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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숲속의 작은집>의 시청률이 저조했던 진짜 이유가 뭘까?

너의길을가라 2018. 6. 9. 1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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실험이 끝났다. '행복 실험'이라 붙여진 과감한 도전이었다. 피실험자 A(박신혜)와 B(소지섭)는 '당신은 행복은 무엇입니까?'라는 단순하지만 핵심적인 질문을 마주했고, 매순간 자신의 행복에 대해 고민했다. 9주의 시간동안 조금씩 자신만의 답에 접근해 갔고, 결국 그들은 실마리를 풀어냈다. 시청자들은 피실험자들이 답을 찾아가는 과정을 바라보며 응원했고, 공감했고, 감격했다. tvN <숲속의 작은집> 잔잔히 우리를 웃고 울렸다.


프로그램이 주는 울림과 의미, 가치와는 달리 시청률은 상당히 저조했다. <숲속의 작은집>의 감독판(10회) 시청률은 1.145%에 그쳤는데, 일반적으로 감독판의 시청률이 낮게 나오는 점을 고려하더라도 전반적으로 고전했다. 실질적인 마지막 회인 9회의 시청률도 1.411%에 불과했으니 말이다. 4.706%를 찍은 첫회 이후 꾸준히 하락세를 타더니 반등의 여지조차 없었다. 아쉬운 성적표다.


물론 애초부터 <숲속의 작은집>은 높은 시청률을 겨냥하지 않았다. 예능이 추구하는 일반적인 웃음를 지향하지도 않았다. 나영석 PD는 제작발표회에서 "재미있으려고 만든 프로그램이 아니"고 선언하면서 "대화가 아니라 자연의 소리, 얼굴이 아닌 삶의 방식을 보여주고 싶었다. 푹 잠들고 싶은 금요일 밤에 TV 틀어 놓고 조용히 잠들기 좋은 프로그램일 것"이라 설명했다.



그만큼 나 PD의 도전은 과감했다. 단순히 시청률만 놓고 보면 <숲속의 작은집>은 '실패'일지 모르겠다. 가시적 성과는 미미하다. 그러나 자극적인 소재와 작위적인 웃음이 난무하는 예능 시장의 흐름에서 벗어나 새로운 포맷의 프로그램을 선보인 것만으로도 박수받아야 마땅하다. 장기적으로 봤을 때 <숲속의 작은집>은 예능의 역사에 있어 하나의 포인트가 될 가능성이 높다. 


물론 이런 시도는 아무도 할 수 없다. 나영석 PD쯤 돼야, 조금 과장하면 오로지 나영석 PD만 가능한 도전인지도 모르겠다. 최고 시청률 15.986%를 기록한 <윤식당2>로 대박을 터뜨린 후의 여유가 <숲속의 작은집>을 탄생시킬 수 있지 않았을까. 또, 29일 방송 예정인 <꽃보다 할배 리턴즈>에 대한 확신이 실험적인 프로그램을 선택할 수 있는 용기를 줬을지도 모를 일이다. 


나 PD는 앞으로도 안정적인 시청률 확보가 가능한 프로그램과 자신의 성향이 반영된 과감한 실험적 프로그램을 연달아 론칭할 가능성이 높다. 이는 tvN의 특수한 구조와 시스템, 나 PD의 역량과 영향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시청자들의 입장에선 다양한 입맛을 충족시킬 수 있게 됐으니 반가운 일이 아닐 수 없다. 그저 '나 PD 하고 싶은 거 다 해!'라고 응원할 뿐이다.



한편, <숲속의 작은집>의 낮은 시청률에 대해선 한마디 더 덧붙어야겠다. 전세계적으로 '슬로 티비'에 대한 요구가 커지고 있는 상황 속에서 노르웨이 공영방송 NRK의 경우 기차가 달리는 모습을 7시간 방송에 내보냈다. 그런데 놀랍게도 시청률이 무려 20%가 나왔다. 내레이션도 없고, 자막도 없는 이 방송을 바라본 20%에 달하는 시청자들은 누구일까. 그들은 무엇을 바라고, 무엇을 필요로 하고 있는 걸까.


그건 아마도 '고립'일지도 모른다. 도심의 소음으로부터, 사람들과의 복잡한 관계로부터, 끊임없이 나를 찾는 수많은 요구로부터 벗어나고 싶은 심정 말이다. 그런데 '대한민국의' <숲속의 작은집>은 (적어도 시청률 면에서) 실패했다. 무엇 때문일까. 무엇을 의미하는 것일까. 답은 오히려 쉽게 나온다. 현재 현재 인기 있는(혹은 인기 있었던) 예능 프로그램들의 공통점을 살펴보면 된다. 그건 바로 '관계'다.


나영석 PD의 <삼시세끼>, <윤식당>, <꽃보다 할배>를 비롯해 KBS2 <1박2일>, MBC <무한도전>, JTBC <효리네 민박> 등 대부분의 인기 예능들은 '관계지향적'이다. 출연자들의 관계를 통해 이야기를 만들어내고, 그 관계가 만들어내는 재미와 감동을 자양분으로 삼는다. MBC <나 혼자 산다>조차도 혼자 살아가는 무지개 회원들 간의 관계를 만들어내려 애쓰고, 심지어 연애까지 이끌어내지 않던가.



반면, <숲속의 잡은집>은 그 어떤 관계조차 사라진 완전한 '고립'을 보여줬다. 감독판에서 박신혜가 자신이 한 음식을 제작진들에게 나눠주는 모습이 호평을 받았던 걸 떠올리면 도움이 될까. 시청자들은 그런 사소하지만 따뜻한 관계를 통해 위로를 느낀다. 만약 박신혜와 소지섭이 각자의 고립을 벗어나 잠시라도 만나 관계를 맺는 코너가 있었다면 <숲속의 작은집>은 더 높은 시청률을 기록하지 않았을까. 


이러한 추론을 통해 감히 이야기해 본다면, 우리들이 원하는 건 (완전한) 고립이 아니라 오히려 (완전한) 관계가 아닐까. 삭막한 현실, 치열한 경쟁 체제, 살벌하기 그지없는 세상. 그 누구에게도 쉽사리 마음을 열지 못하는 냉혹한 하루하루를 살아가는 우리들이지만, 그래서 잠시나마 내가 서 있는 곳을 벗어나고 싶지만, 그렇기 때문에 우리는 더욱 사람의 온기가 필요한지도 모르겠다. 진짜 온기 말이다. 


그런데 역설적으로 그 온기는 고립을 통해 배울 수 있는 것인가 보다. <숲속의 작은집>이 특별했던 이유는 바로 거기에 있다. 더불어 이 다음에 나영석 PD가 들고 나올 프로그램이 어떤 것일지 궁금하고 기대가 된다. 또 다른 고립일까, 아니면 관계일까. 또, 시청자들은 어떤 반응을 보일까. 한 명의 예능 PD가 이런 흥미로움을 줄 수 있다는 것 자체가 놀랍기만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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