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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의 진수를 보여준 '트래블러', 류준열과 이제훈이라 좋았다!

너의길을가라 2019. 4. 26. 23: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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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 오늘이 마지막 날이야."

"아, 그러네.. 맞네.."

"여기 있으니까 계속 갈 거 같아, 이게. 이 순간이."


여행 15일 차, 쿠바의 휴양도시 바라데로(Varadero)에서 따사로운 햇살과 함께 아침을 맞이한 JTBC <트래블러>의 류준열과 이제훈은 해변으로 산책을 나갔다. 잔잔히 부서지는 파도를 바라보고, '미숫가루'를 연상케 하는 가는 모래 위를 맨발로 걷다 호텔로 돌아왔다. 아침 식사를 하던 준열은 오늘이 여행의 마지막 날임을 상기시켰고, 그 얘기에 제훈의 표정이 시무룩해졌다. 이 순간이 계속 될 것만 같다는 말이 새삼 와닿았다. 


시작이 있으면 끝이 있는 법이다. 여행에 잔뜩 취해 있는 여행자는 유예(猶豫)를 원한다. 마지막은 어떻게든 피하고 싶은 순간이다. 그럼에도 그 시간은 끝내 찾아온다. 일상을 벗어난 특별한 경험인 여행에서 끝은 더욱 아쉽기만 하다. 소설가 김영하는 <여행의 이유>에서 '어둠이 빛의 부재라면, 여행은 일상의 부재'라고 했다. 이제 미뤄뒀던 '일상'을 마주해야 할 시간이 다가온다. '일상은 파도처럼 밀려'오기 마련이다. 


그렇다고 벌써부터 기운 빠질 필요는 없다. 류준열과 이제훈은 오히려 다짐했다. 한순간도 헛되이 보내고 싶지 않은 마음이 더욱 강해졌다. 두 사람은 지금까지의 여행에서 그랬던 것처럼 여행의 빈칸을 채워나가기 시작했다. 아바나로 돌아가는 렌터카를 예약하려다 최소 3일은 렌트해야 가능하다는 말에 씁쓸히 발걸음을 돌리고 대신 택시를 예약했다. 그리고 마지막 코스로 수영장에서 물놀이를 하며 휴식을 취했다. 



이제 여행의 출발지였던 아바나로 돌아가야 할 시간이다. 아쉬움이 잔뜩 묻어있던 류준열과 이제훈의 얼굴에 갑자기 화색이 돌았다. 렌트카를 빌릴 수 없어 어쩔 수 없이 예약해뒀던 택시가 도착했는데, 평범한 노란 택시일 거란 예상과는 달리 근사한 올드카가 나타난 것이다. 이렇듯 여행은 실패의 습격이고, 예기치 않은 행운의 연속이다. 파란색 올드카를 타고 얼마나 달렸을까. 다시 만난 아바나는 사람들로 북적였다. 역동적인 에너지가 넘쳤다.


두 사람은 여행의 대미를 장식할 모로 요새로 향했다. 그곳은 준열이 늦게 합류한 제훈과 함께 가기 위해 고이 아껴뒀던 장소였다. 다시 만난 아바나의 석양이 쏟아져 내렸다. 일출과 일몰의 순간을 기록했던 이번 여행의 끝을 장식하기에 더할나위 없는 석양이었다. 두 사람은 여행 기간동안 찍었던 사진을 보여주면 그간의 여행을 반추했다. 비냘레스, 쁠라야 히론, 뜨리니다드.. 각 도시의 기억들이 어느새 추억으로 담겨져 있었다. 


류준열과 이제훈의 배낭 여행을 담았던 <트래블러>가 10회를 끝으로 막을 내렸다. 3.13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로 시작했던 시청률은 2회에 최고 시청률 3.336%를 기록했다. 마지막 회는 (대개의 미공개 장면을 담은 최종편이 그렇듯 기존의 시청률보다 낮은) 1.279%로 마감됐다. <트래블러>는 평균 2%대의 안정적인 시청률을 기록했다. 무엇보다 시청자들의 호평이 잇따랐다. 조미료 없이 여행의 본질에 충실했다는 칭찬이 쏟아졌다. 


그동안 수많은 '여행(을 소재로 한) 예능'이 있었다. 대체로 '목적'이 있었다. 제작진이 정해 준 코스를 돌아야 한다든지, 자신만의 투어를 기획해 소개하고 동료들로부터 평가를 받는다든지, 현지의 유명한 음식점에 들러 '먹방'을 한다든지 말이다. 그런데 <트래블러>는 그런 강박이 없었다. 오로지 (배낭)여행 그 자체가 목적이었다. 가고 싶을 곳을, 가고 싶은 때에, 가능한 이동 수단으로, 원하는 방식으로 가면 됐다. 



그곳에 가서도 '계획'은 필요하지 않았다. 비냘레스에 간 준열은 아무 계획없이 하루를 보내지 않았던가. 이런 여행이 가능했던 건(이런 프로그램이 가능했던 건) 그 여행자(출연자)가 류준열이었기 때문이리라. 그는 세미 여행 전문가라 불릴 만큼 여행을 많이 했고, 실제로 자신만의 여행 노하우를 갖고 있었다. 준열은 예기치 않은 상황 속에서도 당황하지 않고 침착하게 대응했다. 그 안정감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도왔다.


여행이 익숙한 준열과 달리 제훈은 배낭여행이 처음이었다. 그에겐 여행에서 벌어지는 모든 일들이 새로웠다. 낯선 경험 속에서 제훈의 눈은 항상 호기심으로 반짝였다. 그의 생동감 넘치는 반응은 시청자들을 즐겁게 했고, 일종의 동질감을 느끼게 했다. 준열만으로도 좋았겠지만, 제훈이 함께라서 더욱 좋았다. 두 사람은 여행 스타일뿐만 아니라 많은 부분에서 서로 달랐지만, 매순간 상대방을 배려했다. 최고의 파트너였던 두 사람의 조합은 <트래블러>를 완성시켰다. 


<트래블러>는 배낭 여행의 진수를 보여줬고, 여행의 본질에 가장 충실했다. 덕분에 시청자들은 목요일 밤마다 내가 여행을 하는 듯한 기분을 느끼며 힐링할 수 있었다. 또, 준열과 제훈의 내레이션은 여행을 더욱 맛깔스럽게 만들었는데, 그 주거니 받거니 이어지는 생생한 묘사는 <트래블러>의 진정한 매력 포인트였다. 이제 여행은 끝났다. 일상이 시작됐다. 그러나 기대는 남았다. 류준열과 이제훈 두 배낭 여행자의 <트래블러> 시즌2를 기대해도 될까? 시청자들이 바란다면 안 될 법도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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