 우리가 백종원에게 배워야 하는 건 바로 그가 사람을 대하는 태도인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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