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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의 극장

반가운 ‘미쓰백’의 역주행, 도전 피하지 않는 한지민의 힘이다.


얼마 전까지 온통 100억 원 이상의 제작비가 들어간 블록버스터 영화들(<물괴>, <명당>, <안시성>, <협상>)의 사활(死活)에 영화계의 관심이 쏠렸다. 결과적으로 모두에게 실패로 귀결된 싸움이었다. 엄청난 제작비가 들어간 영화들의 흥행 여부를 따지는 것도 흥미롭지만(당사자들은 피가 마르겠지만), 비교적 작은 영화들이 선전하고 있다는 소식을 듣는 게 훨씬 더 즐겁다. 그 대표적인 영화가 <미쓰백>이다.

<미쓰백>는 약 16억 5000만 원의 제작비가 투입됐다. 손익분기점은 90만 명으로 알려졌다. 앞서 언급했던 영화들에 비해 체급이 낮다. 그래서 일까. 관심이 떨어지는 편이다. 작은 영화들이 늘 그렇듯 상황도 어려웠다. 덩치가 훨씬 큰 <베놈>(3,586,150명), <암수살인>(3,286,150명)과 맞서야 했다. 개봉일인 11일 <미쓰백>에게 주어진 스크린수는 547개에 불과했는데, 당시 <암수살인>은 986개, <베놈>은 953개였다.

20일 현재 <미쓰백>의 관객 수는 398,132명이다. 녹록치 않은 상황이다. 게다가 남은 시간도 많지 않다. 지난 18일 <퍼스트맨>이 개봉했고, 25일에는 <창궐>이 경쟁 구도에 참여할 예정이다. 그럼에도 고무적인 건 <미쓰백>을 본 관객들의 입소문이 퍼지면서 개봉 6일차부터 조금씩 스크린 수가 증가하고 있다는 점이다. 20일 현재 <미쓰백>의 스크린수는 664개이고, 하루 관객이 57,446명에 달했다.


“흥행 고민은 안 하다가 타이틀롤은 맡았는데 이 영화에 쏟아부은 많은 분들의 열정을 생각하면 손익분기점을 넘어야 하는 압박이 있긴 한다. 대중 분들이 요즘엔 더 좋아해주시는 장르가 조금 자극적이고 오락 요소가 있어야 하는 부분이 있기 때문에 전하고자 했던 진심을 느끼신다면 영화가 내리더라도 보시는 분들은 좋은 평가를 남겨주시지 않을까 하는 기대가 있다.”

손익분기점에 대해 주연 배우가 느끼는 책임감은 어떤 것일까. 그 외로움과 고독함을 당사자가 아닌 이상에야 어찌 알 수 있겠는가. 한지민 또한 그 부담감에서 자유롭지 않을 것이다. 그러나 <미쓰백>이 거두고 있는 예상 밖의 선전은 한지민의 힘이 절대적이다. 물론 ‘아동학대’라는 소재를 통해 영화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와 진심도 인상적이었지만, 그걸 구현하는 배우의
몫을 간과할 순 없을 것이다.

<미쓰백>에서 한지민이 보여준 연기는 매우 인상적이다. 여러 관점에서 그를 바라볼 수 있을 텐데, ‘변화’라는 포인트에서 볼 때 한지민의 도전과 열정은 놀랍기만 하다. 한지민은 알코올 중독자 어머니로부터 버림받고, 스스로를 학대하듯 살아가다 전과자가 돼버린 백상아 역을 맡았다. 탈색한 머리는 부스스하고, 맨얼굴의 피부는 거칠다. 악을 바락바락 쓰고, 욕설도 걸죽하게 내뱉는다.

그동안 봐왔던 한지민의 모습이 아니다. 한지민은 상아라는 캐릭터를 만들기 위해 크림을 바르지 않은 채 촬영에 임했다고 한다. 배우가 자신의 외모적 부분을 포기하기란 결코 쉬운 일이 아니란 점을 감안하면 그의 용기는 칭찬할 만하다. 그건 노력이고, 관객들은 이를 통해 배우가 애썼다는 걸 알아차리기 마련이다. 이렇게 되면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캐릭터에 몰입하게 되고, 이야기의 흐름에 호흡을 맞춰 나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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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지민의 변신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2003년 KBS1 <올인>에서 송혜교의 아역으로 출연하며 데뷔했던 그는 KBS1 <부활>에서 힘겨운 상황에서도 밝은 성격을 잃지 않는 서은하로 분하면서 시청자들의 눈도장을 받았다. 한지민은 자신의 이미지에 안주하지 않고, 대뜸 공포 영화(<해부학 교실>)에 도전했고, KBS2 <경성스캔들>에서는 독립투사 나여경으로 변신해 신여성의 카리스마를 뽐냈다.

안정적인 연기력을 선보였던 MBC <이산>을 통해 한지민은 전성기를 열어젖혔다. 그후 SBS <카인과 아벨>, JTBC <빠담빠담 그와 그녀의 심장박동 소리> 등에 출연하며 필모그래피를 채워 나갔다. 그러다 <조선명탐정: 각시투구꽃의 비밀>에서 비밀스러움을 간직한 거상 한객주로 변신해 고혹미와 섹시함을 표출했다. 이후 <밀정>에서 연계순 역으로 인상적인 연기를 펼쳐 보이며 관객들을 감동시켰다.


최근에는 tvN <아는 와이프>에서 억척스러운 아내와 밝고 청순한 캐릭터를 오가며 호평을 받았다. 스토리의 아쉬움을 연기력으로 커버했다는 평가가 대다수다. “개인적으로는 (연기 변신을) 어색해 하지 않게 봐주시는 게 나의 목표”라고 밝혔는데, 지금까지의 연기 경력을 비롯해 <미쓰백>에 이르기까지 그가 보여준 도전들은 눈부시게 아름답다.

‘아동학대’라는 사회적으로 무거운 주제를 풀어낸 영화에 출연을 결정하고, 평소에 대중이 바라보는 이미지와는 전혀 다른 거친 캐릭터로 변신하는 도전정신은 한지민이라는 배우의 가치를 드높인다. <미쓰백>의 한지민이 궁금하다면 얼른 극장으로 달려가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