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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재 아픔 위로한 연예계 기부 행렬, 열불나게 하는 자유한국당의 추태

너의길을가라 2019. 4. 8. 13: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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푸르르던 강원도가 온통 시꺼멓게 그을렸다. 총 530ha(축구장 약 742개 면적)에 달하는 숲이 사라졌다. 하룻밤 사이에 벌어진 일이었다. 지난 4일 오후 7시 17분 강원도 고성군의 한 주유소 맞은편의 개폐기 내 전선에서 스파크가 발생하면서 시작된 화재가 초속 30m에 달하는 강풍을 만나 불길이 걷잡을 수 없이 번짓 탓이었다. 1명의 사망자와 1명의 부상자가 발생했다. 주택 478채가 불에 탔다. 이재민은 총 829명으로 집계됐다. (8일 오전 6시 기준)


주불은 약 14시간 만에 꺼졌다. 소방청의 신속한 총력 대응이 만들어 낸 결과였다. 2017년 7월 독립기관이 된 소방청은 타지역의 소방력을 동원할 수 있는 권한을 갖게 됐고, 그에 따라 산불 발생 2시간 만에 전국 각지에 지원을 요청할 수 있었다. 전국의 15%에 달하는 소방차량과 10%에 이르는 소방인원이 투입돼 조기 진화에 나설 수 있었다. 또, 청와대와 정부도 재빨리 국가재난사태를 선포하는 등 체계적이고 일사불란한 대처에 나섰다는 게 중론이다.


그럼에도 강원도는 아픔으로 가득찼다. 조기 진화로 피해가 최소화된 건 분명한 사실이나, 직간접적인 피해를 입은 강원도민의 마음에는 깊은 생채기가 남았다. 검게 타버린 숲과 잿빛으로 변한 건물들, 화마가 휩쓸고 간 거리의 황폐함을 마주해야 할 사람들의 참담한 심정을 어찌 짐작할 수 있을까. 그 상처에 연고를 발라준 건 역시 사람이었다. 대중의 사랑이 존재의 이유인 연예계로부터 따뜻한 소식이 전해지기 시작했다. 



먼저 물꼬를 튼 건 가수 아이유였다. 그는 지난 5일 강원도 고성, 속초 산불의 피해 지역 아이들을 위해 써달라며 아동복지대표기관 초록우산어린이재단에 1억 원을 기부했다. 이어 배우 송중기와 남주혁이 전국재해구호협회에 각각 3000만 원을 기부했고, 강원도 횡성이 고향인 '슈퍼주니어'의 김희철도 사랑의열매에 3000만 원을 기탁했다. 역시 강원도 원주에서 태어난 '워너원' 출신 윤지성도 전국재해구호협회에 1000만 원을 기부했다.


또, 가수 큐브가 5000만 원의 성금을 재해구호협회에 보냈고, 배우 정일우가 2000만 원, 가수 케이윌, 드라마 작가 김은숙, 화앤담픽처스 윤하림 대표가 2000만 원의 기부금을 전달했다. 그밖에도 방송인 유병재 · 송은이, 작곡가 유재환, 코미디언 심현섭, 배우 김유정, 트로트 가수 신유 등이 각각 1000만 원의 피해복구 기금을 기탁했다. 여기에 강다니엘의 팬클럽과 방탄소년단의 팬들도 자신의 스타의 이름으로 기부에 동참했다.


6일에도 연예계의 기부 행렬은 이어졌다. 가수 싸이가 전국재해구호협회에 성금 1억 원을 기부했고, 배우 이병헌 · 이민정 부부도 초록우산어린이재단을 통해 1억 원을 기부했다. 또, 2PM 준호(배우 이준호)가 3000만 원, 코요태가 3000만 원, 임시완이 2000만 원의 기부금을 전했고, 배우 김소현 · 김우빈 · 천우희는 각각 1000만 원을 기탁했다. 강원도 강릉이 고향인 배우 김서형도 1000만 원을 기부하며 아픈 마음을 표현했다.



