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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만화 같은<무법변호사>, 이준기의 복수를 응원하게 된다

너의길을가라 2018. 5. 24. 23: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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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협지를 연상시키는 제목, tvN <무법변호사>는 실제로도 굉장히 '무협스러웠다'. 마치 무협 만화를 보고 있는 느낌이랄까. 선악의 구분이 명확하고, 감정이입의 대상이 분명했다. 기승전결이 선명했고, 강약 조절이 명쾌했다. 위기가 있으되 무겁지 않고, 오히려 경쾌한 리듬이 느껴졌다. 그건 약점이 될 수도 있는 부분이지만, <무법변호사>는 영리하게 '무협스러움'을 잘 이용하고 있다. 


굵직한 이야기의 힘이 느껴지고, 시청자에게 전달하고자 하는 주제의식이 뚜렷하다. 주인공인 변호사 봉상필(이준기)의 스토리가 흥미롭게 펼쳐졌다. 시청자들은 봉상필의 상처와 복수에 공감하고 공분하게 됐다. 또, 그밖의 주조연 캐릭터들이 갖고 있는 색깔도 선명하게 드러났다. 전체적인 짜임새가 좋다. 거기에 연기의 구멍이 없는 배우들의 열연은 몰입도를 높였다. 이쯤 되면 잘 될 수밖에 없다.


<무법변호사>는 가상의 도시 '기성'을 배경으로 한다. <배트맨>의 고담, JTBC <언터쳐블>의 북천을 떠올리게 한다. 고담이나 북천이 범죄의 소굴이자 적폐의 온상인 것처럼, 기성도 한걸음 들어가 보면 추악한 도시에 지나지 않는다. 그곳에 살고 있는 사람들은 전혀 눈치채지 못하고 있지만, 기성은 무소불위의 권력을 지닌 1인의 절대적 통치 하에 있다. 그 지배는 매우 은밀하고 정교하게 이뤄지고 있다. 



놀랍게도 그 1인은 법조계를 비롯해 기성 시민들의 존경을 한몸에 받고 있는 차문숙 판사(이혜영)다. '기성의 마더 테레사'라는 별칭은 차문숙의 기만과 이중적 삶을 잘 보여준다. 대법원장 자리를 수차례 고사하며 고향인 기성에 남아 청렴함을 보여준 차병호 향판의 딸이라는 후광은 그의 위치를 더욱 공고히 했다. 시민들은 그를 한 명의 판사로 존경하는 게 아니라 기성의 공주 혹은 여왕으로 따른다. 


봉상필은 차문숙 판사의 민낯을 알고 있는 사실상 유일한 인물이다. 차문숙이 기성의 각종 이권을 독식했고, 그의 굴절된 권력욕이 수많은 사람들을 희생시켰다는 사실을 알고 있다. 물론 봉상필 역시 차문숙의 탐욕으로 인한 피해자다. 그는 엄마 최진애(신은정)를 눈앞에서 잃었다. 지금은 오주 그룹의 회장이 된 조폭 안오주(최민수)의 손에 말이다. 안오주의 뒤에 차문숙이 있음은 두말하면 잔소리다. 



변호사가 된 봉상필은 '비리의 화신' 차문숙을 응징하고, 엄마의 복수를 하기 위해 기성으로 돌아온다. 그 복수의 방식은 다름 아니라 '법(法)'이다. '내 재판은 신성불가침'이라 부를 정도로 (왜곡된) 자부심을 갖고 있는 차문숙에게 그 무엇도 아닌 법을 통해 복수를 한다는 봉상필의 의지는 상당히 매력적이다. 판결은 법관이 내리지만, 재판을 어떤 방향으로 이끌어 갈 것인지를 정하는 건 변호사라는 그의 자신감이 흥미롭다.


그의 '무법'은 도리도 모르고 예의도 없다는 뜻의 '無法'이 아니라 법으로 싸운다는 뜻의 '武法'이다. 또한 기성에서 법과 동의어로 군림하고 있는 차문숙 판사와 싸우겠다는 의미도 내포돼 있을 것이다. 물론 공고한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는 차문숙 일당들과 싸우는 것, 다시 말해 기성에서 정의를 세우는 일은 그리 만만한 일이 아니다. 따라서 그 싸움은 '연대' 없이는 불가능한 일이다.


개떡 같은 판결을 내린 판사를 때리고 업무정지를 받을 만큼 피가 끓는 변호사인 하재이(서예지)는 봉상필의 든든한 조력자가 될 전망이다. 두 사람은 엄마가 차문숙에 의해 희생됐다는 공통점을 갖고 있고, 봉상필은 하재이의 엄마에게 생명을 빚지기도 했다. 문제는 하재이가 기성의 뭇 사람들이 그렇듯 차문숙을 '엄마'라 부르며 따르고 있다는 것이다. 진실에 이르기까지 하재이가 겪게 될 혼란이 드라마의 중요한 포인트가 될 전망이다. 



그런가 하면 봉상필과 법정에서 맞대결을 펼치고 있는 검사 강연희(차정원)의 변화도 예상된다. 존경하던 차문숙의 민낯과 그의 엄마 남순자(염혜란)가 차문숙에게 부역하고 있는 또 하나의 적폐라는 사실을 깨달았을 때 과연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궁금하다. 검사로서 법의 칼끝을 제대로 겨눌 수 있을까. 그렇게 된다면 승산은 봉상필에게로 기울어질 것이다.


차문숙, 안오주, 남순자 대 봉상필, 하재이, 강연희. 결국 이 거대한 싸움은 기득권으로 자리잡아 온갖 비리를 저지르고 있는 어른들과 그들의 견고한 동맹을 깨부수고 정의를 똑바로 세우려는 젊은이들의 대결로 귀결된다. 비록 비현실적인 장면과 비약이 섞인 전개가 거슬리지만, 그건 '무협스러움'이라는 장르적 성격으로 이해할 일이다. 무엇보다 이 드라마는 재미가 있으니까 말이다. '비현실적인' 봉상필의 활약에 대리만족해야 하는 건 씁쓸한 일이지만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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