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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

연애 예능의 전성시대, 차별화에 성공한 <선다방>의 고민


방송은 판타지를 추구한다. 드라마나 예능은 현실을 반영하지만, 현실의 비루함까지 따라하진 않는다. 방송은 철저히 대리만족을 지향한다. 고된 회사 생활에 지친 직장인들을 위해 대신 요리를 만들고, 대신 여행을 떠난다. 시청자들은 TV가 구현하는 판타지를 통해 잠시나마 현실을 벗어난다. 그리고 이번엔 TV가 '연애'에 빠졌다. '연애 포기 선언'을 한 N포세대의 판타지가 만들어 낸 현상이다.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의 전성시대가 시작됐다. 채널A <하트 시그널 시즌2>(15일 종영), SBS <로맨스 패키지>, tvN <선다방>, JTBC <너에게 반했음> 등 비(非) 연예인들을 대상으로 한 연애 예능이 홍수처럼 쏟아지고 있다. XtvN은 공개 구혼을 테마로 한 연애 리얼리티 프로그램 <한쌍>을 준비 중이다. 역시 비연예인들의 '짝짓기'를 보여주며 선풍적인 인기를 끌었던 SBS <짝>의 폐지 이후 주춤했던 흐름이 완전히 뒤집어졌다. 


특히 <하트 시그널2>는 9주 연속 비드라마 부문 화제성 1위(굿데이터코퍼레이션)에 오르는 등 방송 기간 내내 뜨거운 관심을 받았다. 마지막 회 시청률은 2.721%로 전반적으로 3%를 넘지 못했지만, 온라인 등에서 인기몰이를 하며 국민적 관심을 끌었다. 시청자들은 출연자들의 감정에 일체감을 느끼며 그들의 연애에 몰입했다. 출연자들은 연예인 못지 않은 인기를 누렸고, 일부 출연자는 화장품 광고 모델로 발탁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선다방>도 24일 방송을 끝으로 종영을 앞두고 있다. 정확히는 재정비다. tvN 관계자는 시즌제 포맷에 대해선 대답을 피했지만, "다시 돌아오는 것은 확실하다"고 설명했다. <하트 시그널2>만큼 '뜨거운 감자'로 자리잡진 못했지만, <선다방>은 (그 색깔의 선명도와는 별개로) 자신만의 색깔을 만드는 데 성공했다. 분명 기존의 다른 연애 예능과는 결이 달랐다. 


<선다방>은 일반 출연자들이 출연한다는 점에서는 다른 연애 예능과 동일하다. 다만, 여러 명의 남녀를 특정 장소에 불러놓고 '썸'을 타도록 하는 <하트 시그널2>나 <로맨스 패키지>와 달리 1대 1의 맞선을 주선한다. 제작진이 출연 희망자들의 프로필을 확인한 후, 가장 이상적이라 여겨지는 커플을 매칭시킨다. 그리고 시간을 정해 '선다방'으로 부른 후 둘만의 대화 시간을 갖게 한다.


아무리 방송이라는 걸 감안하고 출연 신청을 했다지만, 방송 경험이 전혀 없는 일반 출연자들에게 사방에 카메라가 깔려있는 공간은 버거울 수밖에 없다. 게다가 처음 만나는 이성과의 맞선 자리인데 어찌 마음이 편할 수 있겠는가. <선다방>은 출연자들의 어색함을 숨기지 않는다. 오히려 그 서먹하고 낯설어 하는 모습, 수줍어 얼굴을 붉히고 말을 더듬는 모습들을 프로그램의 색깔로 어필한다.



그래서 카페(다방)지기들의 역할이 중요하다. 유인나를 비롯해 이적, 양세형, 로운은 상황을 엿보고 있다가 자신들의 판단에 따라 상황에 적극 개입한다. 이를테면 출연자들에게 간접적인 도움을 주는 식이다. 숫기가 없어 대화가 자주 끊어지는 커플에겐 달콤한 간식을 건네며 분위기를 만들어 주고, 피아노를 연습했다는 남자 출연자에겐 상황을 마련해 매력 어필을 할 수 있게끔 돕는다. 


카페지기들이 관찰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출연자와 소통을 하고, 이를 통해 관계의 진전을 만들어 낸다는 점은 <선다방>만의 매력 포인트다. 유인나의 존재감은 누구보다 빛났다. 특유의 달달함으로 프로그램의 분위기를 끌어올렸고, 오랜 기간 라디오 DJ를 맡았던 경험은 일반 출연자와의 공감대를 형성하는 데 있어 장점이 됐다. <선다방>의 구심점 역할을 톡톡히 했다. 유인나의 빈자리를 상상하기 힘들 정도다. 



방송 초기부터 최성윤 PD는 "방송 지망과 홍보 목적은 철저히 배제했다"고 밝혔는데, 확실히 다른 연애 예능과는 달리 '진정성'만큼은 뚜렷했다. 또, 특별한 룰을 만들지도 않고, 제작진의 개입도 없었다. 사람에 집중하고, 대화에 몰두할 수 있는 시간을 만드는 데 주력했다. 물론 악마의 편집도 없었다. 그래서일까. <선다방>은 그 어떤 연애 예능보다 자연스럽고 편안했다. '청정 연애 예능'이라 불러도 될 만큼의 차별화에 성공했다. 


그럼에도 '성공'이라 부르긴 아쉬운 구석이 많다. 출연자들이 계속해서 바뀔 수밖에 없다는 점(지난 12회에서는 재방문한 커플이 있었지만)과 드라마적인 요소가 적다는 점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기 어려운 한계다. 평균 1%대의 낮은 시청률을 기록하고, 화제성 면에서 다른 연애 예능에 현격히 밀렸던 건 그 때문이다. 또, 방송이 끝나면 유인나의 사랑스러운 모습만 머릿속에 맴돈다는 점도 심각한 문제(?)다.


하지만 자극적이지 않은, 잔잔한 느낌의 연애 예능에 대한 수요가 존재하는 만큼 <선다방>을 조금 더 응원할 생각이다. 24일 종영을 앞둔 <선다방>이 유종의 미를 거두길 바란다. 또, 충분한 고민을 하고 재정비를 마친 후 돌아오길 기대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