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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의 맛집

[버락킴의 솔직한 맛집] 22. 예술의전당 확 바뀐 '미스터시래기'를 다녀오다.

예술의 전당​에 자주 가는 '문화 시민'이 되면 좋겠지만, 실상은 뜨문뜨문(일년에 서너 번 될까요?) 가는 처지입니다. 예술의 전당을 찾는 이유는 역시 한가람 미술관 때문입니다. '전시(展示)'를 관람하기 위해서죠. 최근에는 '피카소와 큐비즘' 전을 한다기에 방문을 하게 됐습니다. 

큐비즘(cubism)은 '입체파'라고 번역하는데요. 20세기 초기에 파리에서 일어났던 미술 운동을 일컫는 용어입니다. 파브로 피카소와 조르주 브라크에 의해 만들어졌다고 하죠. 타이틀에 '피카소'를 붙여놓긴 했지만, 사실 큐비즘의 역사를 짚어보는 기획이라 하는 게 정확할 것 같습니다. 

전시를 보기 전이나, 전시를 보고 난 후에나 고민(?)은 한결 같습니다. '뭐 먹지?' 예술의 전당은 남부순환로를 낀 외곽에 위치해 있어서 근처에 식당이 많지 않습니다. 물론 자체적으로 식당과 레스토랑을 운영하고 있긴 하지만, 그 외의 맛집을 찾기란 꽤나 힘이 듭니다. 그래야 예술의전당 내 음식점들의 매출이 오르겠죠?

예술의전당 건너편의 '목천집(앵콜칼국수)'은 이미 다녀왔고, 이번에는 '미스터시래기'를 소개해 보고자 합니다. 개인적으로 시래기를 참 좋아하는데요. 일전에 합정에 있는 '순남 시래기'도 다녀왔었다고 알려드렸었죠. 사실 '미스터시래기'는 두 번째 방문입니다. 그때 먹었던 구수한 시래기의 맛을 잊지 못하고 재방문한 거죠.

'미스터시래기'를 찾는 건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한가람 미술관에서 스타벅스 쪽으로 길을 건넌 후, 왼쪽으로 쭉 가다보면 또 한번 스타벅스가 나오죠. 조금만 더 가면 됩니다. 이어서 SK주유소, 카나디안 랍스터가 나오고 그 다음이 '미스터시래기'입니다. 

​외관은 바뀐 게 없습니다. 내부도 특별히 달라진 것 같지 않네요. 그런데 왠지 '낯선' 이 분위기는 무엇 때문일까요? 혹시 '냄새' 때문일까요? 의아한 기분을 느끼며, 일단 메뉴판을 받아 읽기 시작했습니다. 아, 드디어 원인을 찾았습니다! 

​메뉴가 확 달라져 버렸네요. 그 전에는 분명 '시래기 고등어 조림'과 '시래기 불고기 전골'이 있었는데, 이젠 '샤브샤브' 체제로 바뀌어 버렸네요. 이럴수가.. 샤브샤브가 기본이고, 거기에 낙새볶음이나 꼬막무침을 선택할 수 있게끔 돼 있네요. 흠, 그때의 맛을 기억하고 찾은 입장에서 아무래도 아쉽습니다.  

돌이킬 수 없다는 걸 알면서도 괜히 직원에게 "혹시 메뉴가 바뀐 건가요?"라고 물어봤죠. 기분 탓이었을까요? 그 역시도 아쉬운 표정을 지으며(저를 위로하기 위해서였겠죠?) "네, 전체적으로 바뀌었습니다."라고 대답을 해주더군요. 휴우, 어쩌겠습니까. 새로운 변화에 적응을 해야죠. 이제 와서 나갈 수는 없으니까요.

​'A세트(시래기 샤브샤브 + 낙새볶음 + 시래기 나물밥과 사누끼 유부 우동)'를 골라 봤습니다. 일반 샤브샤브에 시래기가 '조금' 들어가 있죠? 면은 칼국수 면으로 바꿀 수도 있다고 하니 참고하시기 바랍니다. 우동 면은 보시다시피 완전히 얼어 있었습니다. 뜨거운 육수에 들어가면 금세 녹기는 합니다만.. 

​솔직한 평가를 하자면, 샤브샤브는 '평타' 수준이었습니다. 시래기가 조금 들어가긴 했지만, 육수의 맛을 획기적으로 바꿀 정도는 되지 않았던 것 같습니다. 시래기 특유의 맛도 그다지 느껴지진 않았고요. 깊은 맛 역시 없었습니다. 고기의 양도 많지 않았죠. 게다가 냉동이라 부서지기까지.. 전반적으로 아쉬웠습니다.

당시 날씨가 워낙 추운 탓에 꽁꽁 얼어 있는 몸을 녹이는 역할은 해줬던 것 같지만, 맛있는 음식을 기대했던 손님의 마음을 다 녹이진 못했습니다. (굳이 예술의전당을 벗어나 찬바람을 맞아가며 찾아간 거였는데요.) 도대체 메뉴를 왜 바꾼 거야! 사장님을 찾아가서 따지고 싶은 심정이었다니까요?

이어서 도착한 낙새볶음도 기대치를 밑돌았는데요. 매콤했던 '맛'은 역시 '평타'였다고 할 수 있겠습니다. 그러나 낙지도 새우도 넉넉하지 않은 터라, 입맛만 다시다가 만 느낌이라고 할까요? 특히 새우는 조그마한 냉동 새우가 들어있었는데, 식감이나 맛이 턱없이 부족했습니다. 새우라고 하기에도 민망한 새우라고 할까요?

A세트를 먹고 31,900원을 내기엔 아무래도 비싸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우리가 흔히 가성비(價性比)를 따지지만, 맛이 좋으면 그런 효율을 계산하는 수고를 들이지 않게 되죠. 조금 과하다 싶은 돈도 기꺼이 지출하게 됩니다. '미스터시래기'는 '가성비'를 꼼꼼하게 따지게끔 만들었고, 그 효율은 상당히 나빴습니다.

'미스터시래기'에서 가장 맛있었던 음식을 고르라면, 역시 밑반찬으로 나온 '시래기 무침'이었습니다. 물론 메뉴 변경에는 사장님의 고뇌가 있었을 겁니다. 그러나 현재의 메뉴는 '미스터시래기'라는 브랜드와는 동떨어진 메뉴들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시래기 특유의 맛을 잘 살리지 못하는 것들로 구성이 됐습니다. 

아, 예전에 '미스터시래기'에서 먹었던 '시래기 고등어 조림'과 '시래기 불고기 전골'의 깊은 맛이 참 그립네요. 다시 그때로 돌아갈 순 없겠죠? 그렇다면 무조건 재방문할 의사가 있습니다만, 현재로선 그럴 생각이 들진 않네요. 그나저나 제가 옛 메뉴의 향수 때문에 지나치게 혹평을 한 건 아닐까요? 아쉬움이 큽니다.


맛 : ★★

친절도 : ★★★

청결도 : ★★★★

분위기 :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