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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버락킴' 그리고 '너의길을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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데이트 폭력을 다룬 <라이브>, 노희경의 일침과 위로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8. 4. 18. 19:56



"그날은 아빠가 잘못한 거야. 사과해." 


오양촌(배성우)은 딸 오송이(고민지)의 말에 어이가 없다. 차 안에서 남자친구에게 강제로 키스를 당하는 딸을 목격한 것만으로도 분통이 터지는데, 그 남자친구를 폭행했다는 이유로 아빠를 112에 신고 하다니. 딸은 계속해서 이야기한다. "그날 난 혹시 몰라서 차 문이랑 창문을 다 열어 놓고 있었어." 참을 수 없었던 오양촌은 "네 쪽 창문은 운전석에서도 컨트롤 되는 거 몰라? 그게 어떻게 안전하다는 증거야?"라고 반박한다. 


그러자 송이는 자신의 휴대전화를 보여주며 '112앱'이 설치돼 있었고, 언제든지 경찰에 도움을 요청할 수 있게끔 손에 휴대전화를 꼭 쥐고 있었다고 말한다. 또, 자신이 있던 장소는 외진 곳이 아니라 CCTV가 곳곳에 설치돼 있는 아파트 주차장이었다고 항변한다. 송이는 거기에서 멈추지 않고 자신의 남자친구, 그러니까 데이트 폭력의 가해자를 옹호하기 시작한다. 



"어제 내가 다른 남자랑 있는 거 그 친구가 봤거든. 그래서 그 친구는 착한 애야."


송이는 자신이 바람을 피웠고, 남자친구가 그 현장을 목격했다고 말한다. 그렇기 때문에 남자친구의 폭력적 행동은 정당하다고 설명한다. 놀랍지만, 사실 놀라운 일은 아니다. 많은 경우, 데이트 폭력(뿐만 아니라 가정폭력도 마찬가지다)의 피해자들은 가해자를 향해 '제대로' 분노하지 못한다. 오히려 원인을 피해자 자신의 행동으로부터 찾는다. 왜 그럴까? 


여러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가장 큰 이유는 우리 사회가 그런 식으로 생각하도록 가르쳐 왔기 때문이다. 데이트폭력, 가정폭력, 성폭력 등 권력관계에 의해 발생하는 각종 범죄들, 다시 말해 일반적으로 남성이 여성을 대상으로 저지르는 이런 범죄들의 경우에 그 책임을 피해자인 여성에게 전가해 왔다. '네가 화가 나도록 만들었겠지.', '네가 바가지를 긁었겠지.', '네가 짧은 치마를 입었잖아.' 화살이 가해자가 아닌 피해자에게 꽂힌다.



"범죄의 대부분이 범죄자가 악해서 벌어지는 게 아니라 욱해서 순간적으로 벌어지는 거야. 그때 차 안에서 넌 분명 싫다고, 말로도 행동으로도 두번 세번 그놈한테 하지 말라고 경고했어. 그런데 놈은 계속.. 그놈이 착하고 안 착하고는 아무 문제가 안돼. 이미 사리분간 못할 만큼 욱한 게 문제라고, 알아들어? 네가 양다리 걸친 거 그거 정말 나쁜 짓이지만, 그렇다고 그 놈이 네 허락없이 네 몸에 손대는 거 정당화 될 수 없어. 이해받을 수도 없고. 그건 범죄야."


오양촌은 딸에게 단호하게 말한다. 대부분의 범죄가 범죄자가 악해서가 아니라 욱하기 때문에 벌어지며, 어떤 나쁜 짓을 한다고 하더라도 허락없이 상대방의 몸에 손을 대는 건 범죄일 뿐이라고 말이다. 뭐가 옳고 그른지 정확히 알라고 다그쳤다. 데이트 폭력의 심각성이 대두되고 있는 현실에 대한 tvN <라이브>의 일침이었다. 또, 오양촌의 입을 빌린 노희경 작가의 일갈이기도 했다. 


