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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V + 연예

<어서와 > 65세 데이비드의 용기와 매력, 이런 친구 또 있을까?

신선했고 색달랐다. 65세 할아버지 데이비드와 20대 청년들의 여행이라니! 그동안 MBC 에브리원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에서 소개됐던 친구들 가운데 가장 이색적인 조합이었다. '과연 저 조합이 가능할까? 재미가 있을까?'라는 불순한 궁금증은 금세 사라졌다. 기우였다. 데이비드와 앤드류(27세), 사이먼(25세)은 상당한 나이 차이에도 아무런 이질감 없이 어우러졌다. 여행 내내 웃음꽃이 터졌다. 그 관계는 정말이지 '친구'라고 해도 무방할 만큼 수평적이었다. 아니, 그들은 말 그대로 친구였다. 신기했고, 흥미로웠다.


만나자마자 호구조사를 통해 서열을 정하는, 다시 말해 '나이'를 중심으로 곧바로 수직적 구조를 형성하는 우리와는 전혀 다른 모습이었다. 물론 장유유서(長幼有序)를 중요시 여기는 우리의 문화가 (전적으로) 나쁘다는 뜻은 아니다. tvN <꽃보다 할배>를 떠올려보자. 사소한 것 하나까지 지극정성으로 어르신들을 배려하는 이서진이 얼마나 기특하고 예뻐보였던가. 옳고 그름이라는 딱딱한 잣대를 들이대자는 게 아니다. 우리와는 다른 문화를 들여다봄으로써 ‘저럴 수도 있구나’ 정도의 생각을 해보는 건 어떨까?

그런 측면에서 볼 때,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의 이번 캐스팅은 굉장히 반가웠고 적절했다. 다시 제대로 소개를 해야 할 것 같다.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 영국편의 호스트는 제임스 후퍼였다. 2008년 내셔널 지오그래픽이 선정한 올해의 탐험가에 선정됐던 제임스 후퍼는 JTBC <비정상회담>의 원년 멤버로 출연하기도 했다. 2007년에는 북극에서 남극까지 무려 1년 1달 1일에 걸쳐 무동력으로 완주했고, 영국인 최연소로 에베레스트 등반에 성공한 놀라운 경력을 가진 탐험가이기도 하다. 자연스럽게 그의 친구들에 대한 기대도 컸다. 



아니나 다를까. 앤드류와 사이먼은 여행 계획을 짤 때부터 엄청난 모험심을 드러냈다. 그들은 외부 활동을 주테마로 삼았는데, 이전의 손님들과는 달리 익사이팅하고 탐험적이었다. 제임스 후퍼의 친구다웠다. 매너를 중요하게 여기는 앤드류는 <킹스맨>을 떠올리게 했고, 긍정적이고 유쾌한 사이먼의 웃음은 보는 이의 기분까지 즐겁게 했다. 두 사람 모두 돋보였지만, 이번 편의 주인공은 역시 데이비드였다. 무려 65세라는 그의 나이가 인상적이었기 때문이다. "저는 늙어가고 있지만 그에 맞서서 싸우고 싶어요. 제 머릿속에서 저는 아직 스물한 살이에요."라는 첫인사부터 남달랐다.

혹자들은 심드렁할지도 모르겠다. 누구나 할 법한 생각이고, 누구나 떠벌릴 만한 말이니 말이다. 그러나 65세의 나이에 20대 청년들과 함께 미지의 땅인 아시아의 조그마한 나라에 여행을 올 생각을 했다는 것부터가 대단한 일 아닌가. 더욱 놀랐던 건, 여행 첫날 보여줬던 그의 ‘행동’ 때문이었다. 데이비드는 긴 비행으로 인한 피로와 시차 적응의 어려움에도 별다른 내색 없이 ‘새로운 것’에 대한 탐구에 열을 올렸다. 말 그대로 여행을 즐기고 있었다. 일반적으로 ‘노인’에 대해 갖고 있던 이미지가 완전히 무너져 내렸다. 저렇게 멋지게 늙어갈 수도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비드는 말로만 싸우고 있던 게 아니었다. 빡빡한 일정 속에서도 데이비드는 민폐가 되지 않기 위해 최선을 다했다. 함께 여행하는 청년 친구들에게 피해가 가지 않도록 더욱 열심이었다. 그는 결코 ‘거만한 할아버지’가 아니었다. 친구들의 말에 귀를 기울였고, 그들의 의사를 존중했다. 매사에 적극적이었고, 주도적으로 나섰다. 농담을 던지며 분위기를 밝게 만들었고, (건망증으로 길거리에 버려두고 다니긴 했지만) 자신의 가방을 스스로 짊어졌다. 앤드류와 사이먼도 데이비드를 노인 취급하지 않고, 친구이자 여행의 동료로 받아들였다. 어색함이 없었다.


장 그르니에는 '늙는다는 것'을 '세상의 규칙을 더 이상 바꾸려고 노력하지 않는 것'이라 정의했다. 분명 데이비드가 보여준 모습들은 무언가를 바꾸기 위한 끊임없는 시도였다. 세상에서 가장 강고한 규칙이야말로 스스로 만들어 놓은 굴레라는 점을 떠올려보면, 데이비드의 도전이 얼마나 대단한 것인지 알 게 된다. 늙음을 다하는 태도에 정답은 없을 것이다. 순리를 받아들이는 것도, 데이비드처럼 열정적으로 싸우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분명한 것은 데이비드가 세상의 규칙을 바꾸려는 자신의 싸움을 즐기고 있다는 점이다.

‘나이’에 연연하지 않고, 스스럼 없이 어우러지는 영구 친구들을 보면서 부럽다는 생각이 들었다. 데이비드 같이 어른들이 더 많아진다면 우리 문화에도 그런 관계들이 나타나게 되지 않을까. 익사이팅한 영국 친구들이 등장으로 <어서와 한국은 처음이지?>도 활력을 얻었다. 용산 전쟁기념관을 방문해 한국전쟁에 대해 이야기하던 장면은 감동적으로 다가왔다. 3%대로 떨어졌던 시청률도 다시 4.040%로 상승했다. 예고편에서 몸살 기운이 있는 것 같았던 데이비드가 무사히 그리고 즐겁게 여행을 마무리하길 바라본다.