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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

"여자가 다리나 벌리고" 박주미 상처줬던 신동엽, 웃음 소재로 적당했나?



"제가 사실은 (신동엽 때문에) 되게 상처받은.. 어렸을 때 저한테.. 지금은 아무것도 아니에요. 제가 어릴 때는 작은 거에 상처도 잘 받고 되게 내성적이었어요. 그냥 딱 한마디 농담으로 하고 가신 건데, 그 이후로 저한테는 이만한 가슴에 대못이.."


지난 16일 SBS 예능프로그램 <미운 우리 새끼>는 금의환향한 배정남을 내세워 최고 시청률(23.2%%)을 갱신했다. 배정남이 어린시절 자신을 엄마처럼 돌봐줬던 차순남 할머니와 20년 만에 재회하는 장면은 온국민을 눈물바다로 만들었다. 그래서 게스트로 출연한 박주미의 가슴 아픈 '고백(?)'은 사유의 틈도 없이 금세 잊히고 말았다. 어쩌면 모두들 가볍게 웃고 넘겼을 그 장면을 다시 한번 곱씹어 보고자 한다. 


방송이 시작되자마자 박주미는 예전에 신동엽 때문에 상처를 받은 적이 있다며 그때의 에피소드를 꺼내 놓았다. 사연인즉 이렇다. 당시 박주미는 신동엽과 함께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하게 됐는데, 점심시간을 맞아 자신의 승용차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고 한다. 평소 다리에 부종이 심했기 때문에 부득이하게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 있었고, 그 위에 점퍼나 수건을 올려뒀었다고 한다. 마침 그 주위를 신동엽이 일행들과 함께 지나간 것이다.



"에이, 여자가 다리를 이렇게나 벌리고~"


신동엽은 양반다리를 한 채 앉아 쉬고 있던 박주미를 발견하고선 '놀렸고', 그 순간 박주미는 큰 상처를 받았다고 한다. 박주미는 부종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양반다리를 했던 자신이 (신동엽이 보기에) 다리를 쩍 벌리고 있는 것처럼 보였을 거라며, 애써 그의 입장에서 이해하려고 노력하는 모습을 보였다. 신동엽은 자신이 아닐 거라며 박수홍, 남희석 등의 이름을 둘러대다가 결국 제작진이 증거를 들이밀자 시인하는 듯한 모양새를 취했다. 


이 장면은 지금도 짓궂기로 둘째가라면 서러울 신동엽의 장난기를 재확인하는 정도의 분위기에서 정리가 됐다. 정작 피해자인 박주미는 상처가 됐었다고 분명히 말했지만, 사과는 받을 수 없었다. 문제의 신동엽은 '발뺌'으로 일관했고, 그 자리에 없는 윤정수의 '짓'으로 하고 넘어가자고 마무리 됐다. 박주미는 그저 웃을 수밖에 다른 도리가 없었다. 물론 사전에 약속됐던 '그림'이리라. 그걸 알기 때문에 씁쓸함은 더욱 컸다. 


박주미는 신동엽이 자신을 '놀렸다'고 돌려 표현했지만, 엄밀히 말하면 그건 '성희롱'이다. '타인에게 정신적·신체적으로 성적인 불쾌감과 피해를 주는 행위'가 분명하다. 23년 전의 성 감수성이 지금과 다르다고 할지라도 신동엽의 발언이 문제라는 사실은 변함없다. 여자가 다리를 이렇게나 벌리고'라는 워딩은 곧 '여자는 조신하게 다리를 모으고 앉아야 한다'는 말과 같다. '쩍벌'은 남자의 전유물이라는 기괴한 가부장적 사고의 산물이라고 할까. 


분명 지금의 신동엽은 그런 말을 결코 하지 않을 거라 생각한다. 당시는 무려 23년 전 과거이고, 그 시절을 살아가던 우리의 사고방식이 그 수준에 머물러 있었음을 안타깝게 생각한다. 알게 모르게 대다수의 남성들이 그런 말을 '농담'이랍시고 떠벌리고 다녔던 게 사실이다. 그런데 '지금'은 다를까? 현재 우리의 수준은 얼마나 나아졌을까? 여전히 여자에게 '조신함'을 강요하고, '다리를 모으고 앉는 것'이 여자다운 것이라 가르치고 있지 않은가?


그렇기 때문에 <미운우리새끼> 제작진이 박주미의 '성희롱 고발'을 '신동엽의 짓궂은 놀림'으로 포장해 예능의 웃음 소재로 활용할 수 있는 것이리라. 무려 2018년, 그것도 온가족이 함께 보는 시청률 23.2%짜리 예능에서 말이다. 지금에 와서 신동엽을 비난할 의도는 없다. 이 글이 겨냥하고 있는 게 (그것도 과거의) 신동엽 개인이 아님은 자명하다. 누군가는 '트집'이라 여길 수 있겠으나, 안타깝게도 현실의 우리들은 그리 성숙되지 않았다. 


"성폭력을 당하지 않으려면 여자가 조신하게 옷을 입고 행동해야 한다."


지난 20일 울산의 한 고등학교에서 수능이 끝난 학생들을 대상으로 '성교육'을 실시했다. 외부 민간단체에서 나온 강사 20명 가운데 일부 강사들의 발언이 문제가 됐는데, 그 내용인즉슨 '예쁜 여자를 보면 할아버지도 어린 남자도 마음이 동하게 돼 있다. 남자의 뇌 구조가 그렇다. 성폭력을 방지하려면 여자들이 옷을 조신하게 입어야 한다.'는 것이었다고 한다. 아직도 이런 발언을 하는 '성교육 강사'가 있다는 사실이 충격적이다. 


여전히 여성들에게 '조신'을 가르치고, 성폭력의 원인을 피해자에게 떠넘기는 망령된 생각들이 우리 사회를 떠돌아다니고 있다. 김숙이 '가모장'을 부르짖으며 예능판을 뒤흔들고, JTBC <미스 함무라비>에서 박차오름(고아라)이 지하철의 쩍벌남을 쩍벌로 응징하는 등 개별적 사례들이 눈에 띠지만, 23년 전 신동엽의 '놀림(!)'은 현재진행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