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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신의 소확행은 무엇입니까? 박신혜가 들려준 행복론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8. 4. 21. 16:46



서랍 안에 반듯하게 접어서 돌돌 말은 깨끗한 팬티가 잔뜩 쌓여있다는 것은 인생에 있어서는 작기는 하지만 확고한 행복의 하나가 아닐까 하고 생각하는데...


'당신의 소확행(小確幸)은 무엇입니까?' 일상에서 느낄 수 있는 작지만(小) 확실하게(確) 실현 가능한 행복(幸). 무라카미 하루키의 수필 <소확행>에서 시작된 질문이었다. 피실험자 B, 소지섭은 쉽게 대답하지 못했다. 어떤 미션이든 간에 손쉽게 뚝딱뚝딱 해내던 그가 멈춰섰다. "여태까지의 미션 중에 가장 어려운 것 같아요." 그는 자세를 바꿔가며 한참을 고민했다. 


진지한 성격 탓이었을까. 작게 생각을 하지 못하는 성향 탓이었을까. 소지섭은 계속 머뭇거렸다. 이유를 알 것 같았다. 그건 소지섭이 스스로 찾아낸 답이기도 했다. 그는 '행복하다고 느끼는 게 그렇게 많은 사람'은 아니었다. 또, '나에게 이런 행복이 괜찮은지 매번 되뇌는 사람'이었다. 물론 불행하다고 느끼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소소한 것들에서 행복을 찾는 사람은 아니었다.



"나뿐만이 아니라 나처럼 생각하는 사람이 꽤 많은 거라고 저는 느끼거든요." 그런데 소지섭뿐일까. 만약 당신에게 '당신의 소확행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이 주어진다면 어땠을까. 선뜻 행복을 끄집어낼 수 있었을까. 솔직히 쉽지 않았다. 아마 tvN <숲속의 작은 집>을 지켜보고 있었던 수많은 시청자들이 소지섭의 침묵에 공감하고, 그와 함께 침잠(沈潛)에 빠졌을 것이다. 


반면, 피실험자 A, 박신혜는 그다지 어려워하는 기색이 아니었다. 연필을 손에 쥐더니 노트에 무언가를 끄적이기 시작했다. 벌써부터 얼굴에 예쁜 미소가 맺히기 시작했다. 삶 속에서 행복했던 순간들을 떠올리며, 하나씩 하나씩 써내려 갔던 모양이다. "생각보다 빨리 나왔는데?" 쉽사리 행복에 대해 말하지 못했던 소지섭과는 달랐다. 다소 길지만, 박신혜의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인용해 보자.  



첫 번째는 가족입니다. 엄마 아빠랑 오빠랑 볼링장 가서 아빠랑 저랑 엄마는 오빠랑 팀 나눠가지고 볼링 게임해서 내기 같은 거. 아니면 가족들하고 낚시 가는 것도 너무 좋아하거든요. 댐에서 물 위에 동동 떠서 붕어 낚시를 하고 있으면 그렇게 시간이 잘 가요. 그리고 다 같이 밤에 고기 구워먹고, 새벽 내내 떡밥 던지면서 낚시할 때. 진짜 가족들하고 보내는 시간이 행복하고 소중하고, 뭐라고 해야 할까요. 꿈 꿀 수 있는? 순간순간들이 가족들하고 되게 많았던 거 같아요. 힘들었던 시절도 겪으면서 그것들을 가족들과 함께 이겨냈을 때의 행복함. 감사함.


두 번째로는 친구들. 동네에 저희가 자주 가는 아지트가 있어요. 거기 모여서 다 같이 맥주 먹으면서 파스타 먹을 때. 


그리고 가끔은 사람에게 위안을 받지 못할 때, 반려 동물에게서 얻는 에너지가 굉장히 크잖아요. 저 같은 경우에는 고양이들이랑 같이 지내고 있는데. 제가 잘 때 약간 만세하고 자거든요. 그러면 손끝에서 만져지는 고양이 털의 부드러움. 잠이 되게 솔솔 잘 와요. 손 이렇게 대고 있으면, 와서 막 얼굴을 부벼요. '왔니?'라면서. 그럴 때 되게 행복하죠.


