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송혜교, 장나라, 김선아가 맞붙은 수목대첩, 백진희도 빼놓을 수 없다

너의길을가라 2018. 12. 17. 17:5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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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작발표회에 참석한 송혜교, 장나라, 김선아의 모습 (사진 출처 : https://entertain.v.daum.net/v/20181129101811988)


송혜교 vs 장나라 vs 김선아. 이쯤되면 '전쟁'이다. 역시나 사람들은 이 대결을 '수목대첩'이라 불렀다. 그만큼 막강한 저력을 지닌 배우들의 진검 승부였다. 내심 불안한 마음도 있었다. 마치 <물괴>, <안시성>, <명당>, <협상>이 맞붙었던 올해 추석 연휴 극장가를 떠올리게 했기 때문이다. 당시에는 제 살 깎아먹기로 '공멸'로 귀결됐지만, 드라마 시장은 좀 다른 결과를 향해 가고 있는 듯해 안심이다.


먼저 맞붙은 건 장나라와 김선아였다. 11월 21일 첫 방송을 시작한 SBS <황후의 품격>(7.6%-7.2%)과 MBC <붉은 달 푸른 해>(5.2%-5.4%)의 대결은 장나라의 승리였다. 한 주 늦게 출격한 송혜교의 힘도 만만치 않았다. tvN <남자친구>는 1회 8.683%, 2회 10.329%를 기록하며 판도를 뒤흔들어 놓았다. 이대로 기선제압 끝에 수목을 평정하는 듯 했다. 그러나 그리 쉽게 매조지될 전쟁은 아니었던 모양이다.


지금까지의 중간 성적표를 정리해보면, 장나라의 우위가 서서히 드러나고 있는 추세다. <황후의 품격>은 11%(15회)-14%(16회)로 한발 앞서나가고 있다. 그 뒤를 <남자친구>(8.594%)가 쫓고 있지만, 아무래도 힘이 조금 빠진 모양새다. 한편, <붉은 달 푸른 해>는 4.3%-4.8%에 머물고 있다. 그리고 배우들의 이름값에서 밀려 주목받지 못한 채 방영되고 있는 KBS <죽어도 좋아>는 2.5%로 꼴찌로 쳐져 있다.



<황후의 품격>은 '김순옥 월드'의 특색이 살아있는 작품이다. SBS <아내의 유혹>, MBC <왔다! 장보리> 등을 통해 구축된 '막장' 말이다. 입헌군주제를 취한 대한제국이라는 가상의 배경을 끌고 온 건 흥미로운 설정이었다. 거기에 김순옥 월드의 핵심 요소인 '복수'가 황실 내의 인물들과 얽혀들었다. <황후의 품격>은 권력 암투, 살인, 불륜 등 막장이 갖춰야 할 모든 요소들을 갖췄다. 무엇보다 개연성이 없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이다. 황제인 이혁(신성록)과 민유라(이엘리야)의 끈적한 관계는 민망하고, 오써니(장나라)가 이혁의 계략에 빠져 불륜녀가 되고, 절벽에서 떨어졌다가 살아나는 대목은 헛웃음이 나온다. 나왕식(태항호)가 살을 빼고 천우빈(최진혁)이 됐다는 과감한 설정은 김순옥 월드에선 그리 놀랄 일이 아니다. 상상하는 대로 써내는 그의 필력이 놀랍기만 하다. '욕하면서 본다'는 말이 걸맞은 흡인력 강한 막장의 품격이다.



사실 <남자친구>에도 '막장'의 향기가 느껴진다. "부모잖아. 엄마고 딸이잖아."라고 말하는 차수현(송혜교)에게 "관계가 중요해? 난 가치가 중요해. 쓸모 있는 자식으로 살아."라고 냉정히 말하는 진미옥(남기애), 이혼한 며느리를 쥐락펴락하고, 음모를 꾸며 망가뜨리려하는 시어머니 김화진(차화연), 두 쌍포의 활약상은 기가 찰 정도다. 웬만한 막장 드라마에 못지 않다. 


그러나 <남자친구>의 무기는 '순수함'이다.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진퇴양난에 빠진 차수현에게 김진혁(박보검)의 순수한 고백은 신선하게 다가오고, 어느새 그 마음에 이끌리고 만다. 나태주 시인의 <그리움>이라든지 김환기 화백의 <어디서 무엇이 되어 다시 만나랴>, 김광섭 시인의 <저녁에> 등 <남자친구>는 이 투명한 감동을 통해 시청자들을 설득해 나가고 있다. 



<붉은 달 푸른 해>에도 시(詩)가 등장한다. <남자친구>가 두 남녀의 로맨스에 시를 활용하고 있다면, <붉은 달 푸른 해>에선 연쇄살인사건 현장의 단서로 쓰인다. "시가 있는 죽음에는 항상 아이가 있다." 범인이 일부러 남겨놓은 듯한 시의 구절을 통해 시청자들에게 추리를 하도끔 유도하는 것이다. 시와 연쇄살인을 연결시키는 설정은 굉장히 흥미롭게 다가온다. 


성공한 삶을 살아가고 있던 차우경(김선아)은 교통사고를 겪은 후 삶이 송두리째 흔들리게 게 된다. 도로 위에서 목격했던 녹색 소녀가 계속해서 그의 앞에 나타나기 시작한 것이다. 그리고 이어지는 연쇄 살인과 그 뒤에 숨겨진 '아동 학대'라는 사회적 문제가 시청자들에게 강한 울림을 전달한다. 김선아, 김여진, 나영희 등 배우들의 열연과 촘촘하고 치밀한 스토리 등으로 '웰메이드 미스터리 스릴러'로 높이 평가받고 있다.



한편, 동명의 웹툰을 원작으로 한 <죽어도 좋아>의 분전도 간과할 수 없다. 타임루프를 소재로 회사 내에서 벌어지는 다양한 이야기들을 신선하고 재치있게 담아냈다. 초반에는 '워킹맘'의 현실에 대해 짚기도 하는 등 시사적인 메시지도 뚜렷했다. 강지환과 백진희의 연기도 호평을 받았고, 중반 이후 박솔미가 가세하면서 짜임새도 좋아졌다. 다만, 앞서 언급했던 것처럼 주목도가 낮다는 점이 안타깝다. 


결과적으로 (시청률만 놓고 보면) '막장'이 '순수함'과 '미스터리', '신선함'을 누른 모양새지만, 단순히 시청률만으로 이 드라마들의 서열을 가리고 싶진 않다. '장르적 속성'이 또렷한 4편의 드라마가 경쟁 구도 속에서 각자 마니아층을 형성해 자리를 잡아 나갔고, 점차 파이를 늘리고 있다고 봐야 하지 않을까? 어찌됐든 '골라 보는' 재미 넘치는 수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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