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묘하게 신경을 긁는 'SKY 캐슬', 김정난과 염정아가 돋보였다

너의길을가라 2018. 11. 26. 14: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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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우리 SKY 캐슬이 아이들 교육시키기에 너무 좋은 환경이라 그게 제일 마음에 들어요."

"주남대에서도 베스트 오브 베스트 정교수들만 누릴 수 있는 특혜잖아."

"재단 소유이긴 하지만, 수십억 짜리 대저택을 정년까지 공짜로 살 수 있는 건 아마 대한민국에서 우리뿐일껄?"


대한민국 상위 0.1%가 모여 살고 있는 대저택, SKY 캐슬에서 성대한 파티가 열렸다. 명목상으론 이명주(김정난)의 아들 박영재(송건희)의 서울의대 합격을 축하하(고 19년동안 아들을 케어했던 명주의 노고에 박수를 보내)는 자리였다. 그러나 파티를 주도한 한서진(염정아)에겐 다른 속셈이 있었다. "나, 영재 포트폴리오 절실하게 필요해요." 남편 강준상(정준호)에게 말했듯, 서진에겐 명주가 갖고 있는 영재의 포트폴리오가 필요했다.


아들을 낳지 못했다는 이유로 시어머니에게 인정 받지 못한 그에게 딸 강예서(김혜윤)의 의대 진학은 무엇보다 절실했다. 서진은 3대째 의사 가문을 만들어 자신을 멸시하는 시어머니에게 당당히 한방 먹이고 싶었다. 다행히 예서는 성적도 좋았고, 승부욕도 있었다. 무엇보다 엄마의 마음을 잘 이해했다. "어머니, 두고 보세요. 당신 아들보다 백배 천배 더 잘난 딸로 키워낼 테니까." 서진의 독백은 그의 캐릭터를 명확히 보여준다.



그래서 학생부종합전형(약칭 학종)으로 서울 의대에 합격한 영재의 포트폴리오는 간절했다. 명주가 어떤 방법으로 영재를 케어했는지 반드시 알아내야만 했다. 한편, SKY 캐슬의 또 다른 거주자인 차민혁(김병철)-노승혜(윤세아) 부부 역시 영재의 포트폴리오를 탐냈다. 야망의 화신 차민혁은 아내를 압박해 명주에게 접근하게 한다. 자신의 두 아들을 통해 그의 욕망을 완성시키기 위해서다. 


서진과 승혜의 끈질긴 부탁에도 명주는 끝내 포트폴리오를 공개하길 거부한다. 아들의 사생활이 담겨 있는 자료를 공개할 경우 몰아닥칠 후폭풍이 두려웠다. 거기에는 온갖 부정(不正)이 포함돼 있을 터, 명주는 굳이 그걸 공개해 입방아에 오르내리고 싶지 않았던 것이다. 대신 은행 VVIP들에게만 연결된다는 '입시 코디네이터' 김주영(김서형)을 소개했다. 서진은 경쟁을 뚫고 100% 성공률의 김주영으로부터 낙점을 받는다. 


저들의 삶을 엿보고, 저들의 대화를 들으면서 우리가 느낀 감정은 무엇이었을까. 우리와는 전혀 다른 그들만의 세계가 존재하고, 거기에서 '평민'인 우리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온갖 일들이 벌어지고 있다는 데서 드는 허탈함일까. 아니면 나도 저런 세계에 편입되고 싶다는 일종의 부러움이었을까. 그도 아니라면 욕망을 향해 불나방처럼 달려드는 저들의 천박에 대한 역겨움이었을까.



그 물음에 망설임 없이 선뜻 대답할 수 없는 이유는 한 가지다. 그 욕망(의 일부분)을 우리도 지니고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욕망이 현실을 대변하고 있기 때문이다. 당장은 저들을 비판할 수 있을지언정 우리 역시 그러한 기회가 주어진다면 어찌 변할지 장담할 수 없지 않은가. JTBC 금토드라마 <SKY 캐슬>은 묘하게 우리의 신경을 긁어놓는다. 이런 얄미운 풍자극을 좋아한다. 한마디로 취향저격이다. 


이렇듯 <SKY 캐슬>은 자녀를 명문대에 입학시키기 위해 상상을 초월하는 노력(?)을 쏟아붓는 부유층의 실상을 그려냈다. 시청자들은 '저런 세계가 존재하는구나'라며 멍하니 TV를 쳐다볼 수밖에 없었다. 그런데 갑작스러운 명주의 자살을 통해 이야기의 전개가 오리무중으로 빠져버렸다. 굉장히 속도감 있고, 몰입도마저 높다. 명주의 죽음은 저 '노력'의 이면, 그 실체를 드러내는 신호탄과도 같았다. 


도대체 모든 것을 가진 듯 보였던, 그래서 모든 이들의 부러움을 샀던 명주는 왜 자살을 선택했던 것일까. 그건 '입시 지옥'이라고 하는 말에서 확인할 수 있듯, 우리의 교육 현실의 비극적 현실 때문이었다. 누구보다 착한 아들이라 여겨졌던 영재에겐 깊은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었다. 영재는 배낭여행을 떠난다며 집을 나섰지만, 실제로는 신안에 있는 입주 도우미의 딸 이가을(이주연)을 만나러 간 것이었다.



이를 알게 된 명주는 수소문 끝에 영재를 찾아냈지만 돌아온 대답은 충격적이었다. "더 이상 지옥에서 살기 싫어. 당신 아들로 사는 건 지옥이었으니까." 훈육인지 사육인지 알 수 없으나, 어찌됐던 자신을 키워준 엄마를 위해 '합격'이라는 선물을 안겨줬으니 이제 자신이 원하는 삶을 살겠다는 아들. 그 앞에 명주는 무너져 내렸다. 아들이 전부였던 그는 모든 것을 잃은 것이나 마찬가지였고, 결국 목숨을 끊게 된 것이다. 예고된 파국이었을까. 


명주의 죽음으로 이야기의 축은 서진과 이수임(이태란)의 대립 구도로 옮겨졌다. 사교육 없이 아들 우주를 명문 고등학교에 입학시킨 수임은 기존의 SKY 캐슬의 엄마들과는 전혀 다른 교육관을 갖고 있다. 서진은 그런 수임에게 적대감을 드러내고, 승혜는 그런 수임에게 "참 그러네요. 우주 엄마가 반갑기도 하고, 걱정되기도 하고."라고 말한다. SKY 캐슬에 입주하게 된 수임이 몰고 올 파장이 어떤 것일지 궁금해진다. 


글의 마지막은 배우들에 대한 칭찬으로 끝맺음을 해야할 것 같다. 김정난의 몰입도 넘치는 연기는 순식간에 <SKY 캐슬>을 명품 드라마로 각인시켰다. 비록 2회 만에 퇴장하긴 했지만, 그가 남긴 아우라는 워낙 강렬해 쉽사리 잊히지 않을 것이다. 또, 염정아의 연기는 살아 숨쉬는 듯 생동감이 넘쳤다. 또, 캐릭터에 완벽히 녹아들어 다양한 감정들을 탁월하게 표현해 냈다. 두 베테랑 배우의 힘이 또렷이 느껴졌던 1, 2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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