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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을 괴물로 키우는 염정아, 조선일보 손녀의 폭언이 떠올랐다

너의길을가라 2018. 12. 8. 16: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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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예빈인 도둑질을 한 게 아니라 스트레스를 푼 거야. 내 딸한텐 그게 게임이고 놀이였을 뿐이라고. 새벽부터 오밤중까지 하루 온종일 학교로 학원으로 내몰리는 아이가 스트레스가 없겠니? 네 식대로 하면 당장 학원 관둬야지. 난 그렇게 못해. 한국 같은 경쟁 사회에서 어떻게 학원을 끊어. 난 내 식대로 내 딸 관리해."


JTBC <SKY 캐슬>(스카이 캐슬)을 보면서 놀란 적이 한두 번이 아니지만, 지난 5회는 정말 충격적이었다. 한서진(염정아)은 둘째 딸 예빈(이지원)의 탈선을 이미 인지하고 있었다. 예빈이 편의점 내의 과자를 수시로 훔치고 있다는 걸 알면서도 이를 묵인했다. 오히려 편의점 점주를 찾아가 돈을 건네며, CCTV 영상을 지워달라고 요청했다. 이렇듯 서진은 뒤탈이 나지 않도록 관리하고 있었다. 그것이 엄마의 역할인양 말이다.


그리고 자신의 딸의 도둑질을 지적하는 이수임(이태란)을 찾아가 따진다. 도둑질이 아니라 스트레스를 푼 것뿐이고, 그저 게임이고 놀이였을 뿐이라 항변한다. "그렇게 키워서 괜찮겠니?"라고 묻는 수임에게 "그래, 난 이렇게 해서라도 내 딸들 명문대 보낼거야. 이보다 더한 일도 할 수 있어. 그래야 내 딸들도 최소한 나만큼은 살 수 있으니까."라고 쐐기를 박는다. 수임은 말문이 막힌다. 


도대체 서진은 왜 이렇게까지 하는 걸까. "남편이 아무리 잘 나가도, 네가 아무리 성공해도 자식이 실패하면 그건 쪽박 인생이야." 한서진을 움직이는 건 '자식의 성공'이다. 그 성공이란 오로지 '명문대에 진학'시키는 것이었다. 아마도 서진은 자신의 딸이 절도가 아니라 그보다 더한 짓을 저지른다고 해도 지금처럼 행동할 게 뻔하다. 딸의 의대 진학에 대한 집착, 그 어긋난 욕망이 서진을 괴물로 만들어 버렸다.



그런데 괴물이 된 건 서진뿐일까. 그런 서진 밑에서 자라난 예서(김혜윤)와 예빈도 괴물이 되기 직전이다. 1등이 전부라 훈육받았던 예서는 자기밖에 모르는 아이가 됐다. 주위 친구들을 무시하는 독단적인 성격을 지니게 됐다. 사람을 사람으로 대하는 게 아니라 자신의 성공을 위한 도주쯤으로 여긴다. 안하무인이다. 설령 예서가 의대에 들어가 의사가 된들 제대로 된 의술을 베풀 수 있을까? 환자를 생각하는 의사가 될 수 있을까?

예빈은 엄마와 언니에 반발하지만, 옳고 그름을 판단하는 능력을 상실한 채 스스로를 갉아먹고 있다. 편의점에서 물건을 훔치지만, 죄책감을 느끼지 않는다. 그것이 잘못된 행동이라는 걸 (알고 있겠지만) 누구도 똑바로 이야기해주지 않았다. 혼내지 않았다. 제대로 된 ‘어른’이 주변에 없었기 때문이다. 이대로 두면 예빈은 어떤 어른으로 자라게 될까. 예서보다 불안한 건 오히려 예빈일지도 모르겠다. 

어른에게 "재수없다"며 무례한 언행을 저지르고, 바락바락 대드는 첫째 딸의 잘못을 지적하기보다 두둔하고, 둘째 딸의 도둑질을 혼내기보다 스트레스를 푼 거라 합리화하는 서진을 보면서 문득 얼마 전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한 초등학생의 폭언이 떠올랐다. 그 아이는 무려 조선일보의 방상훈 사장의 손녀였고, 방정오 TV조선 대표이사 전무의 딸이었다. 초등학교 3학년에 불과한 그 아이가 입에 담은 말들은 섬뜩하기 짝이 없었다. 


"돈 벌려면 똑바로 벌어."

"아저씨는 장애인이야. 팔, 다리, 얼굴, 귀, 입, 특히 입하고 귀가 없는 장애인이라고. 미친 사람이야."

"일단은 잘못된 게 네 엄마, 아빠가 널 교육을 잘못시키고 이상했던 거야. 돈도 없어서 병원하고 치과도 못 갔던 거야 가난해서."

"아저씨 진짜 해고당하게.. 나 아저씨 보기 싫어 진짜로. 아저씨 죽으면 좋겠어. 그게 내 소원이야. 아저씨 죽어라."


무엇보다 '인간성'이 결여된 그 언어들이 끔찍했다. 이 녹취가 공개된 후 사회적 파장이 커지자 방정오 전무는 사과문을 발표했고, 책임을 통감한다며 자신의 자리에서 물러났다. 그런데 저 초등학교 3학년 아이의 말들은 '어디'에서 온 걸까. 저 아이는 '누구'를 통해 저런 말들과 생각, 태도들을 배운 걸까. '자식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처럼, 우리는 저 아이가 자신의 부모로부터 배웠을 거라 조심스럽게 추측할 수밖에 없다. 


방정오 전무와 그 아내는 과연 자신의 딸을 어떻게 '훈육'했을까. 거기까지 질문이 다다르자 소름이 끼쳤다. 실제로 인격 모욕을 당했던 운전기사는 저 아이의 바람처럼 (구두로) 해고 통보를 받았다. 아마도 방 전무 가족들에게 이 사건의 원인은 자신의 딸의 폭언도 아니고, 그런 괴물 같은 딸을 만들어 낸 자신들도 아니었을 게다. 감히 자신의 딸의 기분을 불편하게 하고, 녹취록까지 공개한 운전기사가 원흉이라 여겼던 것이리라. 


마치 드라마 속에서 서진이 자신의 딸을 감싸고 돌았던 것처럼, 현실 속의 방 전무와 그 가족들도 같은 태도를 보이지 않았을까. 현실 속의 수많은 예서와 예빈은 아무 탈 없이 명문대에 진학해 좋은 직종을 꿰차고, 이후 소위 사회 지도층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떵떵거리며 살 것이다. 마치 방 전무의 딸이 훗날 가업을 이어받게 될 것처럼 말이다. 괴물이 괴물을 낳고 있다. 이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마치 드라마 속에서 서진이 자신의 딸을 감싸고 돌았던 것처럼, 현실의 방 전무와 그 가족들도 같은 태도를 보이지 않았을까. 현실 속의 수많은 예서와 예빈은 결국 명문대에 진학해 좋은 직종을 꿰차고, 이후 소위 사회 지도층이 될 가능성이 농후하다. 그리고 떵떵거리며 살 것이다. 마치 방 전무의 딸이 훗날 가업을 이어받게 될 것처럼 말이다. 괴물이 괴물을 낳고 있는 현실이 씁쓸하기만 하다. <SKY 캐슬>은 교육이 무엇인지, 부모의 역할이 무엇인지 묻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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