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 + 연예/'이상한 나라의 며느리' 톺아보기

남편을 하늘같이 모시라는 오정태 어머니, 김혜수는 이렇게 말했다!

너의길을가라 2018. 11. 23. 14: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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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2일 방송된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를 보면서 혈압이 올라 뒷목을 잡은 여성들의 수가 얼마나 되는지 가늠하게 어렵다. 분노를 자아낸 주인공은 역시나 오정태와 그의 엄마였다.

결혼한 지 10년이 지났지만, 오정태가 설거지를 한 적이 고작 3번뿐이라고 한다. 그것도 남편 오정태의 주장일 뿐이다. 아내 백아영의 기억(에는 1번이라도 한다)은 좀 다르다. 그렇다면 최근에 청소를 한 건 언제일까? 오정태는 선뜻 대답을 하지 못하고 얼버무리고, 시어머니가 그런 아들을 변호하기 위해 나섰다. “여기 이사 오자마자 무릎 꿇고 있던데?” 그런데 그게 언제였을까? “2년 전에.” 할 말을 잃었다.

네가 열심히 도와주니까 아들도 열심히 일 하잖냐. 그건 나도 인정한다고. 그러니까 너도 하늘같이 모시라고.

친정 엄마까지 함께 있는 자리에서 아들 오정태의 입장이 곤란해졌다고 여겼던지 시어머니는 목소리의 톤을 높인다. 그런데 며느리의 노고를 인정한다는 시어머니는 고맙다는 말로 마무리를 지으면 될 일을 굳이 불필요한 말을 덧붙인다. “그러니까 너도 (남편을) 하늘같이 모시라고.” 그 말을 듣고 어느 친정 엄마가 가만히 있을 수 있을까? “꼭 결말을 결말을 그렇게 말씀하신다니까 정말.”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관념은 가부장적 부계 사회의 산물이다. 거기에 그리스 신화나 성경 또는 양과 음의 개념을 덧입히고, 하늘과 땅의 구분은 위계가 아니라 단지 역할의 차이일 뿐이라는 그럴 듯한 설명을 덧바른다 하더라도 달라지는 건 없다. 결과적으로 남성을 우러러 봐야 하는 ‘하늘(위)’에 대입시키고, 수동적인 위치와 입장에 여성을 배치시킴으로써 얻고자 하는 전리품은 노골적이기까지 하다.

그와 같은 가부장적 언어는 MC 이지혜의 말처럼 너무도 “옛날 말이”고, 성평등을 향한 시대적 변화와 함께 무덤으로 들어갔어야 마땅한 시대착오적 사고방식이다. 이지혜는 “서로 존중해야지. 일방적으로 ‘남편을 하늘같이 모셔라’”는 건 받아들이기 어렵다고 항변했다. ‘모신다’는 표현이 주는 불쾌감도 한몫했을 것이다. 백아영, 민지영 등 (젊은 세대의) 여성들의 입장은 비슷해 보였다.

그런데 비단 이러한 생각이 오정태의 엄마처럼 연세가 지긋한 어르신들만의 것일까? 최근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에 출연하게 된 기상 캐스터 이현승은 “제가 화를 낼 때 현상 씨가 ‘남자는 하늘’이라는 말을 한 적 있”다면서 당시에는 “현상 씨는 하늘 해. 난 땅 할게. 땅값이 비싸”다며 웃어넘겼다고 경험담을 털어 놓았다. 80년대생인 현상의 머릿속에도 가부장제의 잔재가 남아 있었던 모양이다.

지난 2014년 6월 SBS <백년손님-자기야'>에 출연했던 현영은 남편에 대해 묻는 질문에 "굉장히 가부장적이에요.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 뇌리에 박혀있”는 사람이라고 대답했다. "결혼한 지 3년이 흘렀지만 장을 함께 봐준 적이 한 번도 없어요. 신혼 때도 안 갔어요. 그리고 식사를 다 차려놓고 불러야지 안방에서 나와요.”라는 현영의 말에 경악을 금치 못했다. 도대체 왜 결혼을 했냐고 되묻고 싶은 지경이었다.


엄마는 주방에 안 가?

오정태는 장모와 아내가 주방으로 들어가 요리를 하기 시작하자 뻘쭘했는지 자신의 엄마에게 주방에 들어가지 않느냐고 묻는다. 오정태의 그 말에서 주방은 여자들의 공간이고, 음식은 여자들의 몫이라는 가부장적 사고방식을 읽을 수 있다. TV 평론가 김선영의 말처럼 철저히 위계가 서 있는 모습이었다. 물론 남편을 하늘같이 모셔야 한다고 생각하는 시어머니에게 그건 당연한 일이었을 게다.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성차별적 인식, 여자에게 일방적인 희생을 강요하는 가부장적 시스템에 대해 김혜수는 이미 1998년에 시원한 일침을 내렸다. 당시 그가 진행하던 <김혜수의 플러스유>에 김민종이 출연해 ‘남자는 하늘이고 여자는 땅이다’라는 발언을 한 적이 있다. 그 말을 들은 여성 관객들은 야유를 보냈다. 당황한 김민종은 공존하자는 의미에서 한 말라며 한발 물러섰다.

그러자 김혜수는 "그럼 남자는 땅, 여자는 하늘도 가능하지 않나요? 공존하는 거니까."라고 시원하게 되받아쳤다. 그러면서 "저는 항상 이렇게 생각해요. 남자는 하늘 그리고 여자는 우주다."라고 덧붙였다. 남성들은 입으로는 ‘공존’을 말하지만, 실상을 들여다보면 가정은 여성의 노동력을 착취함으로써 유지되어 왔다. <이상한 나라의 며느리>는 그 관계를 적나라하게 보여준다.

1998년 김혜수가 깨뜨리고자 했던 ‘남자는 하늘, 여자는 땅’이라는 가부장적 관념이 2018년에도 여전히 유령처럼 배회하고 있다. 더 이상 남자들은 공식적인 석상에서 그런 말을 하지 않(으려 하고 있)지만, 전반적인 생각의 틀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는지도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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