실제로 데이트 폭력의 실상은 매우 심각하다. 여성긴급전화(1366)에 따르면, 데이트폭력과 관련한 상당이 2014년 1591건에서 2015년 2096건, 2016년 4138건, 2017년에는 8291건으로 큰 폭으로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경찰 측의 자료를 살펴보자. 2015년 7692명, 2016년에는 8367명, 20187년에는 1만 303명이 형사 입건됐다. 검거된 숫자가 저러하다. 그렇다면 신고만 접수된 경우, 신고조차 되지 않은 경우는 얼마나 된단 말일까. 



많은 사람들이 데이트폭력을 '사랑싸움'으로 치부하고, 그 심각성을 인지하지 못한 채 넘어간다. 피해자조차 그렇게 생각한다. 그렇지만 2012년부터 2016년까지 데이트폭력으로 인해 사망한 사람은 467명에 달한다. 또, 데이트폭력이 상해로 이어진 케이스는 1만 3252건에 달한다. 연인 사이에 발생하는 강간도 매년 500건에 이른다. 이제야 얼마나 심각한 상황인지 조금 감이 올까. 


데이트폭력은 결코 연인들 간의 애정 문제로 내버려 둘 수 없는 심각한 범죄다. 데이터 속의 가해자들도 송이의 말처럼 '착한 애'였다고 두둔해야 할까. 데이트폭력은 그 자체로 위험하지만, 더 심각한 건 데이트폭력이 곧 가정폭력으로 이어진다는 점이다. 실제로 피해자의 46.4%가 폭력을 가한 상대방과 결혼을 했고, 그 중에서 17.4%가 가정폭력으로 이어졌다고 한다. (대검찰청의 범죄분석 결과) 



모든 범죄는 연결돼 있고, 사소한 것에서부터 시작된다. 데이트 폭력은 사실상 모든 문제의 출발점인 셈이다. 데이트폭력의 경우 '가해자에 대한 미약한 처벌'이 주요 원인으로 꼽힌다. 신고를 해봐야 별다른 조치가 없었다는 것이다. '지속적 괴롬힘(경범죄처벌범 제3조 41호)'은 고작 10만원 이하 벌금, 구류 등에 불과하다. 정부는 징역 · 벌금 형으로 강화한다는 방침을 밝혔지만, 역시 실무적으로 먼 나라의 이야기다. 


20대 중에서는 '여성 혐오 분위기 확산'을 원인으로 지적하기도 했다. 결국 공권력의 적극적인 개입과 함께 우리 사회의 문화를 바꿔야 한다. 폭력은 용인되는 순간, 점점 더 강도가 세지기 마련이다. 또, 제어하기 어려워진다. 작은 불씨부터 초장에 제압해야 한다. 오양촌의 일침을 새겨 들을 필요가 있다. 어떤 상황이라 할지라도 피해자로부터 원인을 찾으려고 하는 모든 시도를 멈춰야 한다.



"모든 게 범인의 잘못이라는 걸 말하고 싶을 뿐이야. 왜 수많은 길을 놔두고 동생과 도서관에 가기 위해 그 산길을 택했을까. 왜 좀더 저항하지 못했을까. 왜 나는 힘이 약한가. 왜 처음부터 강해서 자신을, 동생을 지키지 못했나. 내가 12년 전 그때 범인보다 그 장소를 지나갔던 나를 미워했던 것처럼, 너 역시 사는 내내 수만가지 자책할 거리가 떠오르겠지만, 분명하게 알아야 돼. 그 어떤 것도 네 잘못이 아니야. 범인의 잘못이지."


강간 사건의 피해자를 찾아 간 한정오(정유미)는 위와 같이 말한다. 자신의 경험을 꺼내놓으며 위로한다. 역시 한정오의 입을 빌린 노희경의 위로다. 우리는 분명히 알아야 한다. 그 어떤 것도 피해자의 잘못이 아니다. 결코 피해자에게 범죄의 책임을 전가시켜서는 안 된다. 그런데 데이트 폭력을 이야기하다 왜 갑자기 강간 사건을 병치시키냐고? 앞서 설명하지 않았던가. 두 범죄는 결코 별개의 것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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