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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능인가, 다큐인가? '트래블러' 류준열과 이제훈의 여행이 궁금하다

너의길을가라 2019. 2. 24. 11: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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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박사' 류준열과 '여행 초보' 이제훈이 만났다. 그들의 만남은 영화나 드라마를 촬영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예능 프로그램을 찍기 위해 이뤄졌다. 도대체 어떤 예능이기에, 이 흥미로(우면서 단조로)운 조합이 가능했던 걸까? 목적은 (그들의 이름 앞에 붙은 수식어를 통해 눈치챘겠지만) '여행'이다. 두 사람은 제작진의 간섭 없는 '자유 여행'을 떠나게 된다. 낯선 땅을 마음껏 모험하며 '배낭여행자'의 삶을 즐기는 것이다. 


두 사람의 만남이 이뤄질 장소는 쿠바의 수도 아바나(Havana)였다. (이제훈은 시상식 사회 스케줄로 아직까지 합류하지 못한 상태였다.) 쿠바, 그곳은 이제 낯설지 않은 곳이다. tvN <남자친구>에서 차수현(송혜교)과 김진혁(박보검)이 운명적인 사랑에 빠졌던 곳, 낭만과 열정이 가득한 땅이 아니던가. 그곳에서 펼쳐진 류준열과 이제훈의 여행은 과연 어떤 모습일까? 그런 기대감 속에 JTBC <트래블러>가 시작됐다. 



"배낭여행이 힘들다 보니 좀 여행을 할 줄 아는 출연자가 있어야 한다고 생각해 고민을 많이 했는데, 그중 한 분이 류준열씨였어요. 류준열이란 사람을 가상의 트래블러로 세우고 기획했다고 과언이 아닙니다." 


류준열이 누구인가. 연예계에서 배낭여행 실력이 검증된, 세미 프로 여행가가 아니던가. 그의 진가는 이미 예능 프로그램을 통해 확인된 적이 있다. 2016년 상반기에 방송된 tvN <꽃보다 청춘> 아프리카 편에서 tvN <응답하라1988>의 멤버들인 고경표, 안재홍, 박보검을 리드하며 여행 고수의 면모를 보여준 적이 있다. <트래블러> 연출을 맡은 최창구 PD에게 류준열은 당연히 캐스팅 0순위였을 것이다. 


지난 21일(목) 방송된 <트래블러> 1회는 이제훈의 부재 속에 류준열의 1인 여행으로 채워졌다. 덕분에 그만의 여행 방식을 엿볼 수 있었다. 첫날은 고스란히 이동에 소요됐다. 직항이 없어 멕시코시티를 경유해야 했기에 30시간이 걸렸다. 밤늦게 아바나에 도착한 류준열은 긴 비행으로 지쳐있었고, 택시를 타고 숙소에 도착하자마다 잠에 빠져들었다. 5층 테라스에서 바라본 아바나는 숨죽인듯 조용하기만 했다. '여기 쿠바 맞아?'


여행 2일차, 본격적인 여행이 시작됐다. 날이 밝자 아바나에도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가벼운 옷차림의 류준열은 '발'로 아바나를 누비기 시작했다. 스페인어로 방파제를 뜻하는 '말레꼰'을 거닐었고, 멀찌감치에서 '모로 요새'를 바라봤다. 그곳은 이제훈과 함께 들르기 위해 아껴두기로 했다. 다양한 건축 양식으로 가득한 '아바나 비에하'를 구경하고, 총기박물관에서 (CIA Armera De Cuba)에서 피델 카스트로와 체 게바라에 대해 생각했다.



그리고 아바나에서 가장 유명한 거리인 '오비스뽀 거리'를 무작정 헤매다가 어느 바에 들어갔고, 쿠바에서 살며 집필 활동을 이어갔던 어니스트 헤밍웨이가 즐겨마셨다는 칵테일을 마셨다. 어느새 몰려든 사람들로 바는 발 디딜 틈 없이 붐볐다. 분위기는 점차 뜨거워졌다. 낭만이 무엇인지, 정열이 무엇인지, 헤밍웨이가 왜 쿠바에 머물렀는지, 류준열은 조금은 알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쿠바의 분위기에 잔뜩 취해갔다. 


여행 3일차, 류준열은 일종의 민박이라 할 수 있는 '까사(Casa)'를 둘러보며 숙소를 구했다. 첫 번째 숙소를 이틀만 계약했기 때문에 벌어진 일이었다. 그러나 성수기에 숙소를 구하기가 쉬울 리 없었다. 여러 번의 실패 끝에 겨우 숙소를 구했고, 다음 날 '비냘레스'로 이동할 택시를 예약했다. 또, 와이파이 카드를 사러 이동했다. 몇 시간을 기다린 끝에 인터넷을 사용할 수 있게 된 류준열은 다시 말레꼰을 찾아 쿠바의 석양을 만끽했다. 


가만히 류준열의 내래이션에 귀를 기울이며 여행을 따라가다가 문득 이런 생각이 들었다. '이게 예능이야, 교양이야?' 실제로 <트래블러>는 한 편의 여행 다큐멘터리와 같았다. 만약 그 주인공이 류준열이 아니었다면, 이 프로그램을 '예능'이라 이름붙일 수 있었을까? 편안했고, 심심했다. 그것이 <트래블러>의 매력이자 문제였다. 예능과 교양을 구분짓는 게 무의미한 시대로 향해 가고 있지만, 시청자들은 그걸 어떻게 받아들일까? 



다행히 시청작들의 반응은 호의적이다. <트래블러> 1회는 시청률 3.137%(닐슨코리아 유료플랫폼 기준)을 기록했는데, 이는 다른 경쟁 프로그램들의 성적표(채널A <도시어부> 4.217%, KBS2 <해피투게더> 3.3%, SBS <가로채널> 2.1%, tvN <인생술집> 2.017%, MBC <킬빌> 1.5%)와 비교하면 매우 인상적인 수치다. 게다가 1회는 '맛보기' 정도에 불과했기에 이 성과가 더욱 고무적으로 다가온다.


관건은 '차별화'다. 기존의 여행 다큐멘터리와 비슷한 콘셉트의 예능이었던 <꽃보다 청춘>, 그 사이 어딘가에 위치할 <트래블러>가 앞으로 어떤 '여행'을 보여줄지 귀추가 주목된다. 앞으로 류준열만의 여행법이 좀더 드러나고, 곧 합류할 이제훈과의 시너지 효과도 발생한다면 <트래블러>가 목요일 예능의 다크호스를 넘어 새로운 강자로 자리매김하는 것도 가능할 것으로 보인다. 이 심심하지만 담백한, 그리고 꽉 찬 여행 예능에 왠지 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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