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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이 그린 청춘과 경찰, <라이브>는 어떤 드라마일까?

너의길을가라 2018. 3. 13. 00: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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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희경은 직설적이다. 에둘러 말하는 법이 없다. 사랑하면 사랑한다고 말하고, 지긋지긋하면 지긋지긋하다고 말한다. 그 언어(를 말하는 화자/캐릭터는 찌질할지언정)에는 구차함이 없고, 비겁함이 없다. 이유는 간단하다. 감정에 솔직하기 때문이다. "뜨거운 피를 가진 인간이 언제나 쿨 할 수 있을까? 절대로 그럴수 없다고 본다, 나는." (KBS2 <굿바이 솔로>)이라고 선언했던 노희경이 아니던가. 


노희경은 수다스럽다. 김수현(작가)만큼 쏘아붙이진 않지만, 그에 못지 않게 청산유수다. 감정에 솔직하고 상황에 충실한 날것의 언어들이 쉼없이 쏟아진다. 그의 어법이 낯선 사람들은 특유의 까칠함에 당혹스러워 하지만, 익숙해지면 그만큼 속시원한 화법도 없다. 체증이 쑥 내려가는 시원함이랄까. 남성들의 머릿속이 뿌리 깊게 박힌 ‘여성차별’을 한정오(정유미)의 입을 통해 반박할 때의 카타르시스는 다른 것에 비할 바가 아니다. 



노희경의 극본에는 다양한 감정들이 표현돼 있고, 그 감정들이 언어라는 매개를 통해 살아 숨쉰다. 또, (노희경의 드라마에 캐스팅 된) 배우들은 그 감정과 언어를 다루는 데 익숙해져야 한다. 노희경의 작품에서 자주 봤던 배우들(배종옥, 성동일, 장현성)이 계속 등장하는 건 그 때문이다. 그들이 살아있는 언어를 연기할 줄 아는 배우이기 때문이다. 노희경의 새로운 드라마 제목이 <라이브(Live)>라는 건 새삼스러운 일이 아니다. 


물론 <라이브>라는 제목은 그 이유 때문에 붙여진 건 아니다. tvN <라이브>는 '경찰'이라는 직업, 그 중에서도 지구대에서 근무하는 경찰을 중심적으로 다루고 있다. 지구대가 어떤 곳인가. 24시간 365일 빈틈없이 돌아가는 일선이다. 주취자 보호, 주정차 위반 등을 비롯한 온갖 민원 처리는 물론이고, 절도, 강도, 성폭력, 사기, 폭행, 살인 등 각종 신고의 초동조치를 담당하는 최전선이 아니던가. 


그 곳에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할 때 '라이브'라는 제목보다 더 알맞은 게 또 있을까. 본격적으로 노희경의 신작 <라이브>에 대해 이야기해보자. 그가 이번 작품을 통해 시청자들과 공유하고 싶은 이야기는 바로 '청춘'인듯 싶다. tvN <디어 마이 프렌드>에서 '황혼'을 이야기하고, 리메이크 tvN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이별>에서 '엄마'를 이야기하더니 이번에는 연령대를 확 낮췄다. 



노희경이 말하는 대한민국의 청춘, 노희경식 화법으로 들려주는 청춘의 이야기는 어떤 것일까. 아니나 다를까. 노희경이 목격한 청춘의 삶 역시 고달팠다. 고달프다는 말이 그 어려움을 표현하기에 지나치게 가볍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청춘들의 삶은 처절했다. 한정오는 연거푸 취직에 실패한다. 그의 발목을 잡는 건 지방대, 여성에 대한 편협한 시선이다. 애초부터 공정한 경쟁이 이뤄지지 않는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좌절을 경험한다. 


염상수(이광수)의 삶도 쓰라리긴 마찬가지다. 지방대를 나온 그는 생수 회사에 인턴으로 취직한다. 정규직이 되겠다는 꿈에 부풀어 있지만, 엄마(엄혜란)는 상수가 마뜩지 않다. 회사 동료의 아들처럼 공무원이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다. 상수는 가족들의 가족들의 적금까지 탈탈 털어 회사에 투자한다. 그런데 이게 웬일인가. 그가 다니던 회사는 불법 다단계였고, 상수는 모든 것을 날려 버리고 만다. 


그야말로 막다른 골몰에 몰린 정오와 상수는 경찰 공무원이 되기로 결심한다. 정오 입장에선 오로지 시험 성적만이 반영되는 평평한 운동장을 찾은 것이고, 상수는 엄마의 기대를 만족시켜 줄 안정된 직장은 찾은 것이다. 그런데 막상 들어가 보니 중앙경찰학교 생활과 일선인 지구대 생활도 만만치 않다. 무도 교수로 부임한 오양촌(배성우)은 경감은 벌점을 남발하며 실습생들을 압박한다.



게다가 월급(실습 기간이니 더 적을 수밖에 없다)은 쥐꼬리만큼밖에 나오지 않는다. 8개월 간의 실습 생활을 견뎌내고, 승진 기회를 노리기 위해 전국에서 가장 바쁜 홍일 지구대에 자원했다. 그러나 정작 주취자들의 토사물이나 치우는 신세다. 이처럼 <라이브>는 한정오와 염상수 두 청춘을 중심으로 지구대 경찰들의 일상과 애환을 생생히 그려 나간다. 전반적으로 이야기의 얽개는 흥미로워 보인다. 


아쉬운 점도 있다. 사극에서 고증이 중요하듯, 특정 직업을 다룰 때는 취재가 필수가. 고민을 한 흔적이 역력하지만, 사소한 부분에서 아쉬움이 드러난다. 실습생은 지구대 실습을 할 뿐, 기동대에 차출되지 않는다거나 순찰차의 뒷문은 안쪽에서 열 수 없다는 점이 그러하다. 범죄자를 태워야 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일개 형사(경감이라 하더라도)가 경찰서장에서 주먹질을 하는 건 과도한 설정이다. 


전국의 11만 경찰들이 반짝 관심을 가졌기 때문일까. 1회 시청률은 4.337%로 성공적인 출발을 했지만, 2회에선 3.293%로 기세가 한풀 꺾였다. 1, 2회가 소개 정도였다면 앞으로는 본격적인 이야기가 전개될 예정이다. 홍일 지구대로 발령난 오양촌과 부딪치게 될 정오와 상수는 '위기'를 잘 극복할 수 있을까. 경찰이라고 하는 공권력에 대한 인간적인 이해, 노희경식의 휴머니즘이 어떤 '결과'를 만들어낼지도 궁금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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