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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아의 눈물과 효리의 배려, '좋은 사람'에 대해 생각하다

너의길을가라 2018. 2. 20. 0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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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구나 좋은 사람이 되고 싶고, 좋은 사람을 곁에 두고 싶다. 그런데 ‘좋은 사람’이란 무엇일까. 대답이 쉽게 나오지 않는다. 애초에 ‘좋다’라는 말이 상대적이고 자의적이기 때문이다. 도움을 구해보자. 작가 황광우는 자신의 책 <철학하라>에서 “모든 사람이 좋아하는 사람은 좋은 사람이 아니다. 모든 사람이 싫어하는 사람도 좋은 사람이 아니”라면서 “좋은 사람이 좋아하고 나쁜 사람이 좋아하지 않는 사람.“이야말로 좋은 사람이라고 정의했다. 


여전히 어렵다. 언뜻 말장난처럼 들리지만, 어렴풋이 그 심오한 의미를 알 듯 하다. 한번 더 도움을 구해볼까. 요즘 JTBC <효리네 민박2>을 보면서, 그리고 그 안의 이효리(와 이상순)를 보면서 ‘좋은 사람’에 대해 생각한다. 꾸밈 없는 자연스러운 모습들을 통해 이효리라는 사람에 대해 좀더 가까이 다가가게 된다. 말과 행동에 베어 있는 배려, 청소년부터 어르신까지 스스럼 없이 소통하는 모습을 보면 나이를 떠나서 저런 친구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한다. 


난 떠나간다

안녕이란 말도 못 하고

너와 함께한 웃음들만 가슴에 담고

우리들의 다 하지 못했던 이야기들은

다시 만날 날 밤새워 이야기하자


손성제, 'goodbye' 중에서


이럴테면 이런 상상을 해보는 것이다. 가끔 소길리에 놀러가서 같이 음악을 듣고, 차 한잔을 함께 나눌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그리 많은 말이 필요할 것 같지도 않다. 그 자리에 있으면 자연스레 마음이 편해지고, 어쩌면 힐링이 될 테니까 말이다. 지난 18일 방송에서 이효리, 이상순, 윤아는 손님들이 외출한 틈에 티타임을 가졌다. 민박집 밖에는 세찬 눈발이 날렸고, 매서운 바람이 연신 불었다. 세 사람은 테이블에 모여 앉아 노래를 들으며 여유를 즐겼다.


안팎의 대조적인 분위기가 제주의 겨울을 실감나게 했다. 또, 아름답고 평온했다. 윤아가 작사한 노래('바람이 불면')를 들으며 대화를 나누고, 이윽고 효리가 선곡한 손성제의 '굿바이(Goodbye)'가 흘러 나왔다. 피아노 선율에 덧입힌 잔잔한 목소리가 귀에 닿자마자 공기가 달라졌다. 서정적인 분위기가 공간을 가득 채웠다. 말없이 노래를 듣고 있던 윤아가 갑자기 눈물을 흘렸다. 이를 알아챈 상순은 효리에게 윤아가 운다는 사실을 알렸다. 



"원래 가수들은 감성이 풍부하기 때문에 음악 들으면서 원래 우는 거야."

"슬프네요."

"바람 쐬고 와 나가서.. 찬바람 한번 빡 쐬고."


효리는 묻지 않았다. 눈물의 의미에 대해, 눈물의 이유에 대해 애써 묻지 않았다. 윤아가 느꼈던 감정이 무엇에 기인한 것인지 캐묻기 보다 그저 자연스러운 일이라 말했다. 또, 찬바람 한번 쐬고 오라고 권유하며, 윤아에게 혼자만의 시간을 가질 수 있도록 배려했다. 눈물, 그것도 윤아의 눈물이었다. 그 장면이 방송을 타자마자 엄청난 화제가 됐고, 관련 기사들이 쏟아졌다. 그만큼 파급력이 큰 장면이었지만, 효리는 방송을 위해 윤아의 눈물을 활용하지 않았다. 


윤아가 밖으로 나가자 효리는 "음악을 들으면 뭔가 주마등처럼 스쳐가는 그런 게 있어. 희안해"라고 한마디 덧붙였다. 그리고 창밖을 내다보며 윤아의 상태를 살폈다. 걱정이 됐던 게다. 다행히 윤아는 혼자 자신의 감정을 잘 보살폈다. 혼자 바깥 풍경을 바라보며 한숨 돌렸고, 감정을 추스를 수 있었다. 효리의 배려가 돋보였던 순간이었다. 그걸로 끝이었다. 프로그램이 끝날 때까지 그 눈물은 더 이상 언급되지 않았다. 


솔직히 놀랐다. 윤아의 눈물을 대하는 효리의 태도는 매우 성숙된 것이었다. 사실 우리는 얼마나 많은 섣부른 질문들과 마주하는가. ‘왜 그러는데?’, ‘무슨 일이야?’, ‘뭐 때문에 그래?’ 그럴 때마다 ‘그냥...’이라고 대충 얼버무리곤 하지만, 어색한 공기가 마냥 불편하기만 하다. 말없는 위로를 바라지만, 쉽지 않은 일이다. 효리는 윤아와 만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은 상태에서 성급히 질문을 하고, 들춰내기보다 그의 감정을 존중하는 쪽을 선택한 것이다. 



오랫동안 연예계에 몸 담아왔고, 자신의 일거수 일투족이 언론에 의해 가십으로 소비되는 경험을 수도 없이 했던 효리가 아닌가. 이쪽 세계의 생리를 누구보다 잘 알고 있었기에 후배인 윤아의 이야기를 애써 들추려 하지 않았으리라. 이는 인위적으로 ‘사건’을 만들어 화제를 만들기보다 있는 그대로의 모습들을 보여주고자 하는 <효리네 민박>의 기획 의도와도 일치했다. 좋은 사람이 무엇인지, 좋은 프로그램이 무엇인지 조금 더 선명히 알 수 있었다. 


효리는 생리통과 감기 기운으로 몸이 좋지 않은 상황 속에서도 미소를 잃지 않았다. 또, 민박집 손님들을 위해 요리를 하는 등 최선을 다했다. 그런 효리의 모습에서 사람을 대하는 진심과 책임감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를 ‘좋은 사람’이라고 불러도 무방하지 않을까. 그리고 그런 그를 좋아하는 우리를 좋은 사람이라고 해도 괜찮지 않을까. 그런 사람들이 모인, 그런 사람들이 좋아하는 <효리네 민박2>는 좋은 프로그램이 분명하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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