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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

봄바람 불었던 '골목식당', 컵밥집을 향한 비난은 지나치다


꽁꽁 얼어있던 회기동에 이른 봄바람이 불었다. 백종원의 솔루션은 이번에도 어김없이 효과를 발휘했고, 경희대학교 인근 벽화골목은 몰려 온 손님들로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솔루션을 신청했던 닭요릿집, 고깃집, 피자집, 컵밥집은 모두 만족할 만한 결과를 얻었다. 중간에 고비가 없지 않았지만, 백종원의 도움을 받으며 잘 견뎌냈다. 물론 당사자들의 노력이 뒷받침되지 않았다면 불가능했을 일이었다. 사장님들에게 격려와 응원을 보낸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 회기동 편은 여러 가지 면에서 의미가 컸다. 첫째, 어느 순간부터 필수 요소가 돼버린 '빌런'들이 등장하지 않았다. 빌런의 대표적인 예라고 할 수 있는 홍은동의 홍탁집 아들(도 이제 어엿한 사장님이다), 청파동의 피자집 사장님과 고로케집 사장님 등은 이해할 수 없는 언행으로 시청자들의 혈압을 올렸고, 더불어 시청률도 함께 끌어올렸다. 청파동을 다뤘던 48회는 시청률 10.4%로 최고 기록을 찍었다.

둘째, '빌런이 없어도 된다'는 걸 증명했다. 의도했건 의도하지 않았건 빌런들의 덕(?)을 잔뜩 봤던 제작진의 입장에서 '빌런의 부재'가 가져올 변화가 불안했을지도 모르겠다. 실제로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욕하면서 본다'는 막장의 공식을 예능에도 적용했던 대표적인 사례였다. 매회마다 논란이 반복되고, 그 수위도 점점 높아지자 제작진은 칼을 빼들었다. 지난 20일 방송된 54회는 시청률 8.9%로 끄떡 없었다.


셋째, 빌런이 빠진 자리를 연예인이 가득 들어찼다. 아무래도 화제성이 떨어지는 공백을 어떻게든 채워야 한다는 제작진의 불안감이 도드라졌던 대목이다. 물론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연예인의 출연이 없었던 건 아니었다. 문제는 등장하는 횟수와 분량이었다. 지난 회에서 가수 크러쉬가 자신의 '매니저와 함께' 출연해 낮술까지 마셨는데, 그 분량이 이전과 비교해 지나치게 길었고, 게다가 여러가지 의도가 있어 보였다.

이번 회에는 차은우가 등장해 백종원과 피자 시식과 평가를 맡았다. 또, 걸그룹 네이처의 새봄, 로하, 유채와 SF9의 찬희와 다원, 프로미스나인의 이나경, 송하영, 장규리가 등장했다. 이렇듯 아이돌로 채워졌는데, 아마도 연예인 최다 출연 기록이었을 것이다. 홍보 효과에 있어서 윈-윈을 할 수 있다면 좋은 일이지만, 시청자들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바라는 건 일반 시민들 중심의 방송인 만큼 제작진이 깊이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 분명 '과유불급'이었다.


"우리 절대로 더 이상 울면 안 돼. 사람들이 가식이라고 운다고 해."

넷째, 빌런이 없어도 악플은 계속됐다. 실제로 고깃집 사장님 부부는 인터넷 기사에 달린 댓글에 상처를 입었다고 고백하기도 했다. 그동안의 고충과 현재 상황의 어려움이 대해 이야기를 하다가 흘린 눈물에 일부 시청자들이 악플을 달아 놀았고, 기사를 살쳐 보다가 그걸 보고 마음에 큰 충격을 받은 것이다. 그러나 고깃집에 달린 악플은 약과였다. 진짜 포화를 당한 건 컵밥집이었다. 도대체 왜 컵밥집 사장님 부부는 욕을 들어야 했을까?

PPT까지 준비하며 백종원과 대립각을 세웠기 때문일까? 그들이 100% 옳다고 할 순 없지만, 노량진의 컵밥이 '섞으면 그 맛이 그맛'이라는 분석 자체는 틀린 게 아니었다. 젊은 부부가 겪는 시행 착오에 대해 우리가 지나치게 각박했던 건 아닐까? 컵밥집은 빌런이 없었던 회기동 편에서 사실상 유일하게 논란거리가 됐다. 그런데 초반의 비난이 컵밥집의 경영방식에 국한됐다면, 그 이후로 갈수록 비난이 점차 야비해져 갔다.


'화장 좀 적당히 하라', '목폴라에서 손 좀 떼라', '모자를 몇 번이나 만지는 거냐.'

포털 사이트에 달린 댓글은 차마 인용하기 민망할 정도다. 그 내용은 다름 아니라 컵밥집 사장님의 외모, 즉 옷과 화장에 대한 것이었다. 그 댓글들은 결론적으로 '위생'과 연결지어져 나름대로의 정당성을 추구하려 했으나, 실제로 그 댓글들이 가리키는 건 스스로의 편견과 선입견이었으리라. 요식업을 하는 자영업자의 생김새와 옷차림이 정해져 있는 것일까? 요식업을 하면 외모를 가꾸는 것도 허용되지 않는다는 걸까?

방송에 출연하는 사람에게 방송을 의식해 꾸민 것 같다는 지적은 도대체 어떻게 받아들여야 할까? 만약 우리가 그 자리에 있게 된다면, 옷매무새도 가다듬지 않고 초췌한 얼굴로 카메라 앞에 설 수 있을까? 또, 애초에 조리 과정에서 위생 문제가 있었다면, 방송에서 백종원이 지적을 했을 게 자명하다. 하지만 그런 문제는 노출되지 않았다. 그러자 인터뷰 도중에 (긴장해서) 모자를 만지는 것까지 문제삼는다. 이건 도가 지나쳤다.

빌런이 빠진 자리에 제작진은 연예인을 불러 들였고, 시청자는 자신들만의 빌런을 만들어 화살을 마구 쏘아댔다. 다행히도 거제도로 떠나는 다음 편에는 연예인의 출연이 용이하진 않을 듯하다. 그러나 워낙 과격한 사장님들이 예고편을 수놓은 만큼 걱정이 되기도 한다. 제작진과 함께 시청자인 우리도 함께 고민해 봐야 할 부분이다. 상처입은 고깃집 사장님에게 백종원은 "상처 받지 마세요. 대부분의 시청자는 응원해요."라고 위로했다. 컵밥집도 마찬가지다. 부디, 힘을 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