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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구단에게 실패를 가르친<백종원의 골목식당>의 가치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8. 9. 27. 20:35



양식집과 덮밥집은 한결 나아졌다. 오랜 고민 끝에 만든 신메뉴는 합격점을 받았다. 양식집의 달걀 프라이를 얹은 미트 토마토 스파게티와 덮밥집의 마늘 불고기 덮밥은 백종원으로부터 '맛있다!'는 평가를 받았다. 가장 대중적인 입맛을 만족시킨 것이다. 그제서야 긴장한 채 앉아있던 사장들의 얼굴에 웃음꽃이 핀다. 대전 시장의 선배 상인들로 구성된 시식단으로부터도 긍정적인 평가를 받았다. 


한편, 초밥과 알탕만큼은 절대 포기할 수 없다고 선언했던 초밥집 사장은 백종원의 솔루션대로 '해방촌 횟집'으로 견학을 떠났다. 자신의 상황을 명확히 인지할 수 없는 상태라면 비교를 통해 배우는 수밖에 없다. 횟집 선배이자 '골목식당' 선배는 "육수를 넣을 때 수돗물을 쓰면 안돼!"라며 만나자마자 따끔하게 훈계를 한다. 가름침이 통했을까? 과연 초밥집 사장이 얼마나 달라졌을지 궁금해진다. 


이제 남은 건 가장 큰 골칫덩어리였던 막걸릿집이다. 한순간에 '똥고집'과 '아집'의 아이콘으로 등극한 그 막걸릿집 사장 말이다. 백종원과 12종의 막걸리 맛을 맞히는 테스트에서 완패했지만, 여전히 자신의 뜻을 굽히지 않았던 막걸릿집 사장을 위해 한화 이글스 야구 팬들을 대상으로 '블라인드 시음회'를 개최했다. 자기 객관화가 되지 않는 그를 위한 최고의 '선물'이었다. 



A : 서천 막걸리

B : 청년구단 막걸릿집 

C : 양평 막걸리


세 가지 막걸리가 테이블 위에 올라왔다. 막걸릿집 사장은 자신의 막걸리를 'B(두번째)' 순서에 놓아달라고 했다. 전략적인 선택이었다. 그러나 '맛'을 넘어설 수는 없었다. 차례차례 막걸리의 맛을 보던 야구 팬들은 유독 'B'에 대해서만 혹평했다. "막걸리 맛 소주", "무슨.. 무슨 맛이야, 이게?", "식혜 썩은 거 같아.", "이거는 진짜 돈 주고도 안 먹을 것 같아." 악평의 연속이었다. 정말이지 참담한 수준이었다. 


"B를 여기서 만든 거면 어떡하지?" 

"B를 파는 것도 웃겨."


냉혹한 평가 앞에 막걸릿집 사장은 표정 관리가 어려워 보였다. 대중성보다 개성을 추구했(다고 믿으며 장사를 해왔)고, 백종원의 조언 앞에서도 소신(이라기보다는 아집)을 굽히지 않았던 그였지만, 야구팬들의 가장 객관적인 평가 앞에 더 이상 버틸 재간이 없었다. "돈 주고 먹으면 환불해달라고 욕하고 나올 것 같은데"라는 말은 치명적이었다. 그걸 무려 6,000원에 팔고 있었던 장본인이었으니 말이다.



이로써 오랜 논쟁의 결론이 났다. 막걸릿집 사장의 완패였다. 그걸 지금에야 깨달았다는 게 놀랍지만, 어찌됐든 뒤늦게라도 (충격요법이 동원되긴 했지만) 알게 됐으니 천만다행이다. 백종원은 "나는 나름대로 고민도 하고 연구도 많이 해서 데이터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뿐"이라며 음식은 통계 싸움이라고 조언했다. 막걸릿집 사장은 A와 C 두 막걸리를 연구하고 비슷한 맛을 만들라는 숙제를 떠안았다.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은 요식업의 교과서라 할 만하다. 장사의 ABC를 보여 준다. 요식업의 대부라 할 수 있는 백종원의 노하우들이 소개되니 장사하는 사람들의 입장에선 얼마나 큰 도움이 되겠는가. 정말 뼈가 되고 살이 되는 가르침들로 가득하다. 물론 프로그램의 특성상 문제가 있는 식당들이 주로 소개된다. 문제점을 분석해 적절한 솔루션을 제시하는 것이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취지이기 때문이다.


방송에 출연하는 사장들은 자연스레 욕을 먹기도 한다. 백종원의 솔루션을 잘 받아들여 문제점을 빠르게 개선하는 쪽이 있는가 하면, 쓸데없는 고집을 피우다가 시청자들로부터 미운털이 박히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보고 있노라면 속에서 천불이 날 때도 있다. 이번 편에는 막걸릿집 사장이 주 타깃이 됐지만, 사실 대전의 청년구단 전체가 낙제점이었다. 그럼에도 결국 이들은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여줬다. 그것이 중요하다.



M. 스캇 펙은 『아직도 가야할 길』에서 "지도를 만드는 데 가장 큰 문제는 우리가 무(無)에서 시작한다는 사실이 아니라 정확한 지도를 위해 계속해서 지도를 고쳐야 한다는 사실이다."라고 말했다. SBS <빅필처패밀리>에 출연한 박찬호는 텍사스 레인저스 유니폼을 입고 있는 미국 꼬마에게 "좋은 선수가 되려면 경기에서 지고 실패해야 한다. 절대 그런 걸 두려워 하지 마라"고 조언한다. 


이 조언들이 SBS <백종원의 골목식당>의 청년구단에게도 똑같이 적용될 수 있을 것 같다. 문제점을 깨닫고, 좌절하지 않은 채 끊임없이 고쳐나가면 된다. 그들은 아직 '청년'이 아닌가. 변화의 여지가 많고, 앞날이 창창하다. 그러려면 실패가 실패라는 사실을 깨달아야 한다. 지도가 잘못됐다는 걸 인식해야 한다. 청년구단은 그 과정에 놓여 있는 셈이다. 부디 그들이 좋은 요식업자가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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