그리고 스포츠. 자전거 타고 딱 나갔는데, 뭔가 날씨도 너무 상쾌하고, 옷도 가볍고. 끝없이 달리다보면 바람 지나가는 소리, 사람들 자전거 타고 지나가는 소리. 그런 순간순간들이 막 지나쳐 가는데, '내가 건강하게 하루를 살아가고 있구나.' 그런 생각들이 들 때가 많거든요. 


아, 언제 어디든 무얼 먹든 행복해. 먹는 건 어디에 껴놔도 행복한 것. 나에게 먹는 비중이 너무 큰가? 다들 그러지 않아요? 나만 그런가?



가족. 친구들. 반려동물. 스포츠. 음식. 바로 박신혜의 소확행이었다. 그의 삶을 구성하는, 지탱하는, 지켜내는 요소들이었다. 아마 그 소확행들은 박신혜가 살아가며 곤경에 처하고, 어려움에 빠졌을 때마다 버팀목이 돼 줄 것이다. 행복이란 그런 것이니까. 이미 충분히 그런 역할을 해왔으리라. TV 속에서 박신혜를 볼 때마다 느껴지던 그 밝은 힘의 원천은 그가 자신있게 이야기할 수 있는 소확행들에서 비롯된 건 아니었을까.


박신혜의 이야기가 다소 길지만, 전체를 몽땅 옮긴 까닭은 그 어떤 글보다, 어떤 설명보다, 어떤 해석보다 완한 문장이라 여겼기 때문이다. 자신의 행복에 대해, 그것도 확신에 찬 상태에서 꺼내놓는 이야기보다 더 완벽한 풀이가 어디 있겠는가. 그의 이야기를 듣는 것만으로도 우리는 무한한 힐링을 느끼게 된다. 그리고 안갯속에 숨겨져 있는 듯 했던 우리 자신의 소확행을 찾기가 훨씬 수월해졌다.



"근데 어떤 때는 저도 자꾸 불만 불평이 되게 쌓이는 거예요. 나는 왜 이것밖에 안 되지? 자존감도 낮아지고. 근데 엄마께서 그런 얘기를 많이 해주셨어요. 감사하면 행복하다고.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지 자꾸 사람이 큰 것에만 감사하면 나중에 진짜 그 큰 것들이 사라졌을 때 불행 아닌 불행들? '행복하지 않다', '좋은 일이 없다'고  생각이 들기 마련이라고. 그러다 보니까 그냥 유독 진짜 짜증 나고 화나는 날에 곰곰이 생각해봐요. 나한테 오늘 감사한 일이 어떤 게 있었나."


박신혜는 불만과 불편이 쌓일 때마다, 유독 짜증이 나고 화나는 날에 곰곰이 생각을 해본다고 한다. '나한테 오늘 감사한 일이 어떤 게 있었나.' 작은 일에도 감사할 줄 알아야 한다는 엄마의 말을 지침 삼아서 아주 사소한 것에 감사를 떠올린다. '오늘 하루 건강하게 눈뜰 수 있음에 감사.' 그렇다. 어쩌면 '행복'이란 '감사할 줄 아는 태도'에서 생겨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숲속의 작은 집>이 '당신의 소확행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던졌던 이유, 무라카미 하루키가 인생에서 자신만의 소확행을 사색했던 이유를 알 것 같다. 그것이 무엇이든 간에, 그것을 발견하는 방법이 무엇이든 간에, 어떤 경로를 통해 거기에 도달하든 간에, 우리는 지금보다 훨씬 더 행복해질 필요가 있다. 또, 그래도 된다고 스스로에게 말해줄 필요가 있다. 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우리의 삶 곳곳에 장식해 둘 자격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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