윤정수는 어머니의 산소가 있는 강릉 지역에 1000만 원을 기부했고, 코미디언 유세윤은 본인 몫의 1000만 원에 더해 아들의 이름으로 3만 원까지 총 1003만 원을 전달했다. 군 복무 중인 하이라이트 윤두준과 씨엔블루 정용화도 각각 2000만 원의 성금으로 힘을 보탰다. 그밖에도 가수 거미· 조정석 부부가 3000만 원, 모델 야노시호가 3000만 원, 위너의 김진우가 1000만 원, 소유진이 5000만 원, 7일 결혼식을 앞둔 상태의 이정현도 1000만 원을 기부했다.


7일에는 광희가 2000만 원, 배우 이혜영과 윤세아가 각각 1000만 원을 기부해 동참했고, 8일에는 가수 겸 배우 수지가 1억 원, 방송인 유재석이 5000만 원을 쾌척했다. 그밖에도 기부 릴레이에 참여한 연예인의 수는 헤아리기 힘들 정도다. 연예인들이 앞장서기 시작한 기부 행렬에 재계와 시민들의 참여까지 이어졌고, 그 결과 7일 오후 3시까지 전국재해구호협회와 사랑의열매 두 단체에만 기부금이 100억 원이 모였다고 한다. 



"강원도의 엄청난 재난 앞에서 자유한국당은 산불대응의 엄중함을 간과한 채 정쟁에 몰두했다는 여론의 비난을 톡톡히 받았다. 그럼에도 한국당은 어제 우리당 홍영표 운영위원장이 안보실장의 장황한 답변을 유도해 안보실장을 제 때 못 보냈다고 또 다시 트집을 잡았다." (권미혁 더불어민주당 원내대변인, 7일)


"자유한국당이 강원도 고성 산불 기간 내내 정쟁에만 몰두했다. 당 대표는 사진기사용 보고받기에 바빴고, 원내대표는 상황파악도 못 하고 국가안보실장의 발목을 잡았다. 소속 정치인들이 빨갱이, 산불정권 운운하며 추태를 일삼고 있다" (정의당 이정미 대표, 8일)


밤을 새워 불길과 사투를 벌인 소방대원들의 노고와 산불로 인한 피해를 치유하기 위해 기부 행렬에 동참한 온 국민의 온정이 불러 온 감동과는 달리 정치권은 여전히 한심한 추태만 부리고 있는 실정이다. 그 주범은 역시 자유한국당이다. 5일 황교안 자유한국당 대표의 지지자가 "황 대표가 가장 먼저 달려와 산불 지도를 해 속초 고성 주불이 아침에 진화됐다"는 글을 올려 눈살을 찌푸렸고, 민경욱 대변인은 얼토당토 않은 '색깔론' 글을 공유해 비판을 받았다.


이어 6일에는 김문수 전 경기도지사가 논란의 바통을 이어받았다. 그는 자신의 페이스북에 "문재인 '촛불 정부'인 줄 알았더니 '산불 정부'네요"라는 글을 게시하며 재난 앞에서도 오로지 정치공세에 몰두했다. '재난 컨트롤타워' 정의용 국가안보실장을 국회에 붙잡아둔 나경원 원내대표는 "(여당 측에서) 심각성을 알리고 양해를 구했어야 하는데 그런 말이 없어서 상황 파악이 어려웠다"는 어이없는 변명을 늘어놔 국민들을 분노케 했다.


급기야 자유한국당은 아내의 환갑여행을 챙겨주기 위해 제주도 여행을 떠나느라 현장에 부재할 수밖에 없었던 속초 시장을 공격하는 데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이 비난은 정당한 것일까? 화재가 발생할 것을 미리 예측하지 못한 예지력 부족을 탓할 수 있을까? 비행기가 매진돼 대기 순번을 끊어놓고 기다린 것이 추궁받을 만한 일일까? 자유한국당의 정치공세는 한마디로 수준이하의 촌극이며, 국민에 대한 예의가 아니다.


최근 연예계는 쑥대밭이 됐다. 버닝썬 사태와 승리 게이트 등으로 대중의 노여움을 샀다. 그럼에도 강원도 산불 재난 국면에서 누구보다 앞장섰다. 온정을 전했고, 위로를 건넸다. 스타라는 이름에 걸맞은 빛을 냈다. 이로써 연예계는 자정 능력이 있다는 걸 증명했다. 그에 반해 정치권(더 정확히는 자유한국당)의 헛발질은 날이 갈수록 심해지고 있는 듯하다. 이런 상황 속에서도 정신을 차리지 못한다면 정말이지 답이 없는 것 아닐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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