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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

'커피 프렌즈' 기부금 논란, '나라면 얼마를 냈을까?'



'나라면 얼마를 냈을까?'


tvN <커피 프렌즈>를 보면서 수없이 들었던 물음이다. 유연석이 만든 흑돼지 토마토스튜와 귤카야잼이 듬뿍 발라진 프렌치 토스트를 먹고 얼마를 내는 게 적당할까? 손호준이 손수 내려준 고소한 핸드드립 커피를 마시고 얼마를 계산하는 게 적당할까? 최지우가 갈아준 100% 감귤주스의 적정가는 얼마일까? '알바생' 백종원이 특별 제작한 딱감바스 파스타에 얼마를 지불해야 '잘했다'는 말을 들을 수 있을까?


<커피 프렌즈>는 쉽고 간단한 방식으로 즐기며 기부하는 문화를 일컫는 '퍼네이션(Funation)'을 담아내는 프로그램이다. 많은 사람들을 기부의 장으로 이끌어 참여의 기쁨을 나눠주는 한마디로 '착한' 예능이다. 보고 있노라면 마음이 한없이 따뜻하고 편안해진다. 시청률도 6.135%로 상승 곡선을 그리고 있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얄궂다는 생각도 든다. 왜냐하면 (가장 중요한) '가격'이 없기 때문이다. 


흑돼지 토마토스튜 얼마, 프렌치 토스트 얼마, 감귤주스 얼마, 이런 식으로 각각의 메뉴에 가격표를 달아놨다면 고민이 끼어들 여지가 없다. 손님들은 적혀 있는 가격만큼만 지불하고 집으로 돌아가면 된다. 그것이 자본주의 사회에서 우리가 살아가는 방식이다. 그런데 <커피 프렌즈>의 메뉴판에는 가격이 없다. 굳이 규칙이 있다면 '내고 싶은 만큼' 내는 것이다. 



당장 돈을 생각할 필요가 없으니 주문하는 목소리가 가볍고 경쾌하다. 이것도 먹고 싶고, 저것도 먹고 싶으니 일단 시켜보는 것이다. 막상 먹을 때는 눈과 입이 즐겁기만 하다. 기대했던 것보다 훨씬 맛있다는 반응이다. 출연자들이 그만큼 열심히 준비했으니 당연한 결과다. 어느새 그릇은 싹싹 비워진다. 이제 슬슬 고민이 시작된다. '우리 얼마 내야 하지?'


물론 정해진 '답'은 없다. 시중에서 판매되고 있는 (비슷한 종류의) 요리와 프랜차이즈 커피의 값을 생각하면 대략적인 틀은 나온다. 거기에 유연석과 손호준이 무려 '나를 위해' 직접 음식을 만들어줬다는 노고를 감안하면 지금 생각했던 금액보다는 조금 더 내야 하지 않을까? 물론 유연석과 손호준의 '정성'과 '손맛'에 얼마나 가치를 매길 것인지는 개인의 몫일 것이다.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기부'라는 좋은 취지와 그에 일조한다는 의미가 남아있다. 어쩌면 이 부분이 가장 핵심적인 포인트일지도 모르겠다. 내가 지불한 돈이 전액 기부된다는 걸 고려하면 조금 더 넉넉하게 써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데 사람의 마음이라는 게 그리 이론적으로 흘러가진 않는 모양이다. <커피 프렌즈>의 '매출액(기부금)'을 둘러싼 논란이 제법 시끄럽다.



지난 15일 방송된 <커피 프렌즈> 여섯 번째 영업의 총 매출액은 2,081,500원이었다. 프로젝트를 시작한 이래 최고 기록이었다. 이 금액을 확인하고 출연자들은 토끼 눈을 하며 박수를 치며 기뻐했다. 물론 충분히 큰 금액이긴 하다. 그러나 유연석 · 손호준 · 최지우 · 양세종 · 백종원 등이 점심부터 저녁까지 쉴 새 없이 일을 한 노력과 카페의 높은 퀄리티에 비하면 왠지 모르게 소소해 보인다. 


일부 시청자들은 몇몇 손님들이 굉장히 '짠' 금액을 내고 간 것이 아니냐는 의문을 제기하기도 했다. 실제로 여러 잔의 음료와 여러 개의 음식을 시켜놓고 2~3만 원을 내고 나가는 장면도 여러 차례 눈에 띠었다. 물론 정확한 데이터가 공개된 게 아니라 확인할 방법은 없다. 그와는 별개로 제주도의 물가, 재료값 등을 고려하면 만족스러운 액수가 아닌 건 분명하다.


이러한 논란에 대해 제작진은 "금액을 떠나 기부가 편하고 즐거울 수 있음을 알리기 위한 취지로 기획된 프로그램이다. 카페를 찾아주신 손님들은 이 취지에 기꺼이 동참해주신 고마운 분들이다. 앞으로 손님들과 <커피프렌즈>를 재미있게 보고 계신 시청자분들로부터 나눔을 생활화하는 문화가 확산되기를 기대한다"며 '모범 답안'을 내놓았다. 액수보다 기부 문화의 정착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맞는 말이다. 액수에 지나치게 집착할 필요는 없다. 그러나 우리의 기부 문화를 돌아보는 좋은 계기로 삼을 수는 있을 것 같다. 주입식 교육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일까. 손님들은 자율적으로 계산을 하라는 <커피 프렌즈>의 요구에 꽤나 당황했다. 어쩌면 내가 얼마를 냈는지 확인되지 않는다는 점이 기부 욕구를 갉아먹었을지도 모르겠다. '많이 내면 뭐해? 알아주지도 않을 텐데.'라는 생각이 들었을 법도 하다.


아직 첫걸음일 뿐이다. 우리의 기부 문화는 아직 갓난아기 수준을 겨우 벗어난 정도에 불과하다. 많은 기부금을 모으려면 '부자'들을 상대하는 편이 훨씬 효율적이다. 차라리 '유연석과 한 끼 식사'를 판매하면 훨씬 더 많은 기부금을 확보할 수 있으리라. 그러나 <커피 프렌즈>는 더욱 많은 사람들의 참여와 기부의 생활화를 추구한다. <커피 프렌즈>의 담대한 걸음이 기부 문화를 성숙시키는 좋은 촉매제가 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