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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배우의 아우라, <마더> 이혜영에게 반했다

버락킴 너의길을가라 2018. 2. 25. 14:45



"이진아, 엄마는 아버지가 다른 딸 셋을 키우면서 아버지가 누군지 상관하지 않도록 가르쳤다. 너희들이 내 딸이라는 것만 기억하라고 얘기했어. 그리고 너희들 중에는 엄마가 낳지 않은 아이도 있지만, 내 친딸이 아닌 아이는 하나도 없어. 엄마가 키웠으면 다 내 친딸이야."


말 그대로 전율이었다. 머리부터 발끝까지 온몸이 저릿했다. 둘째 딸 이진(전혜진)은 언니 수진의 등장이 마뜩지 않았다. 엄마의 사랑과 유산이 분산되는 게 싫었기 때문이다. 그래서 윤복(허율)을 데려온 수진(이보영)을 두고, 아버지가 누군지도 모르는 아이를 데려왔다며 날카롭게 몰아세웠다. 이를 가만히 듣고 있던 영신(이혜영)은 단호한 목소리로 다그쳤다. 그리고 "엄마가 키웠으면 다 내 친딸"이라고 다시 한번 선언한다. 


한 치의 의심도, 그 어떤 불신도 허용하지 않는 확고한 목소리. 그 카랑카랑함에 누가 이의를 제기할 수 있겠는가. 그 누가 감히 반기를 들 수 있겠는가. 이런 대사를 드라마에서 듣게 될 줄이야. 전율은 여운이 길었다. 많은 생각을 하게 했다. 가족, 모성에 대한 일반적인 생각들이 또 한번 전복됐다. 그리고 확장됐다. tvN <마더>가 정말 하고 싶었던 이야기, 시청자들과 공유하고 싶었던 메시지는 이것이 아니었을까. 


이런 울림이 가능했던 이유, 영신의 선언이 설득력 있게 시청자들의 가슴 속에 와닿았던 까닭은 무엇일까? 먼저 극본의 힘을 언급하지 않을 수 없다. 정서경 작가의 글은 정교하고 튼튼했다. 그의 필력이 <마더>의 기초를 단단히 쌓아 나갔다. 그리고 배우의 힘을 빼놓을 수 없다. 영신 역을 맡았던 이혜영의 존재감, 그건 그저 감상의 영역이었다. 평가의 문제가 아니었다. 그저 감탄할 수밖에 없었다. 



"정서경 작가의 드라마 데뷔에 대한 기대가 있었다. 제목이 어머니도 아니고 마더다. 대지와 같은, 넓은 바다, 엄마나 어머니로서 설명할 수 없는, 마더라는 제목이 주는 스케일이 느껴졌다" (이혜영)


<마더> 제작진은 캐스팅 초기 단계부터 영신 역에 이혜영을 1순위로 꼽았다고 한다. 당대 최고의 배우로 완벽한 커리어를 갖고 있고, 어떤 순간에도 품위를 잃지 않으며 살아 온 영신은 수진, 이진, 현진(고보결)에 대한 강한 모성애를 지닌 캐릭터다. 또, 누군가에 의지하고 종속되기보다 독립적인 삶을 개척해 왔고, 주체적인 여성으로서 강한 카리스마를 내뿜는다. 연기하기 쉽지 않은 역할이다. 


제작진은 이혜영이야말로 영신을 표현하기에 가장 적합하다고 판단했던 것이다. 그 선택은 탁월했다. 7년 만에 드라마로 복귀한 이혜영은 그만의 특별한 연기력을 유감없이 발취하고 있다. 독특한 발성과 호흡은 여전했고, 눈빛과 표정은 다채로웠다. 절제된 연기는 오히려 폭발력이 있었다. 위엄과 권위가 흘러 넘쳤고, 카리스마가 온몸에서 뿜어져 나왔다. 관록이 무엇인지, 대배우의 아우라가 무엇인지 여실히 보여줬다. 



"이번 기회에 나도 엄마로서 성장할 필요가 있다는 걸 깨달았어. 수진이가 자기 아이를 갖게 됐는데, 내가 수진이를 놔줘야지"


모성(母性)에 대한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는 <마더>는 그것에 정답이 있다고 말하지 않는다. 또, 그것이 처음부터 완전무결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완벽한 엄마'(라는 이미지)는 애초부터 존재하지 않고, 모성에도 여러가지 모습이 있음을 강조한다. 그래서 드라마 속에 등장하는 여러 엄마들은 위치와 입장, 여건이 다르지만 각자의 방식대로 성장을 거듭한다. 


영신도 마찬가지다. 그가 보여준 사랑의 방식 또는 그의 교육관에 선뜻 찬성하긴 어렵다. 둘째 딸 이진만 봐도 그렇다. 질투심이 많고, 이기적이다. 또, 속물적이다. 수진에게도 자신의 방식을 강요했다. 화려한 옷을 입히려 했고, 자신의 마음에 드는 남성을 소개했다. 수진과의 마찰은 불가피했다. 그러나 아이를 데리고 10년 만에 다시 돌아 온 딸을 마주하고, 자신도 엄마로서 성장할 필요가 있다고 자성한다. 



"어떠한 경우에도 너는 내 딸이고, 네가 한 일 때문에 내가 부끄러워 할 일은 없을 거야. 누굴 만나든 굽히지 말고, 언제 어디서든 당당해라."


영신은 수진으로 인해 가족이 위험에 빠지게 되자, 가장으로서 영신의 파양을 결정했다. 그러나 그 사실을 알게 된 윤복이 스스로 집을 나가고, 수진이 그 일로 인해 괴로워하는 것을 보자 마음을 고쳐 먹는다. 그리고 다시 도망길에 나선 수진에게 "어제 파양 서류 신청한 거 폐기해 달라고 부탁했"다며 "너는 내 딸이"므로 "언제 어디서든 당당"하라고 덧붙인다. 이렇듯 영신도 엄마로서 한 단계 더 성장해 나가고 있었다. 


이보영을 비롯해 아역 배우인 허율까지 모든 배우들의 연기가 훌륭하지만, 그 중에서도 이혜영은 대체불가의 매력으로 시청자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극의 무게감을 더하는 그의 연기는 독보적이다. 반하지 않을 도리가 없다. 암 투병을 하면서도 딸 지키기 위해 자신의 모든 것을 내놓을 준비가 돼 있는 영신, 그런 영신 역에 완벽히 빙의된 이혜영이 앞으로 어떤 모습을 보여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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