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돈만 된다면 성희롱에 미투 이용까지? 한심한 기업 마케팅

너의길을가라 2018. 4. 11. 18: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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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독] 체육관에서_타이트한_의상_입은_A씨_유출사진_모음.zip"


할 말을 잃었다. 위의 문구가 영화 홍보를 위한 것이었다는 게 믿어지는가. 부적절할뿐더러 비상식적이다. '디지털 성폭력' 연상케 하는 막돼먹은 마케팅을 한 주체는 바로 롯데엔터테인먼트다. 지난 9일,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자사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영화 <레슬러>의 스틸 사진을 게시하며, 위와 같은 설명을 덧붙였다. 주연 배우 이성경씨가 레슬링복을 입고 있는 장면을 묘사한 것이다. 


어그로를 끌어 노이즈 마케팅을 하려고 했던 걸까. 아니면 이 정도는 문제가 되지 않을 거라 여겼던 걸까. 어느 쪽이라도 문제다. 전자라면 고의적으로 해당 배우에게 성희롱을 저지른 것이기에 간단히 넘어갈 일이 아니다. 후자라면 좀 더 심각하다. '디지털 성폭력'을 떠올리게 하는 문구가 홍보로 적합하다고 판단했다는 것 아닌가? 이것이 결재 라인에서 전혀 걸러지지 않았다는 게 충격이다. 


비판 여론을 의식한 롯데엔터테인먼트 측은 해당 문구를 수정하고 사과에 나섰다. 이들은 SNS를 통해 "절대 '몰카'를 연상시키는 악의적인 용도로 작성한 문구는 아니며 레슬링복을 조금 더 재미있게 표현하고자 작성했던 문구인데 깊이 생각하지 못했다"고 해명했다. '재미있게 표현하고자 작성했'다는 말은, 오히려 롯데엔터테인먼트라는 기업 구성원들의 젠더 감수성 수준을 증명한다는 점에서 참담하다.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어떻게든 홍보만 되면 끝이라는 기업들의 행태는 어제오늘 일이 아니다. 지난 3월 8일 배스킨라빈스 측은 공식 SNS에 '츄파춥스 파티 미러볼'을 소개하는 콘텐츠를 게시했다. 그 내용에는 故(고) 조민기의 성추행 내용이 담긴 카카오톡 메시지 내용(#너무 많이 흥분 #몹시 위험)이 들어가 있었다. 고통 받고 있는 미투 피해자에게 2차 가해를 가하는 악질적인 마케팅이었다. 

 

 

그런가 하면 헤어스타일 가상체험 애플리케이션 업체 '헤어핏'은 지난 3월 25일 '맞아도 예쁜 아이유처럼 되려면?'이라는 제목의 게시물을 게시했다가 누리꾼들로부터 몰매를 맞았다. 맞아도 예쁘다니, 엽기적인 마케팅 문구다. 이는 tvN 드라마 <나의 아저씨>에서 이지안(아이유)을 괴롭히는 사채업자 이광일(장기용)의 무자비한 폭행 장면을 비유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미 지나치게 적나라한 폭행 장면으로 비판 받은 드라마 내용을 문제의식 없이 광고에 이용한 작태가 충격적이었다. 


여성 혐오를 내포하고 있는 콘텐츠들은 여기에서 끝이 아니다. 삼양식품은 지난 4일 통통한 체형의 여성이 자사의 '불닭볶음면'을 먹고서 날씬하고 예뻐졌다는 내용의 CM송 광고를 공개했가 '외모 비하' 지적을 받고 게시물을 내렸다. 음식배달 대행업체 '배달의 민족'은 '배민신춘문예'라는 글짓기 행사를 개최했다. 당시 "Meat Too" "저도 당했어요" 같은 내용의 글이 응모됐고 배달의 민족 측은 이를 고스란히 노출시켜 비판 받았다.


성폭력의 피해자들에게 있어 미투 운동은 절박한 동아줄이고, 사실상 유일한 버팀목임에도 이를 희화화한다는 건 용납할 수 없는 일이다. 롯데푸드는 지난 1월 페미니즘 소설 '82년생 김지영'을 패러디 해서 '83년생 돼지바'라는 광고물을 게시했다. 단순히 재미를 위해서라고 변명하는 이들에 한숨이 나온다. 뿌리 깊은 가부장제와 성 차별 속에서 하루하루를 견디고 있는 여성들의 고통을 희화화한 것이기 때문이다. 


해당 업체들은 즉각적으로 사과에 나섰지만, '소 잃고 외양간 고친다'는 속담이 떠오른다. 아무리 돈이 최고의 선인 자본주의 사회를 살아기고 있다지만, 지켜야 할 최소한의 도리라는 게 있다. 자극적이고 선정적인, 더 나아가 여성혐오적인 콘텐츠를 생산 또는 방조하는 기업들의 행태에 소비자들이 더욱 단호한 태도를 보여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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