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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의 풍경 있는 '유 퀴즈 온 더 블럭', 유재석의 예능은 남다르다

너의길을가라 2018. 10. 20. 13: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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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N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시청률은 고작 1.701%(아래 닐슨코리아 유료가구 플랫폼 기준)이다. 동시간대에 경쟁하는 프로그램인 MBC <라디오스타>는 6.0%,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5.5%이다. 멀찌감치 앞서있다. 지상파 프리미엄이 붙어서 일까? JTBC <한끼줍쇼>도 3.147%이다. 시작한 지 얼마 되지 않은 신생 프로그램이라는 점을 감안하더라도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꼴찌라는 사실에는 변함이 없다. 


첫회 시청률인 2.289%가 최고 시청률이라는 건 그만큼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힘겨운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 그럼에도 이 프로그램에 대한 시청자들의 애정은 남다르고 돈독하다. 스스로를 '애시청자'라 밝히고, 든든한 지지를 보낸다. 답보 상태의 시청률은 달리 보면 안정적인 기반을 다지는 중인지도 모른다. (시즌2가 확정된다면) <현지에서 먹힐까>가 시간대를 옮기고 대박을 터뜨린 발자취를 따라갈지도 모를 일이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은 확실한 색깔을 갖고 있다. 기존 예능과 차별화돼 있다. 그 흔한 관찰 예능도 아니고, 연예인의 신변잡기를 다루며 '전파를 낭비'하지도 않는다. 물론 그 때문에 화제성 면에서 경쟁 프로그램에 밀리는 것도 사실이다. 게스트로 홍보를 하는 <라디오스타>, <한끼줍쇼>나 시청자들의 혈압을 높여 욕지기를 쏟아내게 하는 <백종원의 골목식당>에 비할 수없다. 당연히 기삿거리도 적다. 



그 대신 <유 퀴즈 온 더 블럭>의 가장 큰 자산은 거리에서 만나게 되는 수많은 시민이다. 유재석과 조세호는 거리에 있는 사람이라면 그 누구라도 만날 수 있고, 대화를 나눌 수 있다. 안에서 대문을 열어줘야만 들어갈 수 있는 <한끼줍쇼>의 크나큰 제약과는 달리 먼저 다가갈 수도 있다. 이 엄청난 프리 롤을 유재석에게 쥐어줬으니 물 만난 고기가 따로 없다. 


<유 퀴즈 온 더 블럭>에 시민들의 참여가 끊이지 않고, 그들이 입담 좋은 연예인 못지 않게 톡톡 튀는 입심을 발휘할 수 있는 건 순전히 유재석이 있기 때문이다. 유재석의 인지도는 만렙이고, 친근함과 친밀도는 상상을 초월한다. 그는 누구보다 시민들을 반갑게 맞이하고, 시민들도 그를 스스럼 없이 대한다. 참 놀라운 일이다. 한번도 본 적 없는 연예인을 저리 살갑게 대할 수 있다니. 그건 TV의 힘일까, 유재석의 힘일까?


"제가 갤러리라는 곳에 있다 보니까 사회에서 좀 성공하신 분들이 많이 와요. 그분들하고 저하고 어떤 비교를 해보면 제가 조금 노력한다고 저분들처럼 되지 않는 걸 알아요. 저기 있는 분들 보면 아이들한테 해주고 싶은 걸 다 해줘요. 애들이 어디 가고 싶다고 하면 가고. 제가 아직 그렇게는 케어를 못하거든요. 그래서 제 나름대로는 애들한테 행복하게 해주는 게 뭔가. 아이들하고 매일 휴일 때마다 나가 놀아요. 다행히 아이가 아직 어려서 제가 떡볶이를 사줘도 좋아하고, 그냥 가까운 한강에 나가도.. 내가 몸으로 해줄 수 있는게 그게 있어서 다행이에요."



<유 퀴즈 온 더 블럭>에서 가장 인상적인 부분은 '삶의 정경(情景)'이 펼쳐진다는 것이다. 몇몇 게스트에 의존하지 않다보니, 그 풍경들은 훨씬 다양해 졌다. 초등학교 학생부터 어르신까지 온 세대를 품고, 정육점 사장님부터 가정주부까지 그 직군도 경계가 없다. 그러다보니 풍광(風光)이 깊고 진하다. 삼청동의 한 갤러리를 지나치면서 만난 직원(그의 직급은 과징이다)이 들려준 이야기는 한없이 큰 감동을 전해줬다.


산만한 듯한 '투머치토커'였던 갤러리 과장은 예상치 못한 웃음 폭탄을 터뜨리더니 '본인만의 작은 행복이 뭐가 있을까요?'라는 유재석의 질문에 사뭇 진지한 모습으로 돌변했다. 갤러리라는 곳의 특성상 사회에서 성공한 사람들이 많이 보게 된다는 그는 자신이 조금 노력한다고 저 사람들처럼 되지 않는다는 걸 안다고 말한다. 실제로 로또에 당첨되지 않는 이상, 그 부(富)를 따라잡는 건 불가능한 일일 것이다. 


고착화된 경제적 불평등에 대한 씁쓸한 현실인식이다. 자신의 아이들에게 더 많은 것을 해주고 싶어도 여건상 그러하지 못하는 건 평범한 삶을 살아가는 수많은 아빠들의 공통된 고민일 것이다. 그러나 그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는다. 갤러리 과장은 휴일마다 아이들과 함께 밖으로 나가 함께 논다면서 "내가 몸으로 해줄 수 있는 게 그게 있어서 다행이"라고 말한다. 그는 가장 큰 행복을 이미 손에 쥐고 있던 사람이었다.



이렇듯 <유 퀴즈 온더 블럭>에는 사람 냄새가 난다. 연희동의 샤넬 미용실의 사장님과 손님들은 거침없이 웃기더니 난데없이 '퀴즈 거부'를 선언하고, 지금 가치로 1년에 4000억 원의 고기를 팔았다는 삼청동 점육점 사장님의 성품은 동네 사람들을 거쳐 시청자들에게 전달된다. 50년째 한 자리에서 슈퍼를 운영중인 사장님은 노인정 회장이 됐다며 자랑을 하고, 조세호가 손이 간지럽다고 하자 소독약을 가져와 듬뿍 발라준다. 


유재석과 만난 시민들은 자신의 일상을, 자신의 속마음을, 혹은 욕망을 숨김없이 드러낸다. 정말이지 수많은 이야기가 숨겨져 있다. 보물상자가 따로 없다. 이제 고작 발걸음을 뗐을 뿐이다. 아직 가지 못한 길이 많고, 가야할 길이 수두룩하다. 유재석과 조세호가 앞으로 더 많은 거리를 활보하길 바란다. 그것이 <유 퀴즈 온 더 블럭>이 시즌2를 넘어 롱런해야 하는 